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살리고, 특산품 선물받고 … ‘고향사랑기부제’ 시작

지자체 기부 유치 경쟁 본격화

답례품에 지역별 특산물 총집합

10만원 기부해도 내 지출은 ‘0’

  • 입력 2023.01.22 18:00
  • 수정 2023.01.23 08:2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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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기차역·전통시장·대로변, 사람이 모이는 곳마다 현수막이 붙었다. SNS엔 지자체별 릴레이 홍보가 꼬리를 물고, 농촌 지자체의 대도시 특산물 판매장에도 으레 익숙한 판넬이 등장한다. 전남 담양군은 200만개의 소주병에 ‘담양’ 이름까지 박아넣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되는 첫 해, 지자체들은 분주하게 제도를 홍보하며 기부를 유치하고 있다.

아직 집계를 낼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기부도 제법 열기를 띠는 분위기다. 경북-전남, 강원-제주 등 지자체장들의 상호 기부를 시작으로 수많은 정치인·연예인·운동선수들의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고 인터넷에도 덩달아 일반인들의 정보글과 후기가 넘쳐나고 있다.

시행 초기 화제를 모으고 있는 건 역시 각 지자체가 기부자에게 제공하는 기부답례품이다. 공산품, 생활용품, 심지어 수입 수산물까지 가져다 구성해 놓은 도시지역보단, 건강한 농수산물을 특산품으로 보유한 농촌 지자체들이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다.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제도의 취지를 생각하면 바람직한 현상이다.

철원오대쌀·안동소주·상주곶감·영광굴비·순창고추장·예산사과·단양마늘·횡성한우·임실치즈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품들이 기부자 맞을 준비를 끝냈다. 농가체험·케이블카·템플스테이 등 간단한 관광상품도 드물잖게 찾아볼 수 있다. 장성·무주·순창·의령엔 ‘벌초대행 서비스’가 등장했으며, 영암군은 ‘천하장사와 함께하는 식사 데이트권’이라는 이름으로 영암군 씨름단 팬미팅을 기획했다. 답례품에서 드러나는 치열한 유치 경쟁은, 농촌지역이 고향사랑기부제에 얼마나 큰 기대를 갖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보우당 앞에 차려진 홍보 부스에서 감귤과 감귤초콜릿 등을 구매하고 있는 시민들.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을 앞둔 지난해 11월 24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서울 봉은사와의 상생교류 협약식에서 감귤 등 특산물을 판매하며 고향사랑기부제를 홍보하고 있다.

기부자 입장에서 봐도 매력이 있는 제도다. 기부자는 기부처 수에 관계없이 연간 합계 500만원 한도 내에서 기부할 수 있는데,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 10만원 초과분은 16.5%의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특히 10만원 소액기부자의 경우엔 자신의 지출이 ‘0’인 셈이다. 기부한 액수를 고스란히 세액공제로 돌려받고, 여기에 더해 기부 대상 지자체로부터 3만원(기부금의 10%) 상당의 기부답례품을 받게 된다.

가령, 서울시 영등포구에 살고 있는 A씨가 경북 영주시에 10만원을 기부했다면 자금 흐름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영주시는 10만원을 기부받고 3만원짜리 답례품을 제공했으니 7만원의 재정수익을 얻는다. A씨는 기부금 전액을 세액공제받고 3만원짜리 답례품을 받았으니 역시 지출 없이 3만원의 이득을 본다. 기부 액수인 10만원은 사실상 정부와 서울시(영등포구)가 각각 9만원·1만원가량의 세수를 포기함으로써 부담한다. 즉, 이 제도의 본질은 정부가 농촌지자체의 발전을 위해 실질 지원을 하면서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물론 기부액 10만원은 소액의 예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농촌과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고향사랑기부제의 울타리 안에서 연간 500만원까지 기부가 가능하다. 이 경우 정부의 지원에만 기대지 않고 좀더 기부자 본인의 부담을 늘려 기부에 성의를 실을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는 자신의 주민등록상 거주지(기초·광역)를 제외하고 모든 지자체에 할 수 있다. 기부는 ‘고향사랑e음’ 인터넷 사이트(https://ilovegohyang.go.kr/) 또는 전국 농협은행과 농·축협 금융창구에서 할 수 있다. 기부답례품은 고향사랑e음 사이트에 지자체별로 총정리돼 있으며 온·오프라인 기부자 모두 이 사이트를 통해 답례품을 신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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