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하락세 속 농식품부 ‘출하지원’, 누굴 위한 건가

3월 초 출하 시작 이후 조생양파 가격 내리막

정부, 출하장려비 지원하며 ‘수급 안정’ 도모

생산자단체 “장기적으로 수급 대책 추진해야”

  • 입력 2023.04.02 18:00
  • 기자명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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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달 초 전남 고흥군 금산면 일원의 조생양파 밭에서 수확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초 전남 고흥군 금산면 일원의 조생양파 밭에서 수확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당초 전망과는 다르게 조생 양파 가격이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평년 대비 높은 가격을 유지 중이긴 하나 현장에서는 시장가격에 대한 걱정이 끊이질 않는 상황인데,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중순에 이어 지난달 말에도 출하장려비를 지원하며 ‘수급 안정’에 재차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조생 양파는 지난달 초 전남 고흥과 지난달 중순 제주 등지에서 출하되기 시작했다. 재배면적과 작황, 저장물량 등을 고려해 평년 수준 또는 그 이상의 가격이 유지될 거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농식품부의 조기 출하지원 사업으로 일부 상품성이 떨어지는 양파가 시장에 퍼지기 시작했고 이는 물량 확대 등과 겹쳐 곧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농식품부는 평년 대비 다소 높게 책정된 조생 양파의 출하 초기 시장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서울 가락시장에 출하되는 물량 전체를 대상으로 지난달 14일부터 24일까지 출하장려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농식품부에 따르면 해당 기간 동안 조생 양파 주산지인 제주 등의 지역에 닥친 기상 악화로 예상(2,000톤)보다 적은 물량(약 810톤)이 출하됐고 정부는 가격 안정 효과가 미흡하다는 판단 아래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나흘 동안 가락시장 출하 물량에 대해 kg당 200원의 장려금을 추가로 지원했다.

문제는 이미 거래가 거의 완료된 현장 여건을 고려할 때 해당 출하장려금이 대개 유통상인 주머니로 흘러간다는 점과 출하장려로 상품성이 충분치 않은 양파가 시장에 지속 출하돼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김병덕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은 “대폭락했던 지난해 양파 가격을 들먹이며 최근 양파 가격이 두 배 넘게 올랐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이로 인해 소비자 물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기재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농식품부에선 궁여지책으로 수급 안정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 평년보다 높게 형성된 시장가격이 계속해서 유지될 경우 중국산 수입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수급 안정 대책 추진의 이유라고 어느 정도 이해는 하지만 땜질식 대책인 것만은 분명하다”라며 “지난해 수매를 확대해 비축물량을 충분히 갖고 있었다면 출하장려금 지급 방식이 아닌 비축물량 방출 등의 방법으로 시장가격을 조절할 수 있었을 것이고, 상품성이 떨어지는 양파의 조기 출하를 장려하지 않았어도 됐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전했다.

이어 김 사무총장은 “농촌경제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중만생 양파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한 상태고 작황도 좋은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에 이 물량이 시장에 나오게 될 때의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지금 한파 영향을 받아 일시적으로 조생 양파 수확이 늦어지다 보니 이게 또 홍수 출하될 경우의 가격 폭락도 걱정할 수밖에 없다”라며 “정부는 그때그때 일시적인 상황만 보고 단편적인 대책만 내놓을 게 아니라 의무자조금 만들 때 생산자단체가 요구했던 것처럼 전체 물량의 50%를 농협이나 정부가 확실하게 수매해 해당 물량을 통해 가격을 완만하게 이끌어가는 진일보한 정책을 펼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또 지금처럼 도매물가를 잡아봐야 유통비용 붙고 나면 소비자 가격은 크게 변함이 없는 만큼 정부가 유통 단계를 대폭 감축하는 유통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달 25일자 상품 양파 1kg 평균가격은 1,923원이었고 27일자 가격은 1,730원으로 평년 가격인 약 900원보다 여전히 높은 상태다. 정부에서는 양파 가격이 평년보다 2배 정도 높기 때문에 수입이 늘어날 여지도 크고, 4월 하순 무렵 과잉 출하도 예방해야 하기 때문에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조기 출하장려를 선택한 것이다”라며 “중만생의 경우 아직 작황 등을 예단하기 어렵고 변수도 워낙 많기 때문에 5월 중순 정도쯤 현장 상황과 생산자단체 의견 등을 고려해 비축이라던가 여러 방안을 고민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기준 상품 양파 1kg 평균가격은 1,331원으로 전날 1,532원과 27일 1,730원에 비해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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