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삼가격 대책안 내놨지만, 현장 농가는 여전히 “답답”

인삼 소비 확대·회생자금 대환·경작신고의무제 강화 등 대책안에

생산비 지원·인삼수매 근본 대책 빠져 … “실질적으로 와닿지 않아”

  • 입력 2023.04.09 18:00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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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지난 2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인삼 생산비 대책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는 농민 모습. 한승호 기자
지난 2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인삼 생산비 대책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는 농민 모습. 한승호 기자

지난 2월 전국 인삼농가의 대규모 상경 집회가 열린 뒤 한 달 남짓 만에 정부가 대책안을 내놨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답답하기만 하다”는 반응이다.

인삼가격이 지난 3년간 지속 하락한 데다 인삼 비축량까지 감안하면 올가을 수확 물량 출하가 막막하다. 게다가 생산비가 급등해 적자가 막심한 상황에서 농사자금 대출까지 돌려막아야 하는데, 이번 대책으로 과연 급한 불이라도 끌 수 있겠느냐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지난 3월 정부가 내놓은 인삼가격 안정 대책안은 △(단기)소비 확대, 인삼 식재자금을 농업경영 회생자금으로 대환 △(중장기)민간 자율적 수급 조절 기능 강화, 유통구조 개선이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가 인삼농가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농협경제지주·인삼농협·한국인삼협회 등 생산자단체의 의견을 듣고 마련한 대책이다.

구체적으로 농협 대형 하나로마트(28개소)·공영홈쇼핑 등에서 대규모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군·기업의 대형 급식에 홍삼달임액을 공급해 신규 소비처를 늘린다는 것이다. 또 그동안 진세노사이드(홍삼의 기능 성분인 사포닌의 일종) 기준이 없던 흑삼(수삼을 3번 이상 쪄서 검은색을 띄는 인삼)의 성분 기준을「인삼산업법 시행규칙」에 규정화하고 수출 확대를 추진한다. 아울러 식재자금(고정 2.5% 또는 변동금리, 4~6년 일시상환)을 회생자금(고정 1%, 5년 거치 7년 상환)으로 대환해 준다는 계획이다.

중장기로는 경작신고의무제(현재 경작신고율 88.6%)를 강화하고 미신고 농가에 정책자금지원 배제·주산지 시장 유통제한 등 패널티를 부여해 민간의 자율적 수급 조절 기능을 강화한다. 또 수삼의 민간 관행적 거래 등급(40여개, 모호한 기준 등)을 간소화해 유통구조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2월 대규모 상경 집회를 주도했던 농민들은 이것이 실질적 대책은 아니라고 평가했다(당시 요구안은 표 참조). 이번 대책안에 당장 시급한 생산비 지원책과 인삼 수매에 대한 정부 책임을 강화하는 근본 대책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인삼은 필수가 아닌 기호식품의 성격이 강해 정부의 수매·비축 품목으로 포함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출자금 상환과 금리 부담을 낮추는 방안으로 제시된 인삼 식재자금의 농업경영 회생자금으로의 대환조차 아직 쉽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홍철 전국 인삼농업 비상대책위원장은 “회생자금 대환에 대해 각 농협에 전화해보면 ‘아직 그럴 계획이 없다, 실태조사 중’이라는데, 실태조사만 하면 뭐하나. 실태조사하고 나서 실행 안 하면 끝”이라면서 “필요한 것은 실태조사가 아닌 현실적으로 와닿는 대책”이라 토로했다.

이어 이홍철 비대위원장은 계획안 전반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계획은 나왔으나 실행되지 않고 있으니 아직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와닿는 것은 없다”면서 “농민들은 당장 코앞에 닥친 어려움이라 서울서 집회까지 했는데, 이번 계획안만 보면 (제시한 대책을) 언제 어떻게 실행하겠단 소린지 모르겠고, 답답하기만 하다. 시점을 분명하게 밝히면 농민들은 기대감을 갖고 기다릴 수 있지 않나. 그때 집회하고 국회의원들이 몇 마디 하니까 농식품부가 계획안만 내놓은 거다. 실질적으로 별 의미가 없다”고 전했다.

안학직 전북인삼농협 이사도 “(대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나도 궁금하다. 대출자금 상환 유예의 경우 조합장들이 의지를 발휘하면 실현 가능하기 때문에 조합장들의 의지를 믿고 싶다”면서 “농사자금 대출을 제때 못 갚으면 다른 대출로 돌려야 하는데 그러면 이자가 엄청 높아지니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안 이사는 “인삼농가는 정말 너무 괴롭다. 인삼가격이 폭락해서 농사에 들인 돈 절반도 안 나오니 농민들은 울상이다. 농민들이 힘을 합쳐야 하는데 농번기로 한창 바쁠 때니 쉽지 않다”면서 “선거가 끝났으니 조합장들이 열심히 노력해야 할 텐데, 노력하는지 안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선거한 지 얼마 안 돼 어려움이 많다. 인삼농협 조합장들이 앞장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안 마련을 위한 정부와의 면담 과정에 참여해 회생자금을 제안한 (사)한국인삼협회는 “회생자금은 원래 있던 제도지만 사용하지 않았다면 현장 직원들은 모를 수도 있어 발생한 문제 같다”면서 “협회는 이미 농협들에 관련 내용을 모두 전달한 상태다. 현장에서 실행되려면 아마도 시간적 간격이 필요할 것이므로 좀 더 기다려봐야 할 듯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농식품부에 따르면, 계약재배를 통해 유통된 물량은 지난 2015~2016년에는 전체 생산량의 50%가 넘었으나 2020년에는 약 29.2%(6,988톤)으로 떨어졌다.

전국 인삼농업 비상대책위원회 대 정부 요구안

△대출자금 상환 유예

△정부 인삼독립기관 설치

△인삼 비축자금제도 마련

△생산비 폭등 지원책 실시

△「인삼산업법」상 인삼류 수매·비축·방출 주체에 정부를 포함하고 수매를 의무조항화

△「약사법」개정(인삼의 제조·검사·유통·판매 주체에 의료기관 개설자 외에 인삼류 제조업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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