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신품종 보급, 피눈물 흘리는 농민들

  • 입력 2022.11.27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전남 나주시 세지면에서 10년 동안 플럼코트를 재배해온 나식(66)씨가 지난 21일 자신의 농원에서 플럼코트 농사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플럼코트 나무 사이마다 새로 심은 묘목은 그가 플럼코트 폐원에 대비해 심은 배나무이다. 한승호 기자
전남 나주시 세지면에서 10년 동안 플럼코트를 재배해온 나식(66)씨가 지난 21일 자신의 농원에서 플럼코트 농사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플럼코트 나무 사이마다 새로 심은 묘목은 그가 플럼코트 폐원에 대비해 심은 배나무이다. 한승호 기자

 

“플럼코트에 10년 세월을 쏟았는데, 보람이랄 게 없어요. 지자체에서 권장한 작목이라 너도나도 믿고 재배했는데 그때 그 사람들 대부분이 버티다 버티다 결국 폐원했고, 나 역시 지금까지 버티고는 있지만 엄청난 생산비에 유통, 판매 그 어느 것도 여전히 원활하지 않다 보니 이젠 한계라는 생각뿐이에요.”

지난 21일 전남 나주시 세지면의 플럼코트 농원에서 만난 농민 나식(66)씨의 한탄이 이어졌다. 나씨는 나주시가 지역 특화작목으로 육성하던 플럼코트를 10년 전 3,000평 규모의 과원에 심은 뒤 지금까지 재배 중이다.

플럼코트는 농촌진흥청이 자두와 살구를 종간교잡해 육성한 새로운 과종으로, 특히 ‘하모니’ 품종은 1999년 교배해 2007년 최종 선발됐으며 2011년 품종등록 절차를 마친 뒤 2012년부터 농가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나주시에서는 한발 앞선 2011년 무렵부터 ‘기후변화에 대응한 유망과수 보급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플럼코트 하모니 신품종의 통상실시권을 낙찰받아 관내 종묘업체를 통해 묘목을 육성·보급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나주시는 아울러 고품질 플럼코트 생산단지 조성을 위해 시설 지원사업 등도 활발히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나씨는 나주시가 추진한 여러 지원사업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지 못해 덕시설과 관수시설 설치 등 기본적인 생산기반 조성에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했지만 지금까지 10년의 세월 동안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로부터 지원사업을 받은 농가들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게, 대부분의 농가가 수분수 문제와 착과 불량, 유통·판매 문제 등으로 이미 폐원했거나 폐원을 고민 중인 상태기 때문이다.

나씨는 “과실이 가진 경쟁력 하나는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햇과일 중 출하시기가 가장 빠르고 당도도 월등히 높으며 과일 크기도 한 번에 섭취하기 적절해서 요즘 사람들이 선호하는 장점을 거의 다 갖췄다”라며 “다만 인공수분에 너무 많은 인력과 비용이 수반되는 데다, 수분 이후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해 낙과가 심한 점, 보관성이 아예 없다시피 해 유통이 힘들고 판로가 아직 부족해 제값을 받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이미 현장에서 숱하게 시행착오를 겪어 지금까지 온 만큼 이런 부분들이 재차 개선되면 좋겠고, 농민들이 피해를 덜 수 있게 농작물재해보험 대상 품목에도 플럼코트가 포함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전했다.

나씨를 비롯해 나주시에서 플럼코트를 재배 중이거나 재배했던 농민들은 하나같이 과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나 분석 없이 무리하게 확대 보급한 게 가장 큰 패착이라 말했다. 아울러 지자체가 몇 가지 재배 편이성만 내세워 시행착오를 오롯이 농민들이 겪어냈다고 평하며, 숱한 호소에도 책임지는 이 하나 없이 ‘나 몰라라’하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행정에 분노를 표했다.

한편 플럼코트 이슈는 이미 여러 번 언론을 통해 지적된 바 있다. 아울러 지난달 농촌진흥청을 피감기관으로 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신품종 개발과 사후관리의 미흡함을 지적하며 플럼코트 재배 농민들의 실정을 다시금 등장시켜 이목을 끌었다.

당시 윤 의원은 “농진청은 2007년부터 플럼코트가 차세대 과일 소비를 이끌 과종이라며 적극 홍보에 나섰지만 정작 재배 농민들은 플럼코트를 재배하는 데 바친 10년의 세월 동안 남은 게 빚뿐이라고 토로한다. 수분수와 낙과 문제, 유통의 어려움 등 플럼코트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농진청이 실증시험을 제대로 치르기도 전, 홍보에만 집중해 전국 농가에 플럼코트를 확대·보급했기 때문이다”라며 “농민들의 피해는 도대체 누가 책임지냐”고 강조했고 농진청에서는 국감 이후 사후관리 개선방안을 의원실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한국농정>은 국감으로 재차 대두된 나주 플럼코트 재배 농민의 실정과 농촌진흥청의 신품종 사후관리 실태를 낱낱이 살펴봤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