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류폐기물 사용 찬반 대립 격화, 고시 개정 제동 걸리나

농진청, 지난해 12월 비료공정규격 개정안 행정예고

부산물비료 업계 등 이해당사자 ‘갑론을박’ 갈등 양상 지속

정부 “의견 수렴·조정 후 개정 추진할 것” 뒤늦게 입장 표명

  • 입력 2019.03.17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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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음식물류폐기물의 유기질비료 원료 허용을 골자로 한 ‘비료공정규격 설정 및 지정’ 고시 개정이 미뤄지는 가운데 비료업계 등 이해당사자 간 갈등이 격화되는 분위기다.

처리업계 설명에 따르면 현재 음식물류폐기물은 세 가지 방식으로 처리된다. 습식사료로 돼지 등에 급여하는 방법이 있고, 이물질 선별·제거 후 폐수를 짜내 탈수 케이크 형태로 부숙유기질비료 업체에 공급하거나 이물질과 염분을 제거한 뒤 발효·건조 등의 과정을 거쳐 사료 원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 외 일부는 바이오디젤 등으로 활용된다.

이처럼 현행법상 음식물류폐기물은 부산물비료 중 부숙유기질비료(가축분퇴비·퇴비)의 원료로만 사용할 수 있다. 지난 2014년 농촌진흥청은 원료 다양성 확보 및 음식물류폐기물 재활용 촉진 등을 전망하며 비료공정규격을 개정했고 음식물류폐기물은 퇴비에서 가축분퇴비 원료로 확대됐다. 폐기물 함량과는 관계없이 가축분뇨가 전체 구성의 50% 이상일 경우 가축분퇴비로 유통·판매되기 때문에 가축분뇨를 주원료로 하는 퇴비 생산업체의 반발이 극심했고, 당시 농진청은 농림축산 부산물 자원화 촉진을 위한 농식품부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의 목적을 변질시켰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을 유기질비료(혼합유기질·유기복합) 원료로 허용하는 개정안이 행정예고됐다. 유오종 농진청 농자재산업과 팀장은 “그간 비료업계 및 폐기물 처리업체 등에서 음식물류폐기물 사용을 허가해달라는 요구가 있었고 시험·연구 결과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은 비료 성분이나 악취, 유해성 등에 문제가 없고 토양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기존 유박 등과 차이가 없기 때문에 부숙하지 않은 유기질비료의 원료로도 사용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개정 추진 이유를 전했다.

하지만 개정안 행정예고와 맞물려 지난해 말 음식물류폐기물이 불법 유통돼 유기질비료 제조업체에서 이를 원료로 사용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는 허술한 비료관리법이 다시금 도마 위로 오르는 계기로 작용했고 농진청과 지자체는 유기질비료 생산업체 단속·점검을 강화했다. 이에 그간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을 암암리에 사용하던 유기질비료 업계 수요가 줄어 재고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수도권 중심의 폐기물 처리업체 등은 추후 ‘쓰레기 대란’까지 예고하며 원료 허용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현재 부숙유기질비료 업체에선 kg당 70원 정도의 처리비용을 받고 음식물류폐기물 원물 및 탈수 케이크를 비료 원료로 사용한다. 하지만 건조분말의 경우 kg당 80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수입해 들여오는 피마자박 등의 단가가 kg당 180원 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 사용이 가능해지면 유기질비료 업계의 생산비가 상당부분 경감될 전망이다. 또 비료 원료 허용을 찬성하는 업계에선 피마자박에 맹독성물질인 리신이 함유돼 있고 이를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로 대체할 경우 독성위험 및 환경오염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가축분유기질비료생산업체와 축산농가 입장에선 음식물류폐기물 사용이 확대될 경우 가축분뇨 재활용 및 처리에 제약이 생기는 것은 물론 농축산물 부산물 자원화 목적의 정부 지원사업도 본래 취지를 잃게 된다는 주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이해당사자 간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환경부는 유기질비료의 원료 확대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전했으며 농식품부의 경우 농민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농진청은 비료 안전성 확보 및 이력관리 체계 확립, 품질검사와 단속 강화 등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관계 부처와 지속 협의할 예정이며 여러 의견을 수렴해 3월 중 고시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관리체계 상 구멍이 이미 수차례 확인된 가운데 ‘단속 강화’라는 땜질 처방 외 비료관리법 개정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 농진청이 고시 개정과 더불어 어떤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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