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씨앗, 만나야 산다

  • 입력 2023.10.22 18:00
  • 수정 2023.10.23 11:23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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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18일 충북 괴산군 소수면 한살림 우리씨앗농장을 찾은 한살림성남용인 조합원들이 안상희 대표와 간담회를 마친 뒤 추수를 앞둔 가위찰벼(토종벼) 논을 둘러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8일 충북 괴산군 소수면 한살림 우리씨앗농장을 찾은 한살림성남용인 조합원들이 안상희 대표와 간담회를 마친 뒤 추수를 앞둔 가위찰벼(토종벼) 논을 둘러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충남 청양군의 청년농민 이원호(25)씨. 그는 이 땅 곳곳에서 자라온 토종씨앗의 매력에 빠져 2018년 청양으로 귀농한 이래 현재까지 토종콩 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70여 종의 토종콩을 재배 중이다.

지난 14일 청양군 H2O센터(옛 청양고추문화마을)에서 열린 ‘더 테이스트 포럼 2023 – 청양 맛 축제’의 일환으로 열린 미식회 자리는 `요즘 인기 걸그룹이 누군지도, 어떤 드라마가 인기 있는지도 모르는' 정도로 농사짓는 데 바빴던 이원호씨로선 귀한 자리였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토종콩의 이름과 가치를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후세에도 토종콩이 우리 식탁에 더 많이 오를 수 있도록 열심히 농사짓겠다는 포부를 밝힌 이씨지만, 그런 그도 고민이 많다. 이씨는 “토종콩은 일반콩 대비 생산량이 적다. 같은 면적의 밭에서 일반콩이 한 가마 생산된다고 할 때, 대다수의 토종콩은 반의 반 가마도 수확이 어렵다”고 한 뒤 “온라인 직거래와 청양 로컬푸드(지역먹거리) 직매장 납품 이외엔 별도의 판로도 찾기 힘들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토종콩 재배만으론 소득을 남기기 어렵기에, 이씨는 토종밭과 소득작물용 밭을 별도로 관리 중이다. 다시 말해 농사 과정에서 이중의 수고를 들이는 셈이다.

미식회 자리엔 이씨가 재배한 토종콩을 갈아 만든 두유가 제공됐다. 각각 제주푸른독새기콩, 눈검정콩을 갈아 만든 두유였다. 일반 두유와 달리 설탕·첨가물 등을 넣지 않고 만든 두유였기에 달지도, 익숙하지도 않은 맛이었지만, 어디서도 느껴 볼 수 없는 토종콩 특유의 향과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이원호씨는 미식회 막바지에 “농사지으며 사는 것만도 너무 바빠 다른 곳에서 농사 관련 정보를 알려 줄 농민을 만나기도, 판로 관련 정보를 얻기도 어렵다. 이러한 정보들을 얻고 싶은 바람이 있다”고 피력함과 함께 “토종콩을 비롯한 토종작물이 궁금한 분은 언제든 연락하시라”고 말했다. 토종콩의 맛을 접할 기회는 물론, 토종콩을 재배하는 ‘20대 청년농민’을 접할 기회는 더더욱 없었던 미식회 참가자들은 미식회가 끝난 뒤에도 이씨에게 토종씨앗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했다.

<한국농정>은 토종씨앗 보전이 오랜 세월 유지해 온 우리의 종자주권 및 식량주권을 지킨다는 측면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이 토종씨앗을 지키고 가꾸는 농민의 ‘권리’를 위해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늘 이야기해 왔다. 그러나 이원호씨와 그가 가꾼 토종콩, 그리고 시민들이 흔치 않은 만남의 장을 가졌던 것처럼, 어떻게 해야 더 자주 토종먹거리와 시민이, 그리고 토종씨앗 보전 농민과 시민이 만날지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못했다. 이번호에선 일부 사례나마 그 ‘만남’의 예시를 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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