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그 이름으로 싸워 이겼다, 백남기 농민 7주기 추모제 열려

백남기농민기념사업회, 추모제 및 제1회 백남기생명평화상 시상식 개최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서, 농민‧진보단체‧천주교 우리농 등 인사 집결

  • 입력 2023.09.23 17:17
  • 수정 2023.09.24 20:44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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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백남기 농민 7주기 추모제 및 2023 '백남기생명평화상' 시상식이 23일 광주광역시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열리고 있다.
백남기 농민 7주기 추모제 및 2023 '백남기생명평화상' 시상식이 23일 광주광역시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열리고 있다.
제1회 백남기생명평화상 평화통일 부문 수상자는 고 김병균 목사로, 아내 전보애 여사(오른쪽 두 번째)가 대리 수상했다. 
제1회 백남기생명평화상 평화통일 부문 수상자는 고 김병균 목사로, 아내 전보애 여사(오른쪽 두 번째)가 대리 수상했다. 
추모 공연에 나선 중앙대 민주동문회 노래패 '어울소리'가 백남기 농민이 생전 가장 좋아했다는 노래 ‘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 부르자, 원로 농민운동가들이 어깨동무 하며 따라 부르고 있다. 
추모 공연에 나선 중앙대 민주동문회 노래패 '어울소리'가 백남기 농민이 생전 가장 좋아했다는 노래 ‘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 부르자, 원로 농민운동가들이 어깨동무 하며 따라 부르고 있다. 
백남기 농민 묘소에 헌화하는 추모객들. 
백남기 농민 묘소에 헌화하는 추모객들. 

7년 전 박근혜정권을 규탄하는 시위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숨진 백남기 농민 추모제와 제1회 ‘백남기생명평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사단법인 생명평화일꾼 백남기 농민 기념사업회(이사장 김영호, 백남기기념사업회)’가 23일 광주광역시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진행한 추모식‧시상식에는 백남기 농민의 유가족과 가톨릭농민회(회장 신흥선, 가농),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하원오, 전농),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 양옥희, 전여농),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양경수), 진보당 등에서 찾아온 인사 200여명이 자리했다.

이날 행사는 방래혁 신부(천주교 광주대교구 노안동성당 주임), 이승현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장)가 공동 집전하는 추모미사로 시작됐다.

방래혁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7년 전 외쳤던 ‘내가 백남기다, 우리가 백남기다’라는 구호의 참된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며 그 무게감을 새삼 느낀다. 여전히 세상은 똑같은 상황을 반복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혐오와 증오로 가득한 세상, 백남기 어르신의 따뜻한 미소를 추억하며 여전히 그와 함께 관계하는 유일한 길은 우리가 백남기로서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을 살아내는 것이다”라고 추모했다.

추모제에서는 백남기 농민 생전 함께 활동했던 인사들이 추모사에 나섰다. 이들은 백남기 농민을 추억하면서 그의 정신을 이어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먼저 김영호 백남기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윤석열정권은 검찰 독재로 일관하며 한반도 평화, 국민 생명과 안전, 노동자와 민중의 삶은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을 이간질하고 저항하고 바른말 하는 이들을 공산 세력이라 공격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지금도 촛불혁명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혁명의 주체로서 노동자, 농민, 민중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내자. 백남기기념사업회는 백남기 농민의 생명‧평화 정신을 받들어 함께 싸워나가겠다”라고 다짐했다.

문경식 한국진보연대 상임 공동의장도 “8년 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참여를 위해 보성에서 백남기 농민과 한 버스를 타고 올라왔지만, 그는 죽음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왔다”면서 “박근혜보다 윤석열이 천 배 만 배 더 탄핵돼야 할 대상이다. 오는 11월 11일 윤석열 퇴진 총궐기 투쟁에 힘을 모으는 것이 백남기 정신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정치 대전환과 양당 체제를 바꿔내는 것이 이 시대 우리에게 백남기 형님이 요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농민단체 대표들도 진정한 추모는 백남기 정신 계승임을 강조했다.

하원오 전농 의장은 “윤석열정권의 패악질이 도를 넘어섰다. 촛불정신은 사라지고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으며, 평화통일 대신 대결과 반목이 자리 잡았다. 친미 수구세력이 민중의 삶을 탄압하고 있다. 다시 투쟁의 깃발을 높이 들어 올려, 박근혜정권을 끌어내렸던 것처럼 윤석열을 끌어내려야 한다”라며 “정권 퇴진 투쟁을 열어냈던 백남기 농민의 정신을 가슴에 새기며, 전농이 백남기가 돼 윤석열정권 퇴진의 선봉에 서서 새로운 나라를 향해 힘차게 전진하겠다”라고 결기를 다졌다.

