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농정 1년, 과연 농민을 직접 챙겼을까②

[토론] - 국회토론회 "윤석열정부 농정 1년, 기대와 좌절을 말한다"

  • 입력 2023.05.14 18:00
  • 수정 2023.05.15 06:34
  • 기자명 한우준·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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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장수지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토론① - “식량자급률 제고? 늘어난 건 수입뿐”

/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윤석열정권은 지난해 물가폭등 이후 무·저관세 수입으로 만만한 농산물가격만 때려잡고 있다. 식량주권 확보 대책으로 수입다변화를 통한 수급안정화라는 모순적 정책을 내놓은 결과다.

윤 대통령의 농정 핵심공약은 ‘직불금 5조원 확대’였다. 그 기본방향으로 식량안보·기후환경·농업인력·소득안정 네 가지를 밝힌 바 있다. 식량안보 대책으로 나온 것은 타작물 재배인데, 쌀 재배면적 감축을 유도하려는 당근에 불과하다. 밀·콩 등은 생산성이 낮아 수치상 자급률이 올라가도 실제 식량안보에 기여하기 어렵다. 탄소직불, 친환경직불 등 다양한 선택형 직불제를 신설 또는 개편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계획은 불분명하다.

올해 직불금 전체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3,285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7년까지 직불금을 5조원까지 확대하려면 매년 5,000억원 이상 예산을 확대해야 하는데, 첫해부터 이에 미치지 못하는 예산이 편성됐다. 직불제 확대개편이 ‘말 잔치’에 그치지 않으려면 반드시 집행계획과 예산편성이 임기 전반기에 이뤄져야 한다.

결국 농정의 기본방향이 바뀌지 않으면 달라지는 건 없다.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의 기조 아래 타 산업의 이익을 위해 농업의 희생을 강요한다면 그 어떤 정책을 펼치더라도 ‘튼튼한 농업, 활기찬 농촌, 잘사는 농민’은 있을 수 없다. 정책의 결정권을 농업의 주인인 농민에게 부여하고, 정부는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를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만 농민들도 먹고 살 걱정 없이 안심하고 농사짓고, 국민들도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토론② - "윤정부 농정, 농민들을 벼랑으로 내몰았다”

/ 엄청나 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

 

윤석열정부는 90만톤 쌀 시장격리로 자신의 소임을 다한 양 얘기했다. 하지만 취임 당시 4만5,423원(백미 20kg)이던 쌀값은 지난달 25일 기준 4만4,415원으로 떨어졌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 이유 중 하나로 1조원의 세금이 낭비된다고 밝힌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세금으로 90만톤의 쌀을 일거에 비축하고도 쌀값을 안정시키지 못한 무능한 정부라는 걸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게다가 윤석열정부는 쌀값을 안정시키지도 못했으면서 포퓰리즘을 운운하며 쉬운 쌀농사만 지으려 한다는 말로 농민들의 자부심마저 짓밟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10a당 쌀농업 순수익은 전년에 비해 36.8% 하락했다. 역대급 감소치다. 아울러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시장격리 목표를 ‘순수익 변동성 3% 이내 유지’로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36.8% 하락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냈고, 정부는 이를 책임져야 한다.

이 와중에 정부는 2027년까지 쌀 자급률을 98%까지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쌀 자급률은 82.2%, 2021년 쌀 자급률은 84.4%다. 한편 TRQ 등을 포함해 매년 쌀 수입량은 전체 소비량의 12%에 달한다. 수입쌀 정책 변화 없이 자급률 98% 달성을 운운하는 건 이해할 수가 없다. 82.2%의 쌀 자급률에서도 쌀이 남는다고 국민에게 거짓을 호도하는 윤석열정부는 지금의 농정을 지속하는 한 국민들의 안정적 식량 공급과 농민들의 안정적 식량 생산도 담보할 수 없다. 윤석열정부는 더이상 농민에게 양곡정책을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

 

 

토론③ - “소멸 직전 청년농들에게 당장 현실적 대책을”

/ 이준규 충북 괴산 청년농민

 

12년 전 스물여섯살에 농업을 시작할 때부터 생활비의 걱정을 해보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근데 그 생활비라는 게 많아야 한 달 50만원에 이르는 비용이다.

농업계의 틈새시장이라고 하는 친환경 농업을 하고 있으며 판로도 정해져있다. 청년이라고 해서 지자체나 정부의 지원도 있는데도 그렇다. 관행 농업을 하는 이는 어떨 것 같나. 죽어라 농사만 짓는데도 빚을 갚지 못해 낮에는 밭에서 일하고 밤에는 운송 트럭을 하는 주변의 선배들이 내 미래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땅이나 농기계 구매를 위한 대출의 상환 기간은 무조건 30년, 40년으로 늘려줘야 한다. 농지를 구매했다는 건 적어도 땅의 소유와 그 땅에서의 생산을 기반으로 농민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가짐이 있다는 거다.

