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수출의 내일은 어디로 가야할까

지난 2년간 러시아 시장 개척 성공으로 수출실적 급상승
올해 침체 분위기 속 수출통합조직은 아직 자리 못 잡아
“그래도 가능성은 북방에 … 러시아·캐나다에 집중해야”

  • 입력 2022.11.13 18:00
  • 수정 2022.11.13 19:08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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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권순창 기자]

러시아 시장 개척으로 수출실적이 급상승했던 제주 감귤이 올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9일 제주도 서귀포시 색달동 중문감귤거점산지유통센터에서 직원들이 전처리가 끝난 감귤에 대해 2차 육안 선별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러시아 시장 개척으로 수출실적이 급상승했던 제주 감귤이 올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9일 제주도 서귀포시 색달동 중문감귤거점산지유통센터에서 직원들이 전처리가 끝난 감귤에 대해 2차 육안 선별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중국산 감귤 수출이 활성화되면서 한동안 침체상태였던 우리나라 감귤 수출은 지난 2020년과 2021년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러시아에서 갑자기 우리나라 감귤을 대량으로 수입한 덕이다. 러시아는 곡물 생산에서는 ‘큰 손’이지만, 과일의 경우 국내 시장의 85%가량을 수입산으로 채울 정도로 국내 재배 여건이 열악하다. 급증하는 겨울 감귤 수요를 주로 중국·중동산으로 대처하던 러시아는 지난 2019년 12월 중국산 감귤에서 ‘귤과실파리’가 검출되자 바로 다음 달부터 전면 수입금지조치를 취했다.

이에 힘입어 국산 감귤 대러시아 수출량은 2020년산이 4,800톤으로 급증했고, 2021년산도 5,100톤에 육박하며 간만에 저력을 과시했다. 제주도 내 수출선도조직인 제주감귤농협은 물론이고 제주시농협·조천농협·함덕농협·중문농협 등 감귤 주산지의 지역농협들도 첫 선적을 성대하게 기념했다.

최근 20년 새 국민 1인당 과실 소비량이 2배 넘게 급증한 러시아는 이 분야 먹거리 안전 확보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아제르바이잔, 모로코, 우즈베키스탄 등 러시아의 주요 농산물 수입국들 대개는 일부 품목에서 수입제한조치를 면할 수 없었다. 경쟁국이 대대적 제제를 겪은 것은 물론 행운이었지만, 그간 제주의 감귤 산업이 평상시 품질 확보와 유지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다면 2년 연속으로 괄목할 만한 양을 수출할 정도의 성과는 바라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산 감귤은 검역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2021년에는 수출량이 보다 확대됐다. 여기엔 한국에서 재배되는 감귤의 품종 특성도 한 몫을 했다. ‘먹기 편한 과일’을 원하는 소비 성향이 강해지는 건 세계적인 추세다. ‘딱딱한 껍질을 겨우 벗겨낸 뒤 오렌지처럼 질긴 속껍질을 함께 씹어야 하며 먹고 난 뒤 씨까지 뱉어내야 하는’ 중동산 감귤의 약점이 모두 제거된 제주 감귤은 이를 바탕으로 부족한 가격경쟁력을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엔 실적이 급격하게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시작돼 아직도 끝나지 않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악영향이 감귤 수확기에 이르러서도 해소되지 못했다. 식품의 경우 각국의 주요 수출 제재·제한 대상이 아닌 데다 그중 감귤은 러시아가 전쟁 이후 추진하고 있는 ‘식량자급 전환’의 대상도 아니지만, 물류 여건에 결국 발목을 잡혔다.

감귤 수출을 담당하는 농협의 담당자들은 블라디보스토크 현지의 항구 하역 환경이 매우 좋지 않다고 호소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항은 3일 거리에 불과하지만, 현재는 경우에 따라 항구에 물건을 내려놓는 데 2주까지도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서방 주요 선사들이 러시아 운항을 중단하면서 상트페테르부르크항이 위치한 발트해 대신 극동 방면으로의 물동량이 크게 늘었다. 이러한 혼잡 속에 최근 블라디보스토크 항 등 극동러시아 항만들은 물류 적체 현상이 극심해졌다. 제주감귤농협은 올해 수출실적 전망을 약 2,000톤으로 크게 하향했고, 지난해 600톤가량 수출했던 중문농협의 경우 아직 첫 선적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출통합조직, 조금 더 지켜봐야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품질과 규격이 천차만별이고 유통 및 저장환경에 따라서도 상태가 크게 좌우된다. 동일한 품목을 수출하려는 주체가 많다 보니 품질부터가 제각각이거니와 경우에 따라선 국내 수출조직끼리의 과도한 저가 경쟁으로 제 살을 깎아 먹는 일이 발생한다. 수출대상국이 검역조건을 변경하거나 비관세장벽을 설정하면 해당 품목에 극심한 혼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감귤 산업 역시 수출을 시작한 이래 이미 겪었거나, 혹은 현재 겪고 있는 문제들이다.

