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각도로 효과 입증된 ‘제주 감귤 수출’, 확대·발전하려면

적잖은 비용 수반하는 물류 체계 개선 및 시설 마련 절실

수출 전용 품종 보급·품종 표시 의무화 등도 밑바탕 돼야

  • 입력 2022.11.13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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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9일 제주도 서귀포시 회수동의 한 밀감밭에서 여성농민들이 감귤을 따 손질하고 있다. 감귤 수출에 동참중인 농민들은 인건비가 오른 상황에서 수출용 대과만을 선별·수확하는데는 부담이 있다며 이에 대한 지원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한승호 기자
지난 9일 제주도 서귀포시 회수동의 한 밀감밭에서 여성농민들이 감귤을 따 손질하고 있다. 감귤 수출에 동참중인 농민들은 인건비가 오른 상황에서 수출용 대과만을 선별·수확하는데는 부담이 있다며 이에 대한 지원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한승호 기자

 

러시아와 캐나다를 대상으로 하는 제주 감귤 수출은 농가 소득 향상과 내수 조절 등 그 효과가 여러모로 입증됐다. 수출 물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러시아와 캐나다 등이 무엇보다 ‘감귤의 크기’를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에 국내에서 등한시되는 표준규격 2L 이상인 큰 감귤의 굳건한 소비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국내 소비가 저조한 큰 크기의 감귤을 가공용으로 판매하는 것보다 수출할 경우 kg당 더 높은 단가를 수취할 수 있어 소득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아울러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가 도입된 이후 국내 유통 감귤 수준으로 재배하면 미국과 영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동남아와 러시아·캐나다 등에는 별도의 농약 관리나 검역 걱정 없이 수출이 가능하다. 농가에서 감귤 수출을 결심하기 어렵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발목을 잡는 건 불안정한 국제 정세 외에 막대한 물류비용과 여러 제반 사항 등이다.

강찬종 제주감귤농협 무역사무소장에 따르면 대러시아 수출은 제주항에서 물건을 선적한 뒤 부산항을 거쳐 이뤄지는데, 제주와 부산을 오가는 물류비용이 상당한 편이다. 강 소장은 “제주에서 부산항으로 물건을 보내는 비용이 부산에서 동남아나 싱가포르로 물건을 보내는 비용보다 비싸다. 제주와 부산을 오가는 화물 선박의 규모가 크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감귤의 표준물류비가 다른 과수 품목에 비해 낮은 까닭에 물류비 지원을 받는다 해도 수출 시 수반되는 비용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이어 강 소장은 “물류의 비용적인 부분도 개선이 시급한 요소 중 하나지만, 제주항이나 부산항에 원물을 보관할 수 있는 저온 저장고 등의 시설이 충분치 않은 것도 문제다. 선박 일정이 지연될 경우 출항 전까지 감귤을 보관해야 하는데 제주항에는 신선식품을 보관할 시설 인프라가 많이 열악한 상황이고 부산항에는 선사에서 운영하는 냉장 컨테이너가 3개뿐이라 이용 시 비용이 만만치 않다”라면서 “냉장 보관을 못할 경우 선적 전까지 감귤을 상온 보관해야 하는데 이 경우 원물이 상할 우려가 굉장히 큰 만큼 냉장 물류 시설 조성이 필요하다. 또 2024년 물류비 지원이 예정대로 종료되면 수출원가에 상승분이 곧장 반영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위해 지원을 지속하는 한편 수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농가 인센티브 제공 및 농자재 지원 등도 뒤따르면 좋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수출 확대·발전을 위해 국내 생산기반과 여건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제주 감귤 수출을 위해 진재봉 중문농협 유통사업단장은 수출 전용 품종 보급·재배와 국내 유통 시 품종 표기 의무화 등이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단장은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제주 감귤 수출을 위해 품질 경쟁력을 갖춘 품종의 전략적 육성도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다. 현재 유통·수출되는 일반 조생 감귤의 대부분은 ‘궁천조생’ 품종인데 수출에 보다 적합한 품종을 육성·보급·확산시킬 필요가 있다”라며 “수확 후 수출국에 도달하기까지 길게는 20일 가까이 걸리는 만큼 물류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두꺼운 껍질의 품종을 농가에서 집중적으로 재배하고 수출전문단지 조성이 가능할 수 있게 생산기반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진 단장은 “다른 과수의 경우 표준규격 표시 의무사항이 잘 지켜지고 있지만 유독 감귤의 경우 유통 시 품종 표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생 또는 극조생 등으로 품종명 표기를 갈음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품종 표기가 국내에 정착돼야 농가에서도 소비자 선호도에 따른 품종 갱신 노력을 지속할 것이고 수출 시 바이어들도 품종별 특성을 이해하고 수출국 상황에 맞춰 계약을 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며 “품종명 표기가 명확히 이뤄지면 바이어들도 구체적으로 어떤 품종이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보였는지 확인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제주 감귤 품질 고도화를 위해서도 품종 표기 이행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농가에서는 최근 몇 년간 수출 물량이 가장 많은 러시아에서 선호하는 대과를 선별 수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수출 계약 물량 수확과 내수용 수확이 별도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인데, 크기에 따른 단가 차이가 큰 편이라 수출을 위한 대과를 별도로 선별해 수확하는 작업에 많은 비용과 노력이 수반된다고 전했다.

지난해와 올해 러시아 수출을 지속 중인 농민 박민숙(53)씨는 “미국이나 영국을 대상으로 하는 감귤 수출은 단가가 높고 선별 필요 없이 모든 크기를 내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농약이나 시설 관리가 몹시 까다롭다. 러시아를 대상으로 하는 수출은 가공용으로밖에 판매하지 못하는 큰 크기의 감귤을 판매할 수 있다는 면에서 이점이 있는데, 수출 시 작은 크기의 감귤이 섞일 경우 국내에서 판매할 때 만큼의 값을 받을 수 없어 표준규격 2L에 해당하는 감귤만 따로 선별해야 하는 점이 어렵다”고 말했다.

중문농협 수출공선출하회장을 맡고 있는 45년 감귤농사 경력의 농민 강원익(71)씨 또한 “러시아 수출은 한정된 가공용 물량을 해소하고 더 좋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지닌다. 하지만 인건비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수출용 대과 선별·수확을 하는데 부담이 적지 않아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이 뒤따르면 좋을 것 같다”면서 “농가 입장에선 가공용보다 러시아에 수출하는 게 소득 면에서 큰 도움이 된다. 올해 러시아 현지에서 중국산 감귤을 받기로 해 제주 감귤 수출 물량이 많이 줄어들어 아쉽지만 앞으로는 경쟁력을 갖춰 수출량을 점차 확대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 제작지원 : 2022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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