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쌀, ‘쌀값안정·식량주권’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 입력 2022.10.16 18:00
  • 수정 2022.10.16 18:44
  • 기자명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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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

지난 13일 전북 익산시 금강동 들녘에서 열린 ‘쌀 수급 균형 달성과 식량주권 강화를 위한 핵심수단 2022년 가루쌀(바로미2) 수확’ 행사에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직접 콤바인을 운전해 가루쌀을 수확해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3일 전북 익산시 금강동 들녘에서 열린 ‘쌀 수급 균