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농해수위 국정감사, 그 마지막 장면들

  • 입력 2023.10.27 10:02
  • 수정 2023.10.27 16:40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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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변을 마친 후 물을 마시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3일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및 소관기관에 대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변을 마친 후 물을 마시고 있다. 한승호 기자

그냥 넘기지 않은 ‘오만한 태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우선 이번 국감기간 관련 통계까지 부인하며 농업소득 저하의 심각성에 동의하지 않았던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장관의 태도에 대한 질타를 잊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돋보인 주인공은 신정훈 의원이었다. 신 의원은 질의를 따로 준비해 국정감사 기관 중 장관의 발언을 하나하나 곱씹은 뒤, 쌀의 적정가격을 소재로 농정당국의 ‘공감능력 부족’에 대해 긴 시간 비판을 이었다.

신 의원은 “1년 새 쌀의 총생산액은 최소 1조원 이상 감소했는데, 통계는 수치로 말하는 나라살림이며 민생의 현주소다. 책임이 누구의 것이든 어려움에 공감해야 한다”라며 “2023년도 쌀값 20만원을 적당한 가격으로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다. 10% 이상 폭등한 생산비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농민들은 윤석열정부 들어 최소 1조원 이상의 농업소득을 빼앗긴 셈”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감에서 장관의 발언과 태도를 보면 마치 농민은 태평성대를 누리는 것 같고 아무런 걱정이 없는 것 같다. 피감기관의 증인으로서 국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너무나도 안일하다. 무책임한 발언에 굉장한 유감을 표한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최저가격 보장제’, 이제 정말 해야 할 때 아니냐”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는 농민이 들인 생산비와 생산량을 토대로 농산물의 기준가격을 정해 생산자를 보호하는 제도다. 농업의 비중이 높은 일부 지자체에서는 몇몇 품목을 대상으로 이미 시행 중이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제도로 보장하고 있는 분야는 낙농업뿐이다. 최근 가파른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 위주의 물가정책이 지속되면서 농축산업계 전반에 걸쳐 언급의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정황근 장관이 “최저가격 보장은 오히려 과잉생산을 불러 가격이 떨어지고, 그걸 정부가 보전하다 보면 다른 예산을 써야 하며 품목도 다양하다”는 이유를 들어 기존 입장을 견지하는 가운데, 야당 의원들은 국정감사 첫날에 이어 종합감사에서도 제도를 토대로 국가가 농업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설득을 끈질기게 이어갔다.

대표적으로 어기구 의원은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 72번’이 식량주권 확보와 농가경영안정강화”라며 “농가경영안정을 위해 생산비 보전 가격안정제를 도입해야 할 시기가 왔다. 그래야 식량주권 확보가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말했고, 윤준병 의원은 “계속 특정 품목 쏠림 현상으로 인한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데, 농산물 전체 품목을 대상으로 안정제도를 도입한다면, 어차피 농지는 유한하고 모든 품목이 고루 경쟁하니 전체적 소득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라고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지난 23일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및 소관기관에 대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이종순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장이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3일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및 소관기관에 대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이종순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장이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소기의 성과’ 낸 여야 공격수들

지리한 논란 끝에 국정감사 자리에까지 오른 농식품부의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인사 개입 의혹 건은 이번 국정감사 기간 질의가 쏠렸던 사안 가운데서는 가장 깔끔하게, 또 극적인 과정을 통해 질의가 마무리됐다. 야당 의원들은 이 문제를 두고 국정감사 첫날 공세를 집중한 뒤 종합국감 당일에는 결정적 증거를 준비해 한 번의 공격으로 질의를 마쳤고, 관련 참고인 신문을 제외하면 더 이상의 시간을 소비하지 않았다.

원음을 직접 재생하지는 않았으나, 위성곤 의원은 확보한 녹취록을 토대로 이종순 농정원장이 외압을 자인했던 육성을 국정감사장에서 그대로 읽었다. ‘본인이 (발언)하셨고, (외부) 압박을 받은 것’이라는 위 의원의 확인에 이 원장은 아무 답을 하지 못했다.

