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행정기관의 신품종 보급·확산, 보다 신중히 접근해야

나주시, 별도 실증 시험 안 거친 채 플럼코트 재배 독려

뒤늦게 대책 마련하는 동안 농민 피해 눈덩이처럼 불어나

  • 입력 2022.11.27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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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플럼코트 ‘하모니’ 품종의 착과 모습. 하모니 품종의 과실 외관은 살구에 가깝고 맛은 살구와 자두의 중간 맛을 지니며 크기는 70g 내외로 살구에 비해 크고 당도가 높다. 농촌진흥청 제공
플럼코트 ‘하모니’ 품종의 착과 모습. 하모니 품종의 과실 외관은 살구에 가깝고 맛은 살구와 자두의 중간 맛을 지니며 크기는 70g 내외로 살구에 비해 크고 당도가 높다. 농촌진흥청 제공

 

지역 특화작목인 배가 수입과일 등의 영향을 받아 그 입지가 예전과 같지 않자 나주시에서는 지난 2011년 새로운 유망과수인 플럼코트를 보급해 농가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했다. 생육이 빠른 덕에 여느 조생종 과종보다 빨리 시장에 출하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할 거란 판단도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별도의 지역 적응 시험을 거치지 않은 채 확대·보급된 플럼코트는 나주 농민들의 숱한 시행착오를 야기하며 폐원이라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플럼코트 품종을 개발한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에서는 해당 과종을 살구 재배 농가에 보급하고자 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살구와 자두를 종간교잡해 만든 과종이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만난 과수과 관계자는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종간교잡 품종이다 보니 전국적으로 관심을 많이 받아 당초 의도와 다른 쪽으로 품종이 대거 도입된 것 같다. 애초 살구 재배 농가를 목표로 개발한 과종이기 때문에 수확 시기 등 재배 노하우가 있는 살구 재배 지역에선 품목 도입 후 최근 큰 문제 없이 작물을 재배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고 전했다.

이어 해당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품종 개발 마지막 단계에서 지역적응성 시험을 거치는데, 재배면적이 크고 전국적인 작목의 경우에는 도 농업기술원과 시·군 농업기술센터 등을 통해 최소 5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실험을 진행한 뒤 최종적으로 품종을 선발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 현장 실증을 별도 실시하기도 하는데, 플럼코트의 경우 유사 과종인 살구 등의 재배면적이 넓지 않아 당시 경기도 수원의 중부작물부에서 적응성 시험만 거친 뒤 선발해 증식·보급된 케이스다”라며 “품종을 개발하는 입장에서 통상실시가 이뤄졌더라도 농가 실증재배 등을 통해 현장 반응을 최대한 많이 얻어내고 싶은데, 이 경우 묘목이 업체 등을 통하지 않고 농가에서 다른 농가 등으로 도입돼 시장을 흐릴 우려가 커서 쉽지 않은 경향이 있다. 나주 플럼코트의 경우 과원이 위치한 지역에 따라 개화기 차이도 많고 수세관리에 따른 착과율도 편차가 크다 보니 애로사항 해결이 쉽진 않았지만 현장 농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연구·개발 기술을 보급한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최근 인공수분으로 착과율이 많이 개선된 결과를 보이며 정확한 수확 적기를 농가에 교육한 덕에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던 피해도 많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 중이다”라고 밝혔다.

나주에서 플럼코트를 재배하는 농민들의 생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21일 만난 한 농민은 “지역에 적합하지 않은 품종이란 생각도 들지만, 새로운 품목이다 보니 제대로 된 구체적 정보가 농가에 제대로 보급되지 않아 발생한 피해도 많았다고 본다”라며 “열풍방상팬의 냉해 방지 효과와 등유 비용 부담 문제, 3차 인공수분에 따른 생산비 걱정,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필요성 등 아직 해결할 부분이 남아 있지만, 가장 먼저 개선돼야 할 것은 행정과 정부기관의 책임감 있는 사업 추진이다. 작목을 확대 보급하기에 앞서 신중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10년 동안 플럼코트를 재배하며 얻은 것은 빚뿐이고 아직도 열매가 많이 달리면 이걸 어떻게 유통시키고 얼마에 팔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서는데, 정작 권장사업으로 플럼코트를 장려한 행정에선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피해는 전부 농민들 몫이라는 게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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