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플럼코트 재배 농가, 다수가 결국 ‘폐원’의 길로

무리했던 확대 보급에 여러 시행착오 겪은 현장 농민들

10년 세월 보낸 뒤 최근 자리 잡은 농가 수도 적진 않아

농작물재해보험 및 유통·판로,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

  • 입력 2022.11.27 18:00
  • 수정 2022.11.27 21:36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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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전남 나주에서 플럼코트를 재배해온 김덕중(72)씨가 지난 21일 밭을 둘러보고 있다. 김씨는 재배 여건 등의 문제로 플럼코트 면적을 대폭 줄인 뒤 그 자리에 블루베리를 심었다. 한승호 기자
전남 나주에서 플럼코트를 재배해온 김덕중(72)씨가 지난 21일 밭을 둘러보고 있다. 김씨는 재배 여건 등의 문제로 플럼코트 면적을 대폭 줄인 뒤 그 자리에 블루베리를 심었다. 한승호 기자

전국에서 가장 먼저 플럼코트 신품종이 보급됐지만, 오늘날 나주에서는 플럼코트 재배 농민을 쉽게 찾을 수 없는 실정이다. 지자체 권유와 새로운 종간교잡종이라는 농촌진흥청 홍보에 기대를 걸고 묘목을 식재했지만, 이전에 없던 새로운 과종이다 보니 온갖 시행착오를 농가 본인들의 몫으로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만난 김덕중(72)씨는 초창기부터 플럼코트 재배에 뛰어든 농민 중 한 명이었다. 면적을 대거 줄였지만 여전히 플럼코트를 재배 중인 김씨는 “농촌 고령화가 심하다 보니 과중이 무거운 배를 따고 10kg씩 나르고 하는 등의 작업보다 상대적으로 가볍고 2kg 단위로 작업하는 플럼코트가 훨씬 편하겠다는 생각에 약 11년 전 플럼코트를 심게 됐다. 키워 보니 꽃이 일찍 펴 병해충 발생이 적은 장점도 있고 농약을 많이 안 줘도 되니 편리한 점이 분명히 있는데, 플럼코트 꽃이 농진청에서 수분수로 쓰라고 한 살구보다도 빨리 펴 곤혹을 치르긴 했다”라면서 “지금은 중국서 한 봉에 5만원씩 하는 꽃가루를 사다가 인공수분을 하고 있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고 제대로 착과시키려면 3번은 꽃가루를 찍어야 해 거기에 드는 인건비도 무시 못할 지경이다. 또 보급되자마자 뛰어든 농민들은 3년에서 5년 지나고부터 어찌 됐든 열매를 보긴 봤는데 서리만 내리면 과실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도 문제였지만 후숙과일인 걸 몰라서 적기에 수확을 못 하다 보니 나무에 남은 열매가 내리는 비에도 우수수 떨어지고 새가 먹어버리고 하는 통에 소득이 영 안 됐다”고 설명했다.

또 김만복 나주시플럼코트연구회 회장(81)은 “한때는 회원이 70명에 달했는데 지금은 32명 정도밖에 안 된다. 다른 품종에 비해 일찍 수확할 수 있어 재배 기간이 짧다 보니 경쟁력 있겠다는 판단에 많은 농가가 플럼코트 재배에 손을 댔고 특히 기후변화 대체 특화작목이라는 홍보에 귀농·귀촌인들도 많이 유입됐는데 많이 폐농하고 다른 작목으로 넘어갔다”라며 “정보가 워낙 없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실제로 플럼코트를 재배해보니 오히려 배보다도 더 키우기 힘든 작목인 게 나주가 재배 적지가 아니어서 그런지 봄철 낮은 온도에 냉해가 잦았고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과실을 맺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지금은 3번에 걸쳐 인공적으로 수분을 하는 게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수세관리도 신경 써서 하다 보니 수확까지 큰 문제는 없다고 보는데 시행착오가 많았던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연구기관과 지자체에서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농가도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지금 나주에서 플럼코트를 재배 중인 농가는 어떻게 해서든 이 작목을 계속 재배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편인데, 서리 피해 예방을 위해 가동하는 열풍방상팬의 등유 면세가격이 일반 가격과 1,000원 차이밖에 나질 않다 보니 생산비 부담이 큰 게 걱정이다. 또 인공수분에 들어가는 꽃가루 비용도 만만치 않은 데다 인공수분 효과를 높여줄 벌이 없기 때문에 벌통 지원 등의 지원사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라며 “플럼코트가 당도도 높고 과일 모양과 크기도 좋은 데다 플라보노이드 등 항산화 물질이 많아 경쟁력이 분명히 있는 작목인 만큼 남은 어려움도 잘 타개해서 나주 플럼코트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지난 2020년에 이어 최근 국감 이후에도 플럼코트 사후관리 방안을 재차 마련했다. 의원실에 제출한 사후관리 방안에는 △현장 확산에 앞선 주산단지 중심 신품종 보급으로 재배 매뉴얼 정립 및 재배·유통상 문제점 보완 △새로운 작목 문제점 신속 해결을 위한 담당부서 및 기관별 협업체계 마련 △유통인·소비자 대상의 신품종 시장성 평가를 유통·상품성 보완에 활용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농진청은 보급품종 사후관리 및 결과 환류를 위해 현황조사 및 시범사업을 추진해 재배상 문제점과 추가연구 사항, 보급실적 등을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 관계자에 따르면 수분수 품종 선발을 지속하는 한편 꽃 상태에 따른 적정 수분 시기 등에 대한 연구와 온·습도에 따른 유통 가능 기간을 파악하는 등 수확 후 기술에 대한 연구도 진행할 방침이다.

또 나주시에서는 다각도로 생산·유통 관련 지원사업을 추진한 바 있으며 서리방지를 위해 열풍방상팬 지원을 지난해와 올해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사후약방문격인 연구기관과 행정의 대처에 농민들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농민 나식(66)씨는 “10년 동안의 수익을 계산할 수도 없다. 몇 년 안에 파산할 수밖에 없을 거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지자체 권장사업이라 해서 참여했는데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 없다. 과일 자체는 참 좋고 재배 방법도 어느 정도 개선이 됐는데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도 못 하고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이미 소문이 났는지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을 절대 안 받아주는 눈치다”라며 “유통·판로 아무 걱정 없이 그저 농사만 지을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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