정기환 한국마사회장을 끌어내리고자 하는 여당 역시 종합감사장에서 여러 차례 유효한 타격을 날렸다. 특히 정희용 의원은 처음 지적으로부터 일주일 넘게 시간이 흐른 뒤에도 시정되지 않은 장외 모바일 마권 구매 문제를 재차 꺼낸 데 이어, 과천 소재 ‘88승마장’ 내 숨겨진 고급시설 등 ‘특혜승마’에 관련된 의혹을 추가로 내놓은 끝에 “점검 내지 조사해 보고하겠다”는 장관의 대답을 얻어냈다.

축산 주요의제 `실종'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축산 농가들의 주요한 요구를 다루는 정책 질의가 거의 등장하지 못했다. 축산업에 비하면 국내 농업 내 비중이 극히 미미한 친환경 농업은 물론, 청년창업농 정책과 관련해서도 적게나마 핵심을 지적하는 질의가 종종 등장했던 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대신 새롭게 비중을 높여간 분야는 농가 경영이나 생존권과는 전혀 무관한 반려동물 산업 정책이었다.

때마침 터진 럼피스킨병 확산 관련 대응 주문을 제외하면 종합감사 당일에는 이양수 의원의 송아지생산안정제 실효성에 관한 문제제기(한우)와 어기구 의원의 악취개선사업 추가지원 요구(양돈)가 그나마 의미를 더했고, 이외엔 서삼석 의원의 집유 검사 전 위법행위 고발(낙농), 윤재갑 의원의 레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 사용금지 요청(양봉) 정도가 전부였다.

국정감사 기간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주철현·서삼석 의원이 지적한 돼지고기 등급판정제도의 실효성, 김승남·최춘식 의원이 나선 가축방역사 안전·처우개선 등 손가락만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무관세 축산물 수입 증가·축산자조금 자율성 확보·축종 단독 특별법 요구·사료가격 안정대책·동물복지 대응 등 농가들이 농정당국과 입씨름을 벌이고 있는 의제들이 쌓여있는 것을 생각하면 질의의 양과 질에서 모두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대다수 사안에 대해 축산단체들이 공식적으로 질의 요구를 전달했음에도 수용되지 못했다.

지난 23일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및 소관기관에 대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발언석에 나와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두 번째)의 중앙회장 연임 소급 적용, 일명 ‘셀프연임’ 내용을 담고 있는 농협법 개정안에 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3일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및 소관기관에 대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발언석에 나와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두 번째)의 중앙회장 연임 소급 적용, 일명 ‘셀프연임’ 내용을 담고 있는 농협법 개정안에 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꿋꿋이 ‘셀프연임’ 외친 소수의견

질의 순서상 첫 번째였던 윤준병 의원은 곧바로 뒷줄에 앉은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을 겨냥해 농협이 가장 거북해할 단어 ‘셀프연임’을 기어이 감사장에서 꺼냈다. 이 회장은 질병을 사유로 지난 농협중앙회 국정감사 당일 조기 이석한 바 있다. 윤 의원은 “‘셀프연임’과 관련해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같은 우려를 하는 위원들이 있다. 내부통제 강화라든지 도시조합의 역할 강화, 비상임 3선 제한 등 의미있는 농협 개혁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것마저 지연되고 좌초될 우려가 있다”라며 “개혁법안이 셀프연임 때문에 좌초되지 않도록 입장표명이 있어야 하겠는데, 불출마 선언을 고민해보지 않았나”라고 맞섰다.

윤 의원은 이후에도 이성희 회장과 농해수위의 동료위원들, 그리고 소병훈 농해수위원장을 향해 “셀프연임에 관해 마치 농해수위가 만장일치를 한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그렇지 않다. 이 부분은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라도 말씀드린다”라며 “입법을 강행해야 할 뚜렷한 명분이 없는 상황에서 국회가 로비를 받아서 그랬다고 오해할 소지가 충분하다. 여전히 저는 같은 생각을 갖고 있고, 내용에 대해 찬반의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만장일치란 곡해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라며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존재함을 명확히 했다.

윤준병·신정훈 의원만이 분투하는 가운데, 농해수위는 그간 숱하게 지적된 ‘셀프연임’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명확한 반박 없이 농협법 개정안 통과에만 힘을 싣는 모습을 보였다. 홍문표 의원은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을 향해 “장관이 로비를 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촉구하는가 하면, 김승남 의원은 “일부 언론이나 의원들이 셀프연임이라고 하는데, 법과 제도에 의해서 추진하는 것인 만큼 용어를 쓸 때 신중했으면 좋겠다”는 불만을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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