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영역 푸드테크, 초국적 자본은 진작부터 ‘먹잇감’ 낙점

  • 입력 2023.01.15 18:00
  • 수정 2023.01.15 21:11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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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푸드테크. 대다수의 농민·도시민으로선 낯선 영역이다. 관련 업계의 동향을 알 기회도 없었다. 우선 최소한의 굵직한 흐름은 소개할 필요가 있겠다. 푸드테크 관련 최신 기술동향, 그리고 푸드테크를 활용해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마저 새로운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식품 대기업들의 최근 양상을 살펴보자.

푸드테크의 ‘핵심’인 대체식품, GMO 문제와도 연관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3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야외 전시장에 차려진 SK그룹의 ‘지속가능식품 푸드트럭’에서 직원들이 대체유 단백질을 활용해 만든 우유빙수를 팔고 있다. SK그룹 제공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3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야외 전시장에 차려진 SK그룹의 ‘지속가능식품 푸드트럭’에서 직원들이 대체유 단백질을 활용해 만든 우유빙수를 팔고 있다. SK그룹 제공

국내외 식품기업들은 최근 기후위기 상황과 연계지어 푸드테크 중에서도 ‘대체식품’ 개발 및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대체식품이란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이용해 고기·계란 등 기존 축산식품과 비슷한 형태와 맛이 나타나도록 만들어낸 식품으로, 식물성 고기(식물기반 대체육)·계란·유제품과 식용곤충 등이 속한다. 대체식품에 사용되는 식물기반 단백질은 대두 단백질(대두 분리 단백질, 조직화 대두 단백질)과 밀의 글루텐, 완두 단백질, 퀀(Quorn, 곰팡이 단백질) 등이다. 현재 대체식품에 사용되는 주 원료가 대두·완두·밀과 곰팡이란 뜻이다.

특히 대체육(업계에선 대용육 또는 대안육이라 표현)에 대해 업계와 일부 학자들은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 먹거리라고 평가하며, 기존 축산 영역에서 생산해 온 고기 대신 대체육 소비를 늘려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기존 축산이 탄소 배출의 주범이니만큼, 탄소 배출 없이 첨단기술로 만들어낼 수 있는 대체육을 먹는 것이 ‘지구를 위한 일’이라는 마케팅이 강화되고 있다.

최근엔 대체식품 개발법으로서 ‘정밀발효’ 기술이 업계에서 유행 중이다. 정밀발효는 발효기술 및 정밀생물학을 결합해 간단한 미생물, 또는 미생물에서 맞춤형 유기분자를 새로이 만들어내는 기술로, 정밀발효를 통해 과학자들이 식품의 맛과 느낌, 기타 제품의 성능 향상이 가능하도록 미생물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례로 미국의 생명공학기업인 ‘퍼펙트데이(Perfect Day)’는 정밀발효를 통해 동물의 힘을 빌리지 않고 우유 단백질을 만들어낸 바 있다. 젖소로부터 우유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를 추출해 그것을 ‘트리코데르마 레세이(Trichoderma reesei)’라는 곰팡이에 주입한 뒤 이 곰팡이를 발효탱크에서 배양해 우유 단백질을 만들어냈다.

참고로 대체유 단백질 등 미생물 유래 대체단백질은 유전자를 곰팡이 등 외부물질과 섞어 만든 것이기에 유전자조작물(GMO) 범위에 포함된다. 국내 식품업계 일각에선 미생물 유래 대체단백질이 GMO 식품으로 간주돼 안전성 평가 후 한시적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규제가 까다롭다며, 미생물 유래 대체단백질에 대한 심사·등록 과정의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푸드테크의 대체단백질 영역은 이처럼 GMO 문제와 연결된다.

미국의 대체육 스타트업(벤처기업)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가 개발한 성분인 ‘헴(HEME)’의 경우 대두 뿌리에서 추출한 레그헤모글로빈 유전자를 활용해 만든 것으로, 대두로 만든 대체육 패티에서 육즙이 흐르고 고기와 비슷한 맛이 나게끔 하는 성분이다. 이 헴 성분은 한국·중국·유럽연합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GMO 성분으로 여겨 GMO 표시를 해 왔으나,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 성분의 사용을 승인했다. 이후 미국 내 월마트 등 2만개 이상의 식료품점과 버거킹 등 4만여개 레스토랑에 헴 성분이 주입된 임파서블 푸드의 제품이 공급됐다.

로봇 셰프가 음식의 간을 측정한다고?

푸드테크의 또 다른 축인 기계산업 분야를 보자. 기계산업 영역에선 로봇기술과 3D 식품 프린팅 기술이 핵심기술로 거론된다.

