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노련, 어기구 의원과 ‘공공기관 갑질근절’ 논의

10개 기관 ‘갑질사례’ 조사 중 … 국회 관심 촉구

“공공기관 먼저 달라져야 민간기업도 변화 가능해”  

  • 입력 2023.05.31 09:48
  • 수정 2023.05.31 17:0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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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전국농업기관노동조합연합회는 지난 25일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야당 간사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농업 공공분야의 갑질 없는 행복한 일터 만들기’를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전국농업기관노동조합연합회는 지난 25일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야당 간사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농업 공공분야의 갑질 없는 행복한 일터 만들기’를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전국농업노동조합연합회(의장 서권재 aT노조위원장, 전농노련)가 농업분야 공공기관의 갑질문화를 뿌리뽑기 위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4월부터 10개 기관 대상 ‘갑질피해 사례’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관심을 촉구했다. 

전농노련은 지난 25일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야당 간사)과 ‘농업 공공분야 갑질 없는 행복한 일터 만들기’를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전농노련은 농림축산식품부 및 유관기관 노동조합과 단체 등 15개 조직의 연대체이며 지난 2015년 창립해 활동해 오고 있다. 

서권재 전국농업기관노동조합연합회 의장이 각 기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갑질 실태를 이야기 하고 있다.
서권재 전국농업기관노동조합연합회 의장이 각 기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갑질 실태를 이야기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서권재 전농노련 의장은 “지난 2018년 정부가 갑질근절 종합대책을 수립해 가이드라인, 행동강령 등을 배포했지만, 5년이란 시간이 흘러도 크게 달라졌다고 느끼는 직원들은 많지 않다”면서 “공공기관이 갑질문화를 바꿔나가는 데 앞장서면 결국 국민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올해 갑질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농노련은 지난 2월 갑질근절 공동선언식을 했고, 이어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10개 기관 노동자들 대상으로 피해사례 온라인 설문조사를 시행 중이다.

서권재 의장은 “대표적인 갑질은 반말, 욕설, 폭언과 같이 비인격적 언행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거나, 근무 외 시간에 업무관련 지시를 하거나 자신의 업무를 떠넘기는 행태 등 다양하다”고 실태를 전했다.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부당함을 토로하면 ‘사업을 없애겠다’는 으름장을 비롯해 불이익의 형태도 다수라는 지적이다.

신원상 농림수산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 노조위원장은 “갑질피해를 신고하는 것도 쉽지 않다”면서 “상대를 봐가면서 갑질을 하고, 나름 대비도 한다. 직급이 낮은 여성직원이라든가 겁이 많고 말을 잘 못하는 직원들에게 상당히 고압적이다. 퇴근을 앞둔 5시30분경에 이런저런 자료를 요청하면 야근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매일 반복되면 지치기도 하고, 젊은 직원들이라 불편함을 이야기라도 하면 업무적 요청 수준이 달라지기도 하고, 조심해라, 요즘 힘들다며? 이렇게 한마디씩 던진다고 한다. 그럼 그다음 대응을 못 한다. 끙끙 앓다가 그만두거나 버티거나 둘 중 하나인데, 결국 즐겁지 않은 직장을 다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원상 위원장은 또 “농식품부 직원들도 교묘히 대비한다”고 꼬집었는데, 가령 녹음이 가능한 핸드폰으로 통화를 할 때엔 순화한 단어를 사용하거나 계산된 말을 하고 유선전화로 통화를 할 때 어투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김대련 농어촌공사노동조합 정책처장은 “상급기관과 업무를 하다 보면, 모아놓으면 갑질이 될 수 있는데 사안 하나하나는 애매한 경계선에 있는 경우도 많다. 이번 설문조사로 사례가 모아지면 대처방안이 좀 더 명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공공부분 종사자 입장에서 국가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는데 인격존중을 받지 못하면 자존감도 떨어지고 근로의식이나 능률도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업무적 갑질도 개혁 대상이지만 ‘인사개입’ 갑질도 심각하다는 주장이다. 농식품부에서 ‘자기사람’들을 기관장이나 임원 자리에 앉히기 위한 물밑 작업들도 많다는 것이다. 

지성환 축산물품질평가원 노조위원장은 “최소한 자기가 가려는 기관의 전문지식이 높은 사람이 오면 그나마 낫다. 문제는 소비자 수준으로 이해도가 낮은 사람이 기관장 등을 맡게 되면 애로사항이 많다. 업무 파악하면서 임기를 소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필성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노조위원장은 “인사검증 과정에 노동조합이나 최소한 노동이사가 참여하도록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기복 한국마사회 노조위원장은 "과거에 비해 조직문화가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사회변화 속도를 따라가지는 못하는 상황"이라며 "낙하산 인사 모두가 병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업무능력과 인품 등을 두루 갖춘 인사를 선별하는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현소 농촌진흥청 노동조합 지부장은 상급기관의 갑질 뿐 아니라 기관 내에서 횡행하는 문제를 지적했는데, “몇 년 전 실제 조직 내 갑질문제로 직원들이 피해를 본 사례가 있다”면서 인격모독적 폭언으로 결국 공황장애를 앓거나 이직을 한 직원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누구보다 적극적인 연구를 하기 위해 데모장비를 빌렸다가 반납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한 직원을 ‘회계부정’으로 감사받게 하고, 경찰고발 수사도 받은 일도 폭로했다. 당시 노동조합의 적극 대응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3~4년 동안 극심한 스트레스와 승진에서 누락되는 불이익 등은 고스란히 직원 몫이 됐다. 

지현소 지부장은 “징계위원회가 열려도 피해자 입장에서 충분히 조사가 되지 않았다면 재심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성폭행이나 성추행이 아닌 갑질문제는 재심 대상이 아니다. 가해자만 진술할 수 있고 피해자는 진술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여건을 바로잡는 제도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농업기관노동조합연합회와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5일 국회서 개최한 간담회 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원상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노조위원장, 지성환 축산물품질평가원 노조위원장, 김대련 한국농어촌공사 노동조합 정책처장, 서권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노조위원장, 어기구 의원, 홍기복 한국마사회 노조위원장, 김필성 가축위생방역본부 노조위원장, 지현소 농촌진흥청 노동조합 지부장.
전국농업기관노동조합연합회와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5일 국회서 개최한 간담회 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원상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노조위원장, 지성환 축산물품질평가원 노조위원장, 김대련 한국농어촌공사 노동조합 정책처장, 서권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노조위원장, 어기구 의원, 홍기복 한국마사회 노조위원장, 김필성 가축위생방역본부 노조위원장, 지현소 농촌진흥청 노동조합 지부장.

어기구 의원은 “전농노련과 첫 대면을 하는 자리에서 의미 있는 간담회를 하게 됐다. 농업계 큰 조직이 농협중앙회인데 찾아오질 않아서 농업분야엔 노사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 갑질문제의 심각성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면서 “설문조사를 하고 있는데, 결과가 나오면 국회에도 꼭 공유해 달라. 간담회나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정부에 충분히 전달하도록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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