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필요한 21세기형 도농상생

  • 입력 2022.11.06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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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서울과 농촌을 잇는 상생상회 개점 4주년을 맞아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상생상회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우수 농수특산물을 구매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서울과 농촌을 잇는 상생상회 개점 4주년을 맞아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상생상회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우수 농수특산물을 구매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1960년대 이래 한국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기반으로 중공업 발전정책을 펼쳤다. 모든 경제정책은 ‘수출 확대’라는 지상목표에 복무했다. 도시엔 공장들이 들어서며 산업화가 본격화됐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에 대한 저임금 정책, 농민에 대한 저곡가 정책이 동반됐다. 국가는 노동자에 대한 저임금을 유지하기 위해(그럼으로써 기업 이윤 확대와 가격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동자의 주식인 곡물 가격도 낮은 상태로 통제했다.

이러한 정책은 이후 한국사회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저곡가 정책으로 농사짓고 살기 어려워진 농민 중 상당수가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동해 공장 노동자가 됐다. 반면 농촌 인구는 급속히 줄어들었다. 많은 인구가 사는 공간에 필연적으로 공공서비스도 쏠릴 수밖에 없었다. 농촌은 점차 비어갔다. 한국은 50% 이상의 인구가 전체 면적의 12%도 안 되는 땅(수도권)에 사는 ‘서울 공화국’이 돼버렸다.

자연스레 도농상생, 즉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살고, 도시민과 농민이 함께 사는 것은 한국사회의 미래를 고민하는 모든 이의 화두가 됐다. 도농상생을 위한 실천방식은 다양했다. 대표적 사례로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생활협동조합(생협)의 도농상생 운동이다. 일례로 고(故) 인농 박재일 선생 등의 사회운동가들은 1986년 12월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어 친환경 쌀을 팔기 시작한 데 이어, 1988년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책임지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진다’는 구호를 내걸며 한살림공동체소비자협동조합(오늘날의 한살림연합)을 설립했다.

한편 대학에서 학생운동에 동참했던 청년 중 일부는 ‘농투신’, 즉 스스로 농촌에 뛰어들어 농민의 삶을 살기로 했다. 대학 시절 농민학생연대활동(농활)을 다녀오며 저곡가·수입개방 정책으로 피폐해진 농촌의 현실을 배웠던 만큼, 많은 청년이 스스로 농민이 되면서 더 나은 농촌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설령 농투신까진 결심하지 못해도, 청년들은 농학연대(농민-학생의 연대), 시간이 흘러 사회에서 노동자가 된 뒤엔 노농연대(노동자-농민의 연대)를 표방하며 농민대회에서 농민과 함께 ‘쌀 시장개방 반대’, ‘FTA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도농교류 직거래장터를 열어 농촌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도시민이 접할 수 있도록 교류의 장을 개설한 시민사회 주체들의 공헌도 간과할 수 없다. (사)도농문화콘텐츠연구회의 ‘얼굴있는 농부시장(얼장)’, 서울 금천구 건강한농부 사회적협동조합의 ‘화들장’, 농부시장 ‘마르쉐’ 등의 장터는 농민과 도시민이 만나는 귀한 장이다.

시민사회의 도농상생 노력은 농촌에 엄청난 빚을 진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도 움직였다. 서울시는 2016년 ‘서울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을 조직했다. 저출생·고령화로 지역의 위기가 가중되면 서울에도 미래가 없다는 인식하에, 서울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은 지역 농산물 소개·판매 및 도농 문화교류의 장인 ‘상생상회’를 개장함과 함께, 서울-농촌 간 상생협력 사업을 다양하게 추진했다.

2022년 오늘, 도시-농촌 간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 그동안 농민의 ‘친구’가 돼 왔던 사람들뿐 아니라 전 국민이 ‘친구’가 되지 않는 한, 지금의 도농 양극화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친구야말로 농민의 입장에 공감하며 함께 싸울 수 있고, 친구가 돼야 ‘농투신’도 결심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농민과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이번호에선 농민과 친구가 된 사람들의 ‘21세기형 도농상생’ 사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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