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국내외에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대기업에 맞서 기후정의 실현을 위해 싸우는 청년기후긴급행동(대표 강은빈)의 활동이 눈에 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두산에너빌리티(회장 박지원, 옛 두산중공업)가 베트남에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려는 것을 막고자 2020년 이래 불복종 행동을 지속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붕앙-2 발전소를 지으려는 베트남 중부 하띤성 붕앙 지역은 베트남 정부가 경제특구로 지정한 곳으로, 2015년 붕앙-1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되기 시작한 데 이어 두산의 주도로 2021년부터 붕앙-2 발전소 현지 공사가 시작됐다. 두산의 계획상으론 붕앙-2 발전소는 2025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이미 붕앙-1 발전소만으로도 지역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됐는데, 두산 주도하에 붕앙-2 발전소까지 지어진다면 주민과 생태계가 입을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고 설명한다. 붕앙-1 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수백 가구가 집과 농지, 물고기 잡을 수역(水域)을 잃고 이주민촌으로 옮겨갔다. 발전소 건설 뒤 주변 수역이 오염돼, 어민들은 더 이상 물고기와 새우도 잡을 수 없어 생계 유지수단이 사라져버렸다.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로 인해 지하수와 대기도 오염됐다. 발전소 인근 끼러이 마을 주민들은 빗물이나 우물물을 더는 먹지도, 쓰지도 못하게 됐다. 주민들은 한 달 생활비의 3분의 1 이상을 생수 구입에 쓰게 됐다. 붕앙-1 발전소 건설 뒤인 2017~2018년엔 심혈관 질환으로 14명의 주민이 사망했다.
지역 파괴를 가속화시킬 두산의 석탄화력발전소 ‘수출’에 반발하며,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인 강은빈·이은호씨는 2021년 2월 18일 분당 두산타워 앞 기업 로고 조형물(‘DOOSAN’ 글자가 조각된 조형물)에 녹색 수성 스프레이를 칠했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 수억 톤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뿐 아니라 해양·대기 생태계 및 인근 주민의 생계 터전을 훼손하는 ‘생태학살’로 이어지리라는 걸 지적하면서, 강씨와 이씨는 두산그룹의 ‘그린워싱’, 즉 환경을 중시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환경을 파괴하는 기만적 행태를 폭로하고자 조형물에 녹색 스프레이를 칠한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강씨와 이씨에게 민사소송을 걸며 손해배상액 1,840만원을 청구했다. 지난 5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선 두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에 대한 민사재판이 열렸으나, 청년기후긴급행동은 같은 날 변호인단을 통해 불출석 의사를 밝히고 분당 두산타워 앞으로 와 두산에너빌리티를 기소하는 실천활동을 진행했다. 두산이 베트남에서 자행하는 ‘기후범죄’를 고발한다는 취지였다.
강씨와 이씨의 기후불복종 행동에 대해 지난 12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형사재판 2심 선고 결과, 두 활동가에겐 500만원 벌금형이 선고됐다. 검사 구형 및 1심 선고와 동일한 벌금액이었다. 재판정에 피고로 선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대표는 “결과는 유감이나, 이 공고한 법질서를 어떻게 전환해 갈지가 우리의 화두다. 판결 자체가 우리의 저항 의지를 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제3세계 국가로 석탄화력발전소를 수출하려는 기업의 행태가 “대한민국 대기업의 이익을 위한 식민주의적 생태학살이며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기후범죄”라는 입장 아래, 청년기후긴급행동은 앞으로도 지구와 생태계의 관점에서 대기업의 ‘기후범죄’ 행위를 감시·고발하는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