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의 고시 ‘꼼수’ 개정에 가축분비료업계·축산단체 반발

농진청, 지난달 15일「비료 공정규격 설정 고시」일부 개정안 행정예고
음식물류폐기물 명칭 개정 비롯해 건조분말 원료 활용 확대 내용 담아

  • 입력 2023.10.05 19:00
  • 수정 2023.10.05 19:09
  • 기자명 장수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농촌진흥청(청장 조재호, 농진청)이 지난달 15일 농림부산물 및 가축분을 활용한 ‘바이오차’의 공정규격 신설과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의 명칭 개정 등을 골자로 한「비료 공정규격 설정 고시」 일부개정안을 행정 예고한 가운데,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의 가축분퇴비 및 퇴비 원료 허용’ 내용을 개정안에 ‘끼워넣기식’으로 담아 가축분유기질비료업계를 비롯해 축산단체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농진청은 기존 ‘음식물류폐기물’로만 규정됐던 가축분퇴비 및 퇴비 원료에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을 추가했는데, 고시 개정안 공고가 아닌 ‘신·구조문 대비표’에만 해당 내용을 포함해 가축분유기질비료업계와 축산업계의 ‘꼼수’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농진청은 지난 2019년 3월 비료 공정규격 설정 고시를 개정하며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을 혼합유기질 및 유기복합 비료의 원료로 포함시켰다. 당시 부산물비료 중 부숙유기질비료(가축분퇴비·퇴비) 원료로만 사용할 수 있었던 음식물류폐기물의 비료 활용 확대를 두고 비료업계와 폐기물 처리업계 등에서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개정안 행정예고와 맞물려 2018년 말 고시 개정 이전부터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이 불법 유통돼 유기질비료 제조업체에서 사용됐다는 사실까지 보도됐지만, 고시 개정은 당초 계획대로 이뤄졌다.

당시 농진청은 시험·연구 결과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의 토양환경 영향이 기존 유박 등과 차이가 없어 부숙하지 않은 유기질비료의 원료로도 사용 가능하다는 판단에 개정을 추진했다고 내세웠다. 또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을 유기질비료의 원료로 허용할 경우 비료 원료로 쓰이는 유박의 수입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반면 가축분유기질비료생산업체와 축산농가에선 음식물류폐기물 사용이 확대될 경우 가축분뇨 재활용 및 처리에 제약이 생기는 것은 물론 농축산물 부산물 자원화 목적의 유기질비료지원사업의 취지를 잃게 된다고 반대했다. 유기질비료를 사용하는 농가에서도 “비료로 가치가 있다 해도 축적되는 염분과 이물질은 토양환경을 오염시킬 수밖에 없다.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을 유기질비료 원료로 허용한다면 유기질비료지원사업에서 유기질비료를 제외해야 한다”며 우려했다.

이미 가축분유기질비료업계 내에서는 음식물류폐기물의 활용이 편법으로 빈번히 벌어지고 있음을 인지하고 이를 바로잡아 줄 것을 농진청과 농림축산식품부에 수차례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음식물류폐기물의 활용 ‘확대’ 목적의 고시 개정 행정예고안이 다시금 농진청의 꼼수와 함께 이뤄지자 가축분유기질비료협동조합(이사장 박홍채)은 지난달 27일 “지난 2019년 농진청은 농축산단체 반대에도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을 유기질비료 원료로 허용했다. 가축분퇴비 사용 감소를 우려하자 가축분퇴비의 가축분뇨 투입량 확대와 경축순환농업 활성화 방안 등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지금까지도 반영되지 않았을뿐더러 개정 이후 진행된 비료 품질검사에선 40여개 제품이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 미표시 및 사용기준 초과로 적발된 바 있다. 해당 업체와의 법적 분쟁으로 캡사이신 검사 기준을 70배나 완화하는 무원칙 개정까지 지난 2020년 시전했다”고 지난 2019년 고시 개정 이후의 상황을 지적했다.

덧붙여 가축분유기질비료협동조합은 “우리나라 음식물류폐기물의 이물질과 잔류화학성분, 수거 중 부패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음식물류폐기물의 비료화는 양질의 비료 원료 공급 및 유기성 폐기물의 선순환이라기보다 토양 오염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또 폐기물 원료 처리비와 비료 보조금으로 이중보조 논란이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음식물폐기물을 사용한 비료업체들의 불법 리베이트로 시장질서 교란, 덤핑 등 과당경쟁이 시발됐고 부숙유기질비료 시장이 혼탁해졌으며 이는 부산물비료업계의 자정운동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음식물류폐기물의 명칭 ‘순화’와 건조분말의 부숙유기질비료 원료 허용에 명확한 반대의사를 밝힌다. 농진청의 농축산업인 기만행위를 규탄하며 이제라도 시험연구 및 농민 지도·양성 등 농진청의 정체성 회복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진청 관계자에 따르면 음식물류폐기물의 명칭 개정은 유기질비료 생산 업계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농민들의 사용 기피 원인이 명칭 때문인지는 농진청이 직접 확인하지 않은 실정이다. 아울러 지난 4일 행정예고 기간이 만료된 가운데, 한국농축산연합회와 대한한돈협회에서도 “음식물쓰레기 혼입 확대로 인한 비료 품질 저하 및 토양 오염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경축순환에 역행하는 고시 개정 추진을 전면 반대한다”며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의 원료 허용 확대 철회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서 농진청의 계획대로 고시 개정이 이뤄질지 농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