윤석열정부의 지독한 농민 세뇌, ‘80kg 쌀값 20만원’

  • 입력 2023.11.05 18:00
  • 수정 2023.11.05 18:15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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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올해 가을걷이가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지난달 31일 전남 영암군 시종면 들녘에서 한봉호 전국쌀생산자협회 광주전남본부장이 콤바인으로 수확한 나락을 적재함에 쏟아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올해 가을걷이가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지난달 31일 전남 영암군 시종면 들녘에서 한봉호 전국쌀생산자협회 광주전남본부장이 콤바인으로 수확한 나락을 적재함에 쏟아내고 있다. 한승호 기자

45년 만에 최대치로 폭락한 지난해 쌀값과 파탄 난 농민들의 삶을 뒤로한 채 윤석열정부는 생색내기용 양곡관리법 일부개정안마저 거부권 행사로 묵살시켰다. 이후 ‘남는 쌀을 세금으로 강제 매수’ 하는 대신 2023년 수확기 쌀값이 80kg당 20만원 수준이 되도록 수급안정대책을 추진하겠다고 거듭 밝혀 왔다. 또 윤석열정부는 수확기 쌀값 20만원을 ‘최근 5년간의 평년 쌀값 추이를 감안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수치’로 내세우며 이를 ‘달성’하는 게 대단한 목표라도 되는 양 내내 떠벌렸다. 그야말로 ‘가스라이팅’ 수준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가 반복 주입해 마지않았던 ‘80kg 쌀값 20만원’이 지난 2019년의 목표가격 21만4,000원보다도 낮은 값이라는 점이다. 물가상승률은 물론,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폭등한 유류대와 비룟값 등 올해까지 계속된 생산비 인상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은 자명하다.

뿐만 아니라 80kg 쌀값 20만원을 올해 목표인 양 강조하는 오늘날 정부의 작태는, 매년 비싼 값을 매겨 국내로 들여오는 40만8,700톤의 수입쌀과 ‘원하면 언제든’ 방출해 주는 정부의 비축물량 활용 전적과 더불어 농촌 현장의 조곡(볏값)을 떨어트리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산지 볏값은 지난해보다는 나은 여건에서 시작됐지만, 사실상 쌀값 ‘상한선’을 규정한 정부의 행태 때문에 농협을 비롯한 민간 RPC가 조곡 수매에 활발히 뛰어들지 않는 결과가 발생했고 이에 산지 볏값은 하향선을 기록 중이다.

80kg 쌀값 20만원은 볏값으로 단순히 환산하면 40kg 기준 약 7만2,000원 정도다. 하지만 올해 전남 지역에서 가장 높은 농협 벼 수매가가 6만원 초반대였던 점을 감안할 때 쌀값과 볏값 사이의 괴리 역시 상상 이상으로 큰 편이다. 생산비를 담아내지 못한 정부의 쌀값 목표치도 문제지만 정부가 파악 중인 쌀값과 현장에서 거래되는 볏값의 격차가 큰 것도 문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농민들 스스로 투쟁의 불씨를 당겨내야 하는 실정이지만 수십년 동안 정부 농정의 핵심으로 추진됐던 저곡가정책에 지친 농민들은 투쟁 의지마저 꺾여버린 듯 하다. 오늘날 추락하는 쌀값·볏값에도 좀체 투쟁의 불이 붙지 못하고 있다. 농민들 또한 이를 자각하고 있다.

현장의 볏값은 하루가 다르게 하락하는 지경이나, 최근 서울 시내 일부 식당에선 불문율과도 같았던 공깃밥 한 그릇의 가격이 2,000원으로 뛰어올랐다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이를 보도한 몇몇 언론에선 식당을 운영 중인 일부 자영업자의 입을 빌려 공깃밥 가격 인상의 원인 중 하나로 ‘쌀값’을 지목하고 있다. 45년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한 지난해 쌀값에 올해 수확기 쌀값을 갖다 대며 그 차이를 단순 비교했기 때문일 터다. ‘공깃밥 2,000원’ 보도에선 서민들의 물가 부담에 대한 우려도 단연 뒤따르고 있는데 미미한 농산물 비중은 뒤로 한 채 소비자물가만을 핑계 대며 저율관세할당(TRQ) 수입을 일삼는 정부와 적지 않게 닮은 모습이다.

<한국농정>은 잠시 숨을 고르는 농민들을 대신해 정부가 옹호해 마지 않는 80kg 쌀값 20만원의 실체를 밝히는 한편, 정부의 무책임한 행보에 추락하는 최근 산지 ‘볏값’ 사정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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