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배춧값 전망 또 호들갑, 주산지 실제 상황은?

다가올 김장철과 엮어 일부 언론에서 가격 폭등 우려 호도
김장용 가을배추 비롯해 월동배추 작황 대체로 ‘양호’한 편
현장선 정부가 이달 발표 예고한 김장 수급 대책 경계하기도

  • 입력 2023.10.15 18:00
  • 수정 2023.10.15 19:08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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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1일 전라남도 해남군 북평면 일원의 배추밭. 농민들은 현재까진 작황이 우수해 김장철 배추 수급이 원활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1일 전라남도 해남군 북평면 일원의 배추밭. 농민들은 현재까진 작황이 우수해 김장철 배추 수급이 원활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일부 언론에선 ‘정상 시세’를 되찾은 배춧값이 폭등한 것처럼 잘못 보도되고 있을 뿐 아니라 다가오는 김장철과 엮어 배춧값 폭등 우려에 대한 기사까지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정부·연구기관 및 시장 관계자, 현장 농민 등은 10월 중순 이후부턴 출하 물량이 안정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예견하기 다소 이르지만 아직까진 김장재료로 쓰이는 가을배추 작황이 평년과 비교해 나쁘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장철 배춧값 폭등을 우려할 상황이 아니란 의미다. 덧붙여 현장 농민들은 배춧값 폭등 우려를 호도하는 보도로 정부가 수급 대책 등에 섣불리 개입할 경우 지난해와 같은 월동배추 폭락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일주일 동안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된 상품 배추 10kg 평균 가격은 1만2,262원이다. 전월대비 13% 높은 편이나 전년대비 35%, 5년 평년대비 17% 낮다. 아울러 공사 데이터전략팀은 고랭지배추 출하가 10월 초순경 마무리되고 준고랭지 2기작 물량이 출하될 예정이라 밝혔는데, 생장기 폭염으로 준고랭지 2기작 물량의 생장과 결구 속도가 평년보다 느린 편이고 병해로 인한 상품성 하락이 예상되나 10월 중순부터는 출하지역 확대로 시장 반입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공사는 이달 평균 배추(10kg 상품 기준) 가격이 9,000원대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후 김장용 가을배추의 경우 주로 충청과 전남 등에서 출하되는데, 충청지역 작황이 평년에 못 미친다는 농민들의 우려가 존재하나 11월 초중순 무렵 수확이 예정된 전남지역 작황이 양호해 물량을 충분히 뒷받침할 것으로 파악된다.

먼저 충청의 경우 파종·정식기 잦은 강우로 배추 정식이 늦어지거나 재파종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논콩 등을 대신해 배추를 정식한 농가도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정식 초기 생육이 일부 불량했던 탓에 몇몇 지역에선 출하 물량 감소와 상품성 하락을 걱정하고 있으나 평년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일부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용희 괴산군농민회장은 “괴산의 경우 비가 많이 와서 20%가량 수확량이 줄어들 것 같다. 포기 형성이 잘 안 된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라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어 김희상 청주시농민회 사무국장 역시 “비가 많이 와서 작황이 좋지 않다. 정식할 때도 날이 더워 활착이 제대로 안 되기도 했고, 한참 뿌리 내리고 커질 시기에도 비가 와서 그 영향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산지유통인은 “초기 생육이 불량하긴 했으나, 평년 수준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전남의 경우 김장용 가을배추 출하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정거섭 해남군농민회 산이면지회장은 “산이면은 올해 월동배추보다 가을배추 정식면적이 훨씬 많은 데다가 병해충도 없고 현재 작황이 매우 양호한 편이다. 일부 언론에서 벌써 김장철 배춧값 얘기를 하고 있다는데, 농민들은 이미 계약을 다 마친 상태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데다 올해 가격이 폭등할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라며 “언론이 떠들고 있어 정부가 또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모르지만, 정부 대책은 항상 가격이 오를 것 같다는 전망에는 하루바삐 움직이고, 생산 과잉으로 가격 폭락이 예상될 땐 나몰라라 하는 식이라 결국 피해를 보는 건 농민들인 것 같다”고 탄식했다.

오관용 해남군농민회 북평면지회장 또한 “절임배추 시기를 앞당기려고 일찍 심은 포전을 제외하고 정상적으로 파종·정식한 포전은 상태가 양호하다. 걱정할 수준은 아닌 것 같고 방제를 다들 적절히 해 무름병 발생도 크게 우려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가락시장 배추·무 최대 거래 도매시장법인인 대아청과 관계자 역시 “현재 김장 작황을 예단하기는 좀 어렵지만 김장배추 재배면적이 줄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소비가 감소하는 최근 추세까지 고려하면 올해 김장 가격이 높을 것이라 예상하는 건 좀 이른 판단이라 생각한다”며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올해 김장 가격이 평년보다 월등히 높을 것이다’ 이렇게 보긴 어렵다고 말씀드리겠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0일 “김장 성수기인 11월에 생산되는 가을배추 전체 재배면적이 평년대비 2.6% 많은 1만3,856ha로 수급이 안정적일 전망이나, 산지 작황에 따라 공급량이 감소될 수 있고 일부 부재료 가격이 전·평년 대비 높을 수 있어 공급량 확대와 할인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김장재료 수급안정 대책’을 10월 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발표했다.

이에 전남 해남군 등 가을배추 및 월동배추 주산지 농민들은 정부의 김장재료 수급안정 대책에 대한 우려를 벌써부터 나타내고 있다. 김장배추 대책 그 자체로 정부가 가격 폭등을 우려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고, 이로 인한 소비 감소세 확대와 가공업체의 거래 저조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덧붙여 농민들은 지난해 정부가 저품위 배추를 김장철에 풀겠다고 수매했으나 소비 부진이 심화돼 결국 월동배추 가격 폭락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무진 전국배추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추고자 손을 쓰는 순간 월동배추 가격까지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다. 농식품부가 배추 수급 상황을 장기적으로 살펴보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정부 대책이 시장에 주는 파장이 적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김장철 홍수 출하 가능성을 살피고, 월동배추 수급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배추 산지유통인 A씨 또한 “언론에서는 배춧값 폭등을 얘기하기에 앞서 배추가격에 대한 기준부터 고쳐야 한다. 폭등한 생산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전년 대비 얼마 올랐다 이런 식으로 보도를 하다 보니 소비가 위축되고 농민들이 계속 어려워지는 거다”라면서 “정부 수급 매뉴얼 또한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지금 배춧값이 올랐다고 하는데 정상화되는 과정일 뿐이고, 사실상 특품 기준으로만 얘기를 하다 보니 가격이 높게 느껴지는 거다. 실제 가정에서 김장하고 공장에서 가공하는데 특품만 필요한 게 아니다 보니 올해 물량이 충분하고 가격 폭등도 없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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