이미 우리는 도시의 일부 고급식당에서 사람 대신 로봇이 음식을 나르는 장면을 종종 보게 되는 등, 음식 제공 업무를 로봇이 대신 하는 경우는 과거보다 늘어났다. 여기서 더 나아가, 최근엔 로봇이 인간 대신 음식을 만드는 기술까지 개발됐다. 로봇이 닭을 튀기거나 국수를 뽑아내는 기술은 이 업계에선 ‘초보기술’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팀과 가전업체 베코(Beko)는 로봇 셰프가 음식물을 씹는 단계에서 ‘전자 혀’로 음식의 간 변화를 측정하는 기술을 연구해, 로봇 셰프의 간 측정 방식이 기존 맛 측정 방식보다 훨씬 ‘간의 변화’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게끔 했다.

한편 자동화한 출력장치를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모양으로 음식을 뽑아내는 3D 식품 프린팅 기술도 점차 기존 먹거리의 맛과 질감까지 구현해낼 정도로 ‘진화’ 중이다. 3D 프린팅으로 대체육을 생산하는 이스라엘의 ‘세이버잇’, 같은 기술로 기존 연어의 맛과 별 차이 없는 식물성 연어 펠릿(생선의 뼈 없는 조각)을 뽑아내는 오스트리아의 ‘레보 푸즈’, 지난해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2)에서 두 개의 로봇 팔이 5,000여 종의 조리법에 따라 요리하는 ‘몰리 키친 로봇’을 개발한 영국의 ‘몰리 로보틱스’ 등이 이 분야의 선두주자로 거론된다.

대체육 이용해 ‘그린워싱’ 나서는 초국적 식품자본

그렇다면 최근 푸드테크 관련 업계 동향은 어떠할까. 요약하자면 그동안 각국의 스타트업(벤처기업)들이 푸드테크 기술을 발전시키며 키워낸 파이를 다국적 식품기업들이 호시탐탐 먹잇감으로서 노리는 상황이다.

특히 대체육 시장에서 그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지난 10년 간 세계 대체육 시장의 왕좌를 놓고 미국의 대체육 스타트업(벤처기업) 양대 산맥인 ‘비욘드 미트(Beyond Meat)’와 임파서블 푸드가 경쟁하는 구도가 이어졌으나,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이에 따른 생산비·물가 폭등으로 대체육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 하반기 비욘드 미트와 임파서블 푸드 모두 매출이 전년보다 감소했으며, 노동자를 대대적으로 해고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는 형국이다. 지난해 CES에 참가해 많은 주목을 끌었던 비욘드 미트와 임파서블 푸드는 올해 CES엔 불참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한편 다국적 식품기업들의 대체식품 분야 진출은 점차 늘어났다. 스위스의 세계 최대 식품기업 네슬레는 2017년 식물기반 대체육 기업인 ‘스윗 어스(Sweet Earth)’를 인수해 2019년 ‘인크레더블 버거’를 출시한 데 이어 2021년 완두콩이 원료인 식물성 유제품 브랜드 ‘분다(Wunda)’를 출시했다. 영국의 유니레버는 ‘더 베지테리언 부처(The Vegetarian Butcher)’를 인수해 2019년 12월부터 유럽 내 버거킹 매장에 식물성 재료를 공급 중이다. 미국의 켈로그는 작물 유전학 회사인 ‘벤슨힐’과의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확보한 고급 대두 성분을 자사 소유의 식물기반 대체육업체 ‘모닝스타 팜즈(Morningstar Farms)’에 공급한다.

그밖에도 대기업 주도하에 수많은 스타트업 인수·합병이 이뤄지고 있으며, 대체육 시장의 대기업 주도력은 점차 커지는 형국이다. 주요 식품기업들은 회사 명칭 및 기조까지 변경하며 ‘지구를 생각하는 녹색기업’으로 이미지를 채색(그린워싱)한다. 예컨대 카길의 육류 사업부(Cargill Meat Solutions)는 이름을 ‘카길 단백질(Cargill Protein)’로 바꿨으며, 타이슨 푸드는 ‘A Meat Leader(육류의 선두주자)’라는 기조를 ‘A Protein Leader(단백질의 선두주자)’로 고쳤다.

참고자료

박영숙·제롬 글렌, <세계 미래 보고서 2023>(비즈니스북스, 2022)

조은희, <비건을 경영하다>(매일경제신문사, 2023)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식품 신산업 분야 규제혁신 현장 토론회’ 자료집(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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