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떡·콩가루밥·어죽 … 지금도 청양 곳곳엔 향토의 ‘맛’이 살아 숨쉰다

청양 미식자원 보전·계승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 입력 2023.11.12 18:00
  • 수정 2023.11.13 03:2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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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달 14일 `더 테이스트 포럼 2023 - 청양 맛 축제'가 열린 충남 청양군 H2O센터 앞마당의 청양 손맛기록단 부스에서 축제 참가자들이 청양 전통 먹거리 콩가루밥을 먹은 뒤 그 소감을 메모지에 적고 있다. 왼쪽에선 손맛기록단 백가영씨(식문화 플랫폼 `벗밭' 대표)가 장떡을 굽고 있다.
지난달 14일 `더 테이스트 포럼 2023 - 청양 맛 축제'가 열린 충남 청양군 H2O센터 앞마당의 청양 손맛기록단 부스에서 축제 참가자들이 청양 전통 먹거리 콩가루밥을 먹은 뒤 그 소감을 메모지에 적고 있다. 왼쪽에선 손맛기록단 백가영씨(식문화 플랫폼 `벗밭' 대표)가 장떡을 굽고 있다.

전국 어느 곳이든 그 지역에서 난 식재료로 만든 ‘오직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먹거리’가 존재한다. 일각에선 이 먹거리들이 소위 ‘지역소멸’ 위기와 그로 인한 전통문화 계승 단절, 농업의 단작화 및 먹거리문화의 단순화(수입산 먹거리 중심의 문화)로 소멸위기에 처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지역 먹거리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지역 먹거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를 잘 보여주는 지역 중 하나가 충남 청양군이다. 인구 약 3만여명의 청양군은 충남의 ‘소멸위기 지역’으로 종종 거론된다. 그러나 청양 곳곳을 들여다보면 지역 특유의 먹거리가 여전히 그 맛과 색깔을 뽐내고 있다. 이를 ‘미식자원’으로서 보전·계승하려는 민간운동 주체들과 청양군(군수 김돈곤)의 노력도 두드러진다.

식문화 플랫폼 조직 ‘내일의식탁(이사장 김원일)’과 ‘벗밭(대표 백가영)’ 등의 청년 활동가들은 ‘청양 손맛기록단(손맛기록단)’을 꾸려, 올해 상반기 6개월 동안 지역 내 ‘손맛’ 발굴을 위해 청양 곳곳을 누볐다. 손맛기록단은 오랜 세월 이어온 청양의 식재료와 음식 문화를 발굴하고자 청양 토박이 주민들을 만나 조리법을 전수받았다. 손맛기록단 활동은 청양군 사회적공동체 특화단지 역량강화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손맛기록단이 발굴한 ‘청양의 맛’은 무엇일까. 대표적인 요리로 장떡, 콩가루밥, 갈치콩조림, 가죽 묵나물 자반이 꼽힌다. 콩가루밥의 경우 청양의 콩을 활용해 만든 밥이다. 콩가루밥을 먹어온 청양군 목면 주민이 손맛기록단에게 이야기해 준 ‘콩가루밥의 추억’은 무엇일까?

“인절미 만들고 남은 콩가루를 비벼 먹었어. 옛날에 입맛 없을 때 사발에 밥 퍼서 주먹밥처럼 뭉쳐서 먹었는데, 어머니가 많이 해주셨지. 특히 여름에 찬밥이랑 콩가루만 있으면 바로 해먹을 수 있으니까 좋았어. 달달한 떡 같기도 하고 다른 반찬 없이 금방 배도 불러서 많이 먹었어.”

청양의 또 다른 콩 요리인 갈치콩조림의 경우, 과거 가난한 시절 장날에 생선을 사오면 튼실한 토막은 어르신들 드리고, 남은 머리와 꼬리는 콩과 조려 반찬으로 만든 데서 유래했다(청양 주민 명제숙씨의 이야기). 장떡은 마을 또는 집안에 잔치가 있을 때 손님에게 나눠줬던(청양 주민 이명수씨의 이야기) 떡이다.

손맛기록단은 청양군·한국농어촌공사·‘더테이스트청양’ 주최 ‘더 테이스트 포럼 2023 – 청양 맛 축제’가 열렸던 지난달 14일 청양군 H2O센터(옛 청양고추문화마을) 앞마당에 부스를 차려, 6개월간 청양을 누비며 전수받은 ‘손맛’을 축제 참가자들에게 선보였다. 손맛기록단 활동가들은 쉴새 없이 장떡·콩가루밥 등을 만들어 참가자들에게 맛보게 한 뒤, 그 맛과 연동되는 자신들의 추억을 메모지에 남기도록 했다. 장떡은 달짝지근하고 쫀득쫀득한 맛이 중독성 있게 다가왔고, 콩가루밥의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은 한가득 입에 퍼졌다.

지난달 14일 `더 테이스트 포럼 2023 - 청양 맛 축제'의 일환으로 청양 H2O센터에서 열린 미식회 중 제공된 청양 어죽.
지난달 14일 `더 테이스트 포럼 2023 - 청양 맛 축제'의 일환으로 청양 H2O센터에서 열린 미식회 중 제공된 청양 어죽.
지난달 14일 `더 테이스트 포럼 2023 - 청양 맛 축제'의 일환으로 청양군 H2O센터에서 열린 미식회 중 김민솔 농업회사법인 아나농(아름다운 나라의 농부들) 대표가 아나농의 활동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더 테이스트 포럼 2023 - 청양 맛 축제'의 일환으로 청양군 H2O센터에서 열린 미식회 중 김민솔 아나농(아름다운 나라의 농부) 대표가 아나농의 활동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청양의 ‘맛’은 지금도 곳곳에서 발견 가능하다. 별미 중 하나로 어죽을 꼽을 수 있다. 과거 청양의 개천에선 폭우로 물이 범람할 시 물고기를 몽둥이로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물고기가 많았고 물도 깨끗했다. 어죽은 주민들이 풍부한 물고기를 잡아서 만들어 먹은 음식이었다. 그러나 △1990년 금강하굿둑 완공 △농약·화학비료 사용 증가에 따른 농사방식의 변화(그로 인한 수질오염) 등의 요인으로 물고기 개체 수는 과거보다 줄었고, 그만큼 맛의 다채로움도 줄어들었다(청양군 목면 화양2리 방호경 이장의 증언).

청양의 ‘맛’을 지키는 사람은 지금도 곳곳에 있다. 김민솔 농업회사법인 아나농(아름다운 나라의 농부) 대표는 사범대 졸업 뒤 2010년 청양군 장평면에 어머니와 함께 귀농한 청년으로, 철저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각종 장류(된장·고추장·청국장 등)를 담근다. 최근 곳곳에서 인스턴트 된장·간장이 늘어나는 가운데서도, 김민솔 대표는 ‘느리게 익지만 구수하게 성장하는 전통 장’의 생산을 표방한다. 그가 장류 생산에 활용하는 콩의 대부분은 청양 및 인근 지역에 귀농한 청년들이 생산한 콩이다. 콩을 기반으로 한 ‘청년 네트워크’가 만들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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