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개혁의 출발, 조합장 선거

  • 입력 2023.02.26 18:00
  • 수정 2023.03.05 18:12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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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3월 8일 제3회 전국 동시조합장선거가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23일 정선농협 조합장에 출마한 김영돈 후보(오른쪽)가 강원 정선군 남면 유평리 과수원에서 가지치기중인 한 조합원을 만나 지지를 호소한 뒤 되돌아나오고 있다. 경쟁후보 5명의 선거기호가 바로 전날 정해져 조합장 후보임을 드러낼 외투나 어깨끈조차 없다. 한승호 기자
3월 8일 제3회 전국 동시조합장선거가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23일 정선농협 조합장에 출마한 김영돈 후보(오른쪽)가 강원 정선군 남면 유평리 과수원에서 가지치기중인 한 조합원을 만나 지지를 호소한 뒤 되돌아나오고 있다. 경쟁후보 5명의 선거기호가 바로 전날 정해져 조합장 후보임을 드러낼 외투나 어깨끈조차 없다. 한승호 기자

3월 8일 전국 동시조합장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왔다. 농협 조합장을 조합원 투표로 뽑기 시작한 건 1988년이지만, 조합마다 중구난방으로 진행하던 과거의 선거는 금품수수와 조작 의혹 등 극도로 혼탁한 양상을 띠었다. 이에 2015년부터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하에 전국 농협·수협·산림조합 조합장을 한날한시에 뽑기 시작했고, 이것이 이번에 3회째를 맞는 전국 동시조합장선거다.

민주주의를 가장 강력하게 지향하는 조직이 협동조합인 만큼, 조합장 선거야말로 협동조합의 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조직의 규모가 클수록 대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소규모 영농조합이나 마을회의 정도라면 구성원들의 총의를 모으기 용이하지만 어느 정도 규모를 넘어서면 대의(代議) 경영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우리 농협은 전 세계 협동조합 중에서도 가장 큰 조직이다.

하지만 2023년 지금까지, 농협은 그 어떤 협동조합보다도 조합원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 농협이 농민조합원의 안정적인 영농보다 조합의 안정적인 경영을 우선시하며, 정부를 대신해 농민들을 훈계하고 억압한다. 농협중앙회는 더더욱 농민들과 멀어져 협동조합 본분을 망각한 채 이윤을 좇는다. 협동조합의 꽃이라는 조합장 선거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기에 발생하는 일들이다.

지난 두 차례의 선거에서 확인됐다시피, 개선된 선거제 역시 공정성을 온전히 담보하진 못하고 있다.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은 극도로 제한되고, 이에 따라 재출마한 현직 조합장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한다. 양지에서 경쟁 기회가 보장되지 않으니 음지에서의 비리·부정도 끊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선거제의 결함을 핑계로 선거를 등한시해선 안되는 이유는, 조합장 선거가 농협을 개혁할 최고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경북 문경에선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좋은농협만들기 시민토론회’가 열렸다. 박진도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이 자리에서 “과거엔 농협중앙회를 개혁해 지역농협을 끌고 가야겠다고 생각해 중앙회 개혁을 추진했는데 오히려 ‘개악’이 돼버렸다. 지나고 보니 지역농협을 변화시켜 중앙회를 개혁해야 하는 건데 순서가 거꾸로 됐다. 농협은 너무 거대한 조직이고 지역농협도 1,113개나 돼 개혁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1,113개 다는 못하더라도 우리 지역 조합장부터 제대로 뽑는다면 그 농협은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협개혁에 일평생을 바친 노학자의 결론처럼, 조합장 선거는 협동조합을 협동조합답게 만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첫걸음이다. 이는 지난 60년 동안 농협이 망각해왔던, 그러나 태생적으로 절대 거스를 수 없는 협동조합의 기본 원칙이기도 하다.

답답한 농협의 현실 속에서도 진정으로 조합원을 섬기고 삶의 무게를 나눠 지는 ‘보석 같은’ 조합장들은 분명 존재해왔다. 농협중앙회장을 위한 전국의 수많은 ‘예스맨’ 속에서 당당히 ‘노’를 외쳐온 것도 이 조합장들이다. 조합원들이 조합장 선거에 진지하고 절박하게 임할수록, 보석 같은 후보들에게 표가 모일수록 우리 농협, 그리고 농협중앙회는 좀더 바람직한 모습으로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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