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쌀, 다각도의 지원정책 동반돼야 성공

  • 입력 2022.10.16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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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분질미(가루쌀)를 ‘신의 선물’이라 칭하며 가루쌀 정책에 대한 높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농식품부가 전략작물로 육성하고자 하는 가루쌀이 성공적으로 안착해 국내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수입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다면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가루쌀이 기대한 효과를 내기 위해선 정부의 다각도 지원과 꾸준한 전략적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농식품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가루쌀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크게 3가지 측면, 생산·소비·가공기술 분야에 복합적인 정책지원이 동반돼야 한다.

먼저 생산적 측면이다. 가루쌀은 일반 쌀보다 늦게 이앙을 하는 특성이 있어 밀과 이모작이 가능하다. 쌀과 밀 등을 이모작하던 농민은 쌀이 아닌 가루쌀과 밀을 이모작 할 수 있고 밀 뿐만 아니라 보리·조사료 등의 작부체계를 갖출 수 있다.

최근 농식품부는 가루쌀 전문 생산단지 39개소를 선정했는데 2026년까지 200개소를 목표로 계속 확대해 갈 계획이다. 이번에 선정된 가루쌀 재배의향 면적은 전체 3,283.6ha로 2022년 쌀 재배면적 72만7,158ha의 0.5% 수준이다. 계획대로 가루쌀 재배면적이 증가하게 된다면 이에 걸맞게 생산지원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생산과 판로가 안정적으로 이어져야 농민들의 호응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소비 측면에서 보면 농식품부는 가루쌀을 전량 공공비축미로 매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전략작물직불제와 공공비축미 매입 방침은 가루쌀 재배를 유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가루쌀에 대해서는 명확한 방침이 세워져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이모작 밀·보리 소비 활성화에 대한 방침도 필요하다. 자칫 잘못해 가루쌀이 수입 밀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국산 밀을 대체하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면밀한 조치가 필요하다.

국산 밀 수매량을 늘려서 가루쌀과 함께 국산 밀 소비 활성화를 추진해야 한다. 과거 밀 자급률이 최대치를 보였던 2011년, 1.9%라는 아주 낮은 자급률에도 국산 밀은 소비 부진을 겪으며 재고처리에 어려움을 겪은 바가 있다. 국산 밀 소비 부진의 핵심은 바로 수입 밀과의 가격 차이가 크나큰 장벽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가격차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주지 않으면 국산 밀 소비는 지금까지처럼 제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2027년까지 밀 자급률 7.9%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밀 소비 활성화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공공급식 확대를 통해 가루쌀과 국산 밀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공기술 측면이다. 가루쌀 가공 과정에 소요되는 추가비용이 빵·국수·라면 등과 같은 가공식품에 가루쌀이 사용되는데 장애물로 작용하지 않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식품으로 완성되기 위해서 소화가 잘 되는 쌀가루의 장점을 적극 알려내는 다양한 홍보와 식생활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식품가공제조업체, 유통업체와 협약을 통해 국내산 쌀가루 가공품이 시중에 잘 유통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가루쌀 생산이 안정적으로 확대돼 식량자급률을 향상시키는 쪽으로 정책 방향이 모색된다면 이번 정책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기적인 쌀 생산량 감축 차원에서만 접근한다면 얼마 못 가 한계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 전략으로써 밀 자급률 향상, 쌀 소비 증대, 국내산 원재료 가공품 이용 활성화 등과 연결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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