특히 귀농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전하고, 위험도가 적은 보조사업이 많아져야 한다. 자꾸 규모화를 외칠 거면 청년들에게 귀농·귀촌하라고 해선 안 된다. 청년농민 3만명 전부 미래의 고액 빚쟁이를 만들 게 아니라면 말이다.

3년 동안 매달 지원하는 청년 창업농 지원사업은 귀농·귀촌 여부에 관계없이 지역에 사는 청년농민이면 모두 지급해야 한다. 관행 농사를 짓고 있는 청년농민까지 다 합쳐봐야 전국에 1만명이 안 된다. 농업 예산 0.1%만 증액해도 이 청년들에게 몇 년은 지원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50대에 들어선, 저보다 한 세대 위의 농민들에 대한 지원이다. 적어도 제 지역에서는 그들이 20년 버틴 끝에 더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있다. 그리고 우리 세대는 아마 그 정도도 버티지 못할 거다. 대출 상환 기간을 조정하는 등의 현실적인 대책으로 이들이 농촌을 등지고 도시 빈민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토론④ -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지방정부에 예산을 이양하라”

/ 박형대 전라남도의회 의원

 

직불금 정책은 윤석열정부의 대선 공약의 핵심이었고, 농업농촌 발전계획에서도 중심이다. ‘5조원’은 나왔는데, 그 의미에 대해 농민들과 소통을 못하고 있다.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직불금 제도를 강화해야 하는지, 왜 보조사업이 아닌 직접지불이 효과적인지, 왜 지속가능성을 위해 농사짓는 행위 그 자체를 보장해야 하는지 등의 의미가 담겨있어야 한다. 직불예산을 왜 5조원으로 늘려야하는지, 농촌을 어떻게 살릴 지에 대한 철학적 내용이 매우 부실한 까닭에 약속이 지켜질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청년농 3만명’ 육성도 마찬가지다. 우리 전남 청년농민들은 축산, 특히 한우산업에 많이 종사한다. 한우값 폭락으로 빚쟁이로 전락하고 있는데 대책은 없고 ‘3만명’만 외친다. 선언만 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 농촌 공간 재구조화 관련해 도시 리모델링하듯 접근하고 있는 점을 짚고 싶다. 농촌은 도시와 다르다. 기존 사업들은 주민 의견 기반의 제대로 된 방향성 없이 예산만 내다보니 그저 도로 새롭게 하고, 담장 새로 쌓고, 간판만 바꾸며 끝나버렸다. 재구조화는 단순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시스템과 함께 고민돼야 한다. 마을주치의 제도를 한다면서 간호법은 반대하는데, 의료인이 없이 공간만 재구조화하면 무슨 소용인가.

이것도 규모가 5조원인데, 제출된 안 대로면 그저 농촌 빈집을 핑계로 재개발 사업이 될 소지가 많다. 철학과 계획성을 갖춰 할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그 예산과 목표를 지방정부로 과감히 이양하라. 지역 사정에 걸 맞는 계획을 토대로 더 다양한 사업이 나올 수 있고, 지방 분권을 활성화할 수 있다.

 

 

토론⑤ - "임계점 도달한 3농 위기, 농정대전환 시급”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

 

농업·농촌·농민의 위기는 임계점에 도달했다. 위기극복을 위한 국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에 오늘 크게 얘기하고 싶은 건 딱 세 가지다.

가장 먼저 21대 국회의 책임있는 마무리다. 국민과 함께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하겠다는 21대 국회는 농정대전환에 대한 답을 내놓고 22대 국회로 넘어가야 한다.

두 번째는 민선 8기 지방정부의 반란이다. 중앙정부의 계속되는 설계주의 농정, 캐비넷 정책에 대해 반란을 일으켜야 한다. 얼마 전 발표한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은 가장 상위 법정계획이지만 권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기본법에 근거한 국토관리계획, 에너지관리계획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올해도 이 좁은 땅덩어리에 극단적 폭우·폭염, 극단적 가뭄, 극단적 냉해 등이 동시에 불어닥치고 있다. 몇 년 만에 끝날 윤석열정부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지방정부가 식량주권, 농업위기 극복을 위해 반란을 일으켜야 한다.

