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채솟값 ‘폭등’ 떠드는 언론 … 정작 농민들은 ‘적자’ 걱정

폭염·태풍 들먹이며 천정부지 치솟은 과일·채솟값 강조
이상기후·재해 직격 맞은 농민들은 ‘빚’ 걱정에 한숨만

  • 입력 2023.08.18 09:00
  • 수정 2023.08.20 18:24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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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서민 부담과 밥상 물가의 주범으로 배추 등 채솟값 폭등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강원도 태백시 고랭지 일원의 배추밭.
서민 부담과 밥상 물가의 주범으로 배추 등 채솟값 폭등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강원도 태백시 고랭지 일원의 배추밭.

 

배추·수박·복숭아·상추 등 과일·채솟값이 폭등했다는 언론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서민 부담을 앞세워 농산물 가격을 밥상 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지적한다거나 ‘금배추’라는 자극적인 용어도 심심찮게 눈에 띄는 요즘이다. 이렇듯 농산물 가격 ‘폭등’이 언론 보도에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정작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은 ‘적자’를 걱정하는 실정이다.

최근 과일·채솟값 폭등 기사를 내보이는 언론 매체 대부분은 ‘장마’와 ‘폭염’, ‘태풍’ 등으로 소비량에 비해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 가격이 폭등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배추는 ‘전월 대비 160% 상승했다’는 자극적인 문구가 연일 따라붙으며, 물가 인상의 주범인 것처럼 호도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5일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된 10kg 상품 배추 한 망의 평균가격은 약 1만1,186원이다. 지난 16일엔 비축물량 방출로 평균가격이 약 8,851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 동일 평균 대비 70.5% 정도다.

아울러 최근 배추가격의 비교치로 언급되는 약 한 달 전의 배추가격은 7월 17일 기준 약 4,326원에 불과했다. 당시 정부 봄배추 비축물량 방출과 가공공장 저장재고, 소비 부진 등의 여파로 널뛰기장이 형성됐고, 가격이 나오지 않아 경매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농민들은 시장조차 제대로 형성 안 된 한 달 전 가격을 비교 대상으로 삼아 현재의 배추가격을 ‘폭등’으로 보도하기에 다소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이와 관련해 지난 14일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례적으로 설명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해당 자료를 통해 농식품부는 “연간 200만톤에서 200만3,000톤 수준인 국내 배추 생산량 중 여름배추 비중은 12%로 가장 적고, 7월 하순부터 9월 중순까지 해발 600m 이상의 열악한 재배환경에서 생산되는 여름배추는 그만큼 생육 관리 비용도 많이 들어 생산비가 겨울배추의 1.9배, 봄배추의 1.4배 수준이다. 여름배추는 타 작기보다 생산량도 적고 생산비도 높아 연중 가장 높은 가격 수준을 보이며 저장성 또한 타 작기보다 매우 떨어져 일별 가격 등락폭도 매우 크다”며 “이러한 특성으로 정부는 연중 가격이 가장 낮은 6월에 배추를 매입·비축해 7~9월 공급 부족에 대비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는 8월 출하면적이 평년보다 적고 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이 전망돼 역대 최대 규모인 봄배추 1만톤을 저장해 일평균 300톤 이상을 방출하고 있다. 이에 8월 중순 들어 산지 작황 회복세와 함께 출하량도 증가해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언론의 무자비한 농산물 가격 ‘폭등’ 보도에 농민들은 허탈함을 내비쳤다. 지난 16일 충청북도 청주시에서 만난 한 농민은 “얼마 전 배추가 바닥 시세일 땐 관련 기사 한 줄 나온 걸 본 적 없다. 가격이 폭락할 땐 아무 얘기 안 하다가 폭등할 땐 배추 한 포기 못 사먹을 만큼 농산물 가격이 엄청 오른 것처럼 과장해 보도하기 바쁘다”라며 “농사지은 지도 30년이 훌쩍 넘었는데 그간 비닐값·농약값·씨앗값·비료값·인건비 안 오른 생산비 품목은 하나 없어도 농산물 가격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농민들은 생계를 위해 이모작·삼모작 농사를 면적까지 늘려가며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마저도 폭우나 이상기후로 한 번 고꾸라지면 그 여파가 2~3년 이어진다. 농산물값은 중도매인·도매법인 등 단계별 유통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매번 이렇게 폭등·락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만큼 농산물 폭등 뉴스가 아닌 대책 마련에도 관심을 갖고 집중하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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