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검증 후에 신품종 보급하라

  • 입력 2022.11.27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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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온난화가 농작물 재배지도를 바꾸고 있다. 제주도에서만 재배되던 감귤이 육지의 남해안으로 건너오는가 하면 강원도 사과 재배도 가능해졌다. 기후변화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농업계의 대응도 분주하다. 열대성 과일을 재배하는 지역이 늘어나며 많은 지자체가 새로운 품종과 대체작물에 대한 시범사업 추진에 앞장서고 있다.

대표 사례가 충북 단양군이다. 단양군은 지난 2013년부터 시범사업으로 아로니아 재배를 권장했다. 많은 농민들이 시간과 재정을 들여 아로니아를 심고 가꿨다. 새로운 소득작목으로 각광 받으리라 기대하면서 정성을 다했다. 그런데 아로니아 수확기에 예기치 않은 일이 생겼다. 건강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아로니아 가공품 수입이 많아지고 지자체가 권장해 재배면적까지 늘어난 탓에 국내산도 과잉생산 된 것이다. 판로가 막히고 값싼 수입산 제품에 경쟁력도 잃어 농가들은 폐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재정적인 손해도 컸고 감당하기 힘든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또다시 전남 나주에서 플럼코트 농사에 10년 세월을 보낸 농민들의 한탄이 이어지고 있다. 10여년 정성을 쏟았지만 날씨에 민감한 특성 탓에 재배가 어렵고 보관성이 떨어지는 데다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판로의 어려움까지 겹친 것이다.

이러한 시범사업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새로운 품종을 육성하고 실제 현장에 재배되기까지 반드시 철저한 검증이 뒷받침돼야 한다. 품목 선택의 책임이 농가에 있다지만 위험성을 감수하고 노심초사 10년 재배한 결과가 폐원이라면 누가 농사를 짓겠는가.

농촌진흥청은 새로운 품종을 육종하고 농업기술센터는 현장에 보급하는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이다. 그런데 제대로 검증 안 된 신품종이 보급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이 보게 된다. 지난 10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신품종 개발 이후 사후관리가 미흡하다는 점과 성과주의 사업방식의 폐해가 나타났다. 농민은 생산기반 조성에 많은 투자를 했으나 결국 고스란히 빚으로 떠안게 됐다.

올해에만 나타난 폐해가 아니다. 경기도 여주에서는 특정 조생종 벼 품종을 재배한 농민들이 농사를 망쳤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나쁜 종자가 보급되면 1년 농사를 망치게 되고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커져 농가에 치명타를 입힌다. 그래서 종자선택과 품목 선택은 거듭 신중해야 하고 빠른 시간에 성과를 기대해서도 안 된다.

정부의 전략작물 중 ‘가루쌀’ 재배도 긴 안목으로 접근해야 마땅하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임기 내 성과를 보겠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결코 안 되며 농가 실증 실험을 통해 충분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검증도 안 된 가루쌀 재배를 갑자기 권장하고 있다. 직불제까지 줘가며 면적을 늘리는 것이 새로운 대안이 될지, 새로운 화근이 될지 판단할 수 없다. 밀 농사의 품종별 보관과 유통 재배의 체계를 만들고 품종을 개량하는데 재정과 인력을 투자해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 가루쌀 재배 확대는 한 번 더 심사숙고해 결정해도 늦지 않다.

30년 전부터 정부는 어느 해는 논농사를 늘리기 위해 묵은 땅을 개간하면 지원했고, 어느 해는 휴경을 하면 지원을 했다. 정권에 따라 정책이 바뀌었으나 농민들은 국민을 위해 쌀을 생산해 왔고 반세기 동안 농업을 지켜왔다. 농민들이 바라는 건 쌀과 한우처럼 농업과 농촌을 지탱할 든든한 품목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고, 국가는 책임지고 그런 품목을 권장해야 한다. 특히 자급률이 낮은 밀, 보리, 옥수수, 콩의 재배면적이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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