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농의 가치 도시민에게 알리는 농민친화적 기업들

  • 입력 2022.11.06 18:00
  • 수정 2022.11.10 19:29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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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소농의 판로를 제공하고 대안농업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알림으로써, 생산자-소비자 간 ‘연결짓기’ 작업을 계속하는 '농민친화적 기업'들도 눈에 띈다.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친환경 소농들의 친구로 자리잡은 ‘둘러앉은밥상(대표 한민성)’의 사례다.

둘러앉은밥상은 친환경농사를 짓는 중소농가의 물품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기업이다. 물품 취급과 관련해 한민성 둘러앉은밥상 대표의 기준은 확고하다. △친환경농사를 짓는 소농가 △판로 확보에 현저한 어려움을 겪는 농가 △같은 재배방식으로 생산한다면 상대적으로 제반조건(시설·자금력 등)이 덜 갖춰진 농가 등을 최우선으로 찾는다.

거래할 농가들을 찾는 방식도 신선하다. 예컨대 유기농 배 재배농민을 찾을 시, 한 대표는 전국 각지의 유기농 배 재배농가 목록을 뽑고 그 농가들을 일일이 방문했다. 거래하자는 이야기부터 꺼내진 않고, 농가들의 일손을 도우며 농민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 식으로 농가 일손도 도울 겸, 원칙적으로 친환경농사(친환경인증 여부와 상관없이 생태친화적 농사를 짓는 농가도 대상)를 고수하는 농민도 찾을 겸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이미 어느 정도의 판로가 있는 농가는 목록에서 걸러내고, 판로 확보에 더 어려움을 겪는 농가 위주로 골랐다.

이제는 여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어느 정도 구할 수 있는 자연방목(그래스패드) 소의 고기 및 유제품, 6년 숙성 와인식초, 제주도산 재래돼지(흑돼지) 고기 등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판매하기 위한 한 대표의 노력은 각별했다. 농가의 생산물을 알리기 위해 달력도 만들고, 디자인 기술까지 배워 포장 디자인에도 신경 썼다.

둘러앉은밥상의 또 다른 특징은 누리집(www.doolbob.co.kr)의 물품 소개창에서 확인할 수 있다. 둘러앉은밥상은 판매하는 친환경농산물에 대해 어떤 우여곡절을 거쳐 생산됐는지, 농가는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그러한 과정을 거쳐 생산된 친환경농산물이 소비자 입장에서 이용하기 불편할 수도 있다는 사실(예컨대 유기재배한 과일이라 터지게 익혀서 보내는 점 등)까지 숨기지 않는다. 일례로 둘러앉은밥상에선 한 유기농 자두 재배농가의 자두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이 농가의 애로사항을 소개했다.

“재작년 초에 자두나무가 자라는 하우스의 차단기가 내려가 나뭇가지의 꽃눈이 모두 쪄 죽고, 작년에도 자두를 수확 못 했고, 올해 역시 못 했고, 내년에는 조금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계신다고 한다. 또 작년엔 도무지 타산이 맞지 않는 포도농사를 폐원 신청하고, 밭을 갈아 엎으셨다고 한다. (후략)”

물론 여느 유통 업무가 그렇듯이, 한 대표도 둘러앉은밥상 운영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 농민과의 거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한 대표가 둘러앉은밥상 활동을 지속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음과 같다.

“둘러앉은밥상 운영을 해 온 10년간 KBS <인간극장>, <6시 내고향> 등의 온갖 방송에서 50회 가량의 섭외전화가 들어왔다. 둘러앉은밥상에 대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거래하는 농가들에 대한 섭외전화였다. 그럴 때마다 간곡하게 ‘출연하시라’고 농민들을 설득했지만, 단 한 명의 농민도 출연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토록 설득하고, 농민들의 애로사항을 누리집에 세세히 담은 것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힘들게 농사짓는 농민들이 재평가받게 하고 싶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재평가를 받게 함으로써 소농의 가치가, 그들이 재배한 농산물의 가치가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려지게 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한편 둘러앉은밥상 외에도 농사펀드·동네정미소·곡물집 등의 농민친화적 기업이 친환경·토종 농산물 및 소농의 가치를 알리고자 활동한다. 농사펀드는 친환경농사로 전환하려는 농민을 지원하고자 만든 펀드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해당 농민들에게 선(先)투자한다. 농민들의 이야기는 온라인에 소개되며, 농민들의 철학에 공감하는 소비자들과 농민 간의 관계가 만들어진다.

(주)동네정미소는 전국 토종벼 재배농민들과의 직거래로 구입한 벼를 가공해 만든 쌀을 팔면서 토종벼의 역사와 가치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활동을 진행한다. 곡물집은 다양한 토종 곡물에 담긴 이야기 및 건강성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곡물 경험 브랜드’를 표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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