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비료공정규격 개정, 이대로 괜찮을까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 … 10년간 불법사용 알고도 쉬쉬

음식물자원화협회, 폐기물 이동경로 추적한 영상 증거 제시

철저한 진상조사 및 조치, 비료관리체계 개정·보완 요구 빗발

  • 입력 2019.03.24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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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한국음식물자원화협회 준법감시활동팀이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 이동경로를 추적한 동영상 갈무리.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강동구에서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을 가득 실은 화물차가 유기질비료 생산업체로 향하고 있다. 한국음식물자원화협회 제공
한국음식물자원화협회 준법감시활동팀이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 이동경로를 추적한 동영상 갈무리.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강동구에서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을 가득 실은 화물차가 유기질비료 생산업체로 향하고 있다. 한국음식물자원화협회 제공

농촌진흥청(청장 김경규, 농진청)이 이번달 안으로 고시 개정을 마무리하겠다는 예고와 함께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의 유기질비료 원료 사용을 사실상 확정지었음에도 폐기물 처리 및 비료 생산 업계 내외의 갈등은 좀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지난 15일 한국음식물자원화협회(회장 배양수, 자원화협회)는 간담회를 열어 폐기물 건조분말이 유기질비료 생산업체로 이동했다는 동영상 등의 증거자료와 이러한 불법사용 정황이 약 10년간 지속됐다고 밝혔다. 게다가 해당 내용의 민원을 제기해 농진청이 이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개정 추진을 강행한다고 전해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이에 비료공정규격 개정을 둘러싼 여러 쟁점을 확인해보고자 한다.

 

‘쓰레기 대란’으로 개정 추진 압박?

농진청이 비료공정규격 개정을 서두르는 이유 중 하나는 음식물류폐기물이 유기질비료 원료로 허용되지 않을 경우 ‘쓰레기 대란’이 발생한다는 우려가 확산돼서다. 하지만 환경부와 음식물류폐기물 처리업계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쓰레기 대란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심충구 환경부 폐자원에너지과 사무관은 “고시 개정이 늦어져 쓰레기 대란이 발생할 거란 언론 보도는 과장된 것이며 음식물류폐기물을 처리하는 업계 내부의 이권다툼으로 해당 내용이 확산된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또 김완수 자원화협회 정책위원장은 “일정 규모 이상의 업체 부족물량만 따져도 하루 약 1,690톤 정도”라며 “고시 개정이 미뤄져 쓰레기 대란이 발생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고 건조분말이 포화 상태라면 습식 처리업체에서 이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건식 처리업체는 부숙을 거치지 않아 시간 제약이 없기 때문에 설비만 가동하면 처리량을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 업체별 처리 허가톤수는 지자체가 결정하는데, 강동·송파 등 지자체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업체 등에서 물량을 점차 늘리기 시작했고 처리한 건조분말은 1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유기질비료 생산업체에 판매됐다”면서 “농진청에 10년간 100만톤에 가까운 건조분말이 불법으로 사용됐다는 민원을 제기했음에도 농민 피해 보전이나 국고 환수 등의 조치가 아닌 고시 개정에 몰두하는 게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자원화협회는 자체 운용중인 준법감시활동팀이 확보한 건조분말 이동경로 추적 영상과 사진 등 앞선 정황을 뒷받침할 자료를 제시하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그에 따른 조치를 촉구했다.

 

음식물류폐기물, 비료로 적정한가

농진청은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을 유기질비료로 허용하는 이유로 독성 논란이 지속됐던 피마자박 수입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건조분말 형태로 처리된 음식물류폐기물은 수분 및 염분함량이 낮으면서 비료로써 가치가 높다고도 전했다.

농진청 자료에 따르면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의 비료성분은 △유기물 80.6% △질소 4.4% △인산 2.2% △칼리 1%로 분석됐으며, 유기질비료 원료로 많이 사용되는 피마자유박 대비 비료성분에 큰 차이가 없다.

또 농진청이 지정한 비료시험연구기관에서는 지난 2012년 100% 건조분말만을 사용해 농작물(상추) 재배를 시험·분석한 결과 생육 및 수량증대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에 의하면 재배기간 동안 암모니아 등 유해가스로 인한 농작물의 생육장해 등 피해는 없었으며, 토양 이화학성 검사에서도 재배지의 산성도 및 유기물 등이 적정 기준 이내로 나타났다.

하지만 농업현장에서 비료를 사용할 농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특히 유기질비료를 사용하는 대다수가 시설작물 재배농가고, 해당 농민들이 가장 고민하는 요소 중 하나가 염류집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개정 철회를 언급하며 “현장에서 비료를 사용하는 농민 등 이해당사자간 논의도 없이 고시 개정을 강행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농진청이 고시 개정을 강행하더라도 비료의 규격이나 성분을 보다 분명하고 명확하게 표시하도록 규정해 농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지난 18일 성명서를 통해 “농진청은 염분 함량 및 원료식별 문제, 작물생육과 토양영향 등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이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할 공식적 연구결과나 현장 검증 자료 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허점투성이 ‘비료관리법’ 개정부터

한편 유기질비료 원료를 확대하는 비료공정규격 개정에 앞서 허술한 비료관리체계부터 손봐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우선 이번에 비료 업체 측 불법사용이 확인된 음식물류폐기물은 환경부가 ‘올바로 시스템’으로 반입·반출을 관리한다. 하지만 처리 후 유통정보는 해당 산물이 이용될 분야의 법을 따르는데, 예를 들어 사료로 쓰일 경우 사료관리법에 의해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하고 퇴비 등에 사용되면 비료관리법상 농진청 등이 도맡는 형태다.

하지만 농식품부와 농진청은 환경부 시스템과 연계해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 등 처리산물의 유통정보를 전혀 관리하지 못했을뿐더러 비료 업체가 이를 불법으로 사용했음에도 파악조차 못할 만큼 현행 비료품질관리정보시스템이 허점투성이라는 사실까지 드러내고 말았다.

이와 관련해 이창호 농식품부 농기자재정책팀 사무관은 “비료 품질관리 개선을 위해 지난해 농진청 개정안에 비료 이물질 기준 등을 마련했으며, 환경부와 논의를 지속해 ‘올바로 시스템’을 비료품질관리정보시스템과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무관은 “환경부가 음식물류폐기물 처리업체 정보를 넘겨주려면 개인정보동의 등 절차가 필요하므로 처리업체 정보 공유에 대한 권한을 법제화하면서, 국회 계류중인 비료관리법 개정안도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 비료품질관리기관을 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비료관리체계 개선 없이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이 유기질비료 원료로 허용될 경우 비료에 음식물류폐기물이 얼마만큼 쓰였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농진청이 지난해 행정예고한 개정안에 따르면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은 염분 2% 이하 및 수분 15% 이하여야 하고, 전체 원료의 30% 이내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음식물류폐기물 건식 처리업체 등에선 건조분말을 100%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만큼 관리 강화가 배제된 채 고시가 개정되면 비료 생산 시 비교적 저렴한 폐기물 함량을 늘릴 가능성이 농후한 반면, 농민들은 폐기물이 비료에 얼마나 사용됐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농민단체 등에선 고시 개정 강행이 아닌 비료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보완 대책 마련과 유기질비료 업체에 대한 단속 강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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