양옥희 전여농 회장은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지금, 우리는 그해 백남기 농민이 쓰러졌던 겨울을 다시 한번 준비하고 있다”면서 “다시 설 것이다. 다시 그 도로 위를 내달리고 제대로 살고 싶다는 구호를 목이 터지라고 외칠 것이다. 그날만큼 지금 우리가 준비돼 있는지 스스로 묻자. 우리 모두 백남기가 돼 다시 한번 세상을 뒤집어 보자. 역사의 위기마다 나라를 지켜온 것은 농민들이다. 오늘 이 자리가 싸움과 승리를 약속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독려했다.

신흥선 가농 회장은 “삶의 긴 여정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르친 백남기 임마누엘 동지 영전에 추도사로 인사 올린다. 악의 밧줄을 당겨 농민해방과 자주통일 실현을 위해 몸소 행동한 백남기 농민을 존경한다. 통일을 염원하며 이름 지은 자녀들 백두산(하상바오로), 백민주화(유스티나), 백도라지(모니카)와 평생 반려자인 박경숙(율리아나) 여사 모두 존경한다”면서 “가농은 천주교와 국민이 행동에 나서도록 더 노력하며, 그 선두에서 역사적 승리를 이룬 백남기 농민을 가슴 깊이 기억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이에 박경숙 여사는 “먼 길 마다 않고 와주셔서 감사하다. 재정이 열악한 데도 기념사업회에서 시상식까지 마련해 줘서 너무나 감사하다”라고 화답했다.

한편 제1회 백남기생명평화상 평화통일 부문 시상식이 이어졌다. 이 상은 생명농업과 평화통일 2개 부문을 시상하는데, 올해는 생명농업 부문은 시상하지 않기로 했다.

평화통일 부문 수상자인 고 김병균 목사(1948~2023)는 평생을 통일과 민주주의 운동에 헌신했으며, 1978년 농촌목회를 시작하면서는 농민운동에도 매진했다. 지난 3월 병환으로 임종했으며, 임종 직전까지 진보 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김순흥 심사위원장은 “농업부문에서 1명 추천됐다. 이 후보는 백남기 농민과 같은 뜻으로 평생을 살아오신 분으로 매우 훌륭하셨다. 하지만 (같은 기준으로 보면) 백남기기념사업회 회원 모두가 다 상 받을 자격이 있고, 그러면 해마다 이 상을 어떻게 감당할까란 고민에 빠져 자격을 한층 높이다 보니 선정하질 못했다”라고 농업부문 수상자를 내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통일부문 후보자는 3명으로 이 가운데 고 김병균 목사가 심사위원 만장일치 찬성으로 선정됐다. 김순흥 심사위원장은 “김병균 목사는 1970년대 학생운동으로 여러 번 제적, 구속됐고 농민운동도 그렇게 열심히 했다”면서 “‘전에는 농민 투쟁한다고 하면 나주에서 버스가 50여 대 출발했는데 지금 나주 놈들은 왜 조용히 사는지 모르겠다’고 지난 삼일절 행사에서 질책하시곤 바로 떠나셨다”고 회고했다.

상패와 상금 200만원, 부상은 고 김병균 목사를 대신해 아내 전보애 여사가 수상했다. 전 여사는 “사랑하는 동지 여러분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시고, 후원해 주셔서 감사하다. 영원토록 이 운동에 참여해 이 나라가 변화되길 바란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백남기 농민의 모교인 중앙대 민주동문회 노래패 ‘어울소리’가 추모 공연에 나서 추모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추모객들은 어울소리가 백남기 농민이 생전 가장 좋아했다는 ‘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 노래를 부르자, 어깨동무 하며 따라 불렀다.

가톨릭농민회 전남연합회장‧전국부회장을 지낸 백남기 농민(1947~2016년)은 1994년부터 2015년까지 ‘우리밀살리기운동 광주전남본부’ 공동의장 및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우리밀밭 조성에 힘쓰며 농업‧농촌 민주화와 생명평화 활동에 매진하는 가운데, 2015년 11월 14일 박근혜정권 규탄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이 직격 살수한 물대포에 쓰러졌다.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317일 간 사투하던 백남기 농민은 2016년 9월 25일 세상을 떠났다. 유족과 농민운동 단체는 임종 뒤 부검을 강행하려는 당국에 맞섰고 41일 만에 장례를 치른 뒤 11월 6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역에 안장했다. 백남기 농민의 죽음은 대대적인 박근혜정권 퇴진 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기사 제목 “‘백남기’ 그 이름으로 싸워 이겼다”는 이날 추모제에서 권말선 시인이 낭독한 추모시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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