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아스팔트 농사짓는 농민들

  • 입력 2023.07.23 18:00
  • 수정 2023.07.23 21:04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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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는 못 살겠다! 농업 포기 농민 말살, 윤석열정권 퇴진하라!’ 어쩌다 농민들 입에서 대통령 퇴진하라는 구호가 나오고, 폭우 속에서 농민대회를 연단 말인가.

농민들은 생산비는 폭등하는데 농산물 값은 폭락하는 이해 못 할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실제 2022년 농업소득은 전년 대비 27% 줄었다. 반면 농협 대출금 이자는 크게 올라 농사를 지어선 빚을 갚아낼 재간이 없어졌고, 그 결과 2022년 말과 2023년 6월 말 사이 연체율이 2배 넘게 올랐다. 또한 이상기후로 봄에는 서리피해와 동해가 발생했고, 우박과 극한 호우에 삶의 터전인 집과 농지, 축사 등을 잃게 됐다.

지난 15일, 전국 농경지가 침수되고 떠내려가는 피해 속에서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 1,500여명의 농민이 모여 윤석열정권 퇴진을 강력히 요구했다. 농민들은 수입하는 쌀이 국산 쌀을 남게 만들고, 수입하는 양파가 유통상인들 배를 불리며, 송아지는 줄이고 있는데 쇠고기 수입은 더 늘어날 뿐 아니라 수입밀에 의존한 빵과 라면값은 올라가기만 할 뿐 내려가는 일은 절대 없는 이 현실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조금만 시각을 달리하면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진다. 수입쌀은 대기업 즉석밥 즉, 컵반의 원료가 돼 기업 이윤을 높여주고, 수입 쇠고기는 유통업자의 이익을 확대해주며, 대기업 계열화 사업이 된 닭·돼지·소 사육구조는 삼겹살·치킨·수입쇠고기값을 높이는 방향으로 시장에 유통된다. 즉 현재의 정부 물가안정 대책은 농민이 피해를 보고 국민이 이익을 보는 게 아니라, 농민이 피해를 보고 기업이 이익을 보는 구조로만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제 이런 작동구조는 손을 봐야 할 때다. 식품기업이 제품으로 만드는 김치·된장·고추장 등의 재료가 되는 것도 TRQ(저율관세할당)로 수입을 늘리고 있다. 대파·양파·마늘·생강·건고추 등 저관세로 수입 안 하는 것이 없고 수입량을 늘리지 않은 것이 없다. 이것이 윤석열정부의 수급정책이다. 이런 방식이 지속되고 반복되면 살아남을 농민이 없다.

극한 폭우 속에서 농민들이 분노한 것은 또한 잘못된 농정의 결과가 고스란히 농민책임이라는 데 있다. 전략작물제를 도입하면서 벼 대신 논에 심은 콩에 물이 들어차 수확할 것이 없고 농업재해보험 특성상 아직 보험에 가입 안 된 농민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기껏해야 대파비나 농약대가 지원될 뿐인데, 이것으론 원상복구가 어렵다.

윤석열정부 농업정책의 기조라면 피해를 입은 콩을 대신해 콩 수입을 더 많이 하고 사과가 냉해 등으로 가격이 높으니 사과를 수입해야 한다. 농업정책의 중장기 계획은 없고, 눈앞의 물가에만 정책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국가는 농업정책을 수립하면서 장기적인 계획과 단기적 대안이 있어야 한다. 무너진 농업은 하루아침에 복구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일이다. 기후위기에 방치된 농민들은 최하 5년의 복구 기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농업의 순소득률이 30% 정도인데, 이번 폭우로 100%를 잃은 농민은 회복까지 3년이 걸리고 기계와 시설 피해까지 입은 농민은 대출을 받거나 수리를 한다고 해도 또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폭우 속에 서울에 모인 농민들의 외침은 분명하다. 더 이상 대한민국 농업의 기반을 흔드는 농업정책을 추진하면 안 된다는 것,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대통령은 퇴진해야 한다는 것, 물가안정이라고 말하고 기업의 이윤만을 추구하며 농민을 사지로 모는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 이를 한목소리로 촉구하는 농민을 대통령은 직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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