세 번째는 농민과 소비자, 시민 간의 연대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쟁투를 벌여야 한다. 과거 모두가 함께 나서 급식법을 개정했던 것처럼 연대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지금 정부에서도 어김없이 네덜란드 시설 농업, 수출농업 등의 얘기가 나오는데 네덜란드를 비롯해 미국 등의 농정은 중소농, 가족농 보호에 쏠려 있다. 다른 것 말고 이러한 세계 동향을 따라야 한다. 스마트팜이며 농산물 수출 등은 돈 되면 알아서들 다 한다. 정부가 한정된 예산으로 해야 하는 건 국민 전체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중소농과 농업·농촌 유지다. 농민과 소비자가 공생하고 자연과 인간이 상생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농업·농촌·농민 먹거리 정책으로 전면 바꿔야 한다.

공약으로 대통령이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했으니 직접 챙겨야 한다. 근본 틀을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단 얘기다.

 

 

토론⑥ - “직불제 통해 쌀 소득 80㎏ 24만원 만들 것”

/ 김영수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담당관

 

2021·2022년 생산비 급증과 쌀값 폭락으로 농촌이 굉장히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사실 쌀의 근본적인 문제는 축산물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으로, 대외적으로 쌀이 남아도는데 농지가 왜 필요하냐는 논리로 공격받는다. 농식품부 입장에서도 농지를 지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나 공격이 거세다.

논 타작물재배 지원의 경우 하다, 말다 하다 보니 신뢰가 떨어졌는데 지속적으로 가겠다. 미흡하지만 80kg당 20만원 수준의 쌀 가격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는데, 쌀은 현재 적정 재고 수준 70~90만톤을 넘어 180만톤이 저장돼 있는 상태다. 2022년산은 10만톤 정도 부족한 상태인데도 가격이 오르지 않고 있는데, 180만톤이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는 확실한 신호가 필요하다.

40만9,000톤의 쌀 수입물량은 농업계 공무원·농민단체들이 다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다.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WTO 규정을 따라가는 나라이기에 사실상 어렵다. 변동직불제의 ha당 평균지급액이 120만원이었고 현 공익직불제는 210만원인데, 직불제의 규모를 더 늘려서 80kg당 24만원 수준의 쌀 소득을 맞추는 게 농식품부 목표다.

여러 가지로 판단했을 때 재해·가격 폭락·생산비 급등에 대한 농가경영안정장치가 부족한데, 특히 생산비 급등에 대한 안정장치가 부족하다. 그래서 현재 2024년 경영안정프로그램 시범사업 도입을 준비 중이다.

농촌공간계획제도의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이 제도야말로 지역이 중심이 돼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공장이나 축사로 인한 농촌스럽지 않은 생활환경으로 힘든 지역들이 있는데, 이번 제도화의 핵심은 지역에서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사업 수행이다. 지역주민들과 지자체가 계획을 수립하면 농식품부 등 관계부처가 패키지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좌장 - 윤석열정부 농정에 후한 점수 어렵다

/ 김호 단국대학교 교수

 

윤석열정부가 제시했던 ‘튼튼한 농업, 활기찬 농촌, 잘사는 농민’이라는 구호와 달리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실제 이뤄진 정책도 별로 없고, 오히려 실망을 준 부분이 많다 보니 오늘 토론회에도 ‘좌절’이란 단어가 등장한 것 같다.

오늘의 토론 내용과 그간의 농정을 쭉 되뇌어보니 윤석열정부는 농업·농촌·농민 3농의 문제를 오직 ‘농산업화’ 일변도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선두에 내건 핵심가치마저 ‘시장’·‘경쟁’·‘자율’이다. 생산주의·개발주의에 매몰된 농정인 것이다.

토론을 전체적으로 정리하자면 윤석열정부는 소통과 협치 없이 관료주의적인 일방통행 불통 농정을 펼치는 한편 농민(단체)을 편 갈라 분열을 조장하고 ‘농업 패싱’을 넘어 ‘농업 포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벤트성·보여주기식 농정이 많다는 비판도 있었고, 여러 토건·첨단시설과 장비에 집중해 비농업 부문 자본에 농업예산을 퍼주는 정책을 펼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밖에 물가안정을 들먹이며 농업을 계속해서 희생양 삼고 있는데, 실제 소비자 물가 가중치를 보면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미미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TRQ 등 농산물 수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마늘, 양파, 대파에 계란까지 선제적으로 수입하는데 심지어 무관세로 들여온다.

이처럼 수입 농산물로 국내 농산물 가격을 떨어뜨리면서, 한편으론 스마트팜과 수직형 농장 등을 장려해 특정 품목의 농산물 과잉생산을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농업의 미래를 상당히 불안정하게 만들 뿐 아니라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앞으로 농업·농촌·농민의 입장에서 더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기획재정부 핑계도 그만해야 한다. 농업 문제엔 여야가 없다는 말이 있다. 여야 상관 없이 공무원, 농민단체 편가르기 없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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