2018년 시작한 농식품부의 ‘수출통합조직 육성 사업’은 농산물 품목별로 생산자·수출업자들을 통합해 이 같은 문제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사업이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합의에 따라 우리 정부의 수출물류비 지원이 2024년부터 중단될 예정인 바, 지원 중단 이후의 가격경쟁력을 스스로 담보하기 위한 농업 분야의 자구책이기도 하다. 농협들이 각자도생의 형태로 수출하던 감귤 산업에서도 올해 초 ‘한국감귤수출연합’이 출범했다.

수출통합조직은 수출을 위한 자기 품목의 일관 관리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 상품 품질과 안전성 관리, 포장 및 유통·물류 개선, 수출 다변화 및 국가별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이 사업 과제에 포함돼 있다. ‘델몬트’·‘제스프리’ 등 세계적인 농산물 수출 브랜드들이 어떤 힘을 갖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이 과제들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설령 계획에 온전히 부합하는 성과를 내지 못한 다 하더라도 품목별 수출에 단일한 구심점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농산물 수출에 최소한의 안정감을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출창구 통합’은 통합수출조직 안착의 필수 과제로 여겨지고 있지만, 생산자와 기존 수출업체 간 이해상충으로 인해 품목마다 큰 진척이 없는 실정이다. 제주 농협들 역시 여전히 각기 계약한 수출업체를 통해 감귤을 내보내고 있으며, 수출실적이 업체의 역량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감귤의 경우 대규모 무역 업무역량을 지닌 생산자조직이 이미 존재하며 오랜 기간 성과를 내오고 있다는 점에서, 통합수출조직의 본래 취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제주 내 농협 가운데 유일하게 무역사무소를 둬 스스로 무역업을 소화하는 제주감귤농협은 열악한 상황에서도 러시아 현지 대형 유통 체인과의 직접 거래선을 지키며 일정 수준 수출 규모를 유지하는 등 ‘선방’했다. 감귤의 통합수출조직 출범 당시 잇따른 ‘수출 전담’, ‘창구 단일화’ 등의 수식어가 실제로 실행될 수 있을지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강찬종 제주감귤농협 무역사무소장이 노지감귤 수출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수지 기자
강찬종 제주감귤농협 무역사무소장이 노지감귤 수출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수지 기자

“그래도 러시아로 향하자”

한편, 다시 ‘수출 혹한기’가 닥쳤음에도 북방 지역을 중심으로 수출 확대를 모색하는 전략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운송 거리가 매우 짧은 데다 고정적 감귤 수요를 갖고 있고, 우리나라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대과를 오히려 선호하는 러시아 동북부는 우리 감귤 산업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일 수밖에 없다.

진재봉 중문농협 유통사업단장은 “2L 사이즈의 대과를 받아주는 곳은 결국 러시아 말고는 찾을 수 없다”라며 “동남아 같은 경우 국내 시장처럼 작은 과실만 요구하니 이쪽 판매에서도 대과가 남는 것은 똑같다”라고 설명했다. 진 단장은 “미국 시장은 2S부터 2L까지 전체 사이즈의 감귤을 가져가니 가장 이상적인 수출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접근에 한계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잔류 농약 기준 등 검역 요건이 까다로운 미국 시장용 감귤은 국내 시장용과 재배를 병행할 수 없어, 판로의 높은 불확실성 탓에 농가 유도가 어렵다. 동남아시아 시장의 경우 원체 현지 열대과일이 많은 데다 기후 탓에 감귤의 상온보관이 어려운, 극복이 힘든 환경이다.

강찬종 제주감귤농협 무역사무소장은 “어쨌든 제주 감귤이 수출 물량을 확대할 수 있는 시장이 러시아·캐나다 두 곳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캐나다 역시 현재 중국산이 1만톤 이상 들어가고 있는, 수요가 분명히 있는 시장이다”라고 강조했다.

강 소장은 “동남아시아 시장은 원체 현지 과일이 많고 상온이 높아 낮은 저장성이 약점인 감귤은 수출로 접근이 어렵다”라며 “껍질을 까기 쉽고 씨가 없는 우리 감귤에 대한 러시아 현지 반응은 굉장히 좋은데, 보다 체계적으로 기존 시장을 관리하고 캐나다 시장에도 새로운 마케팅으로 접근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제작지원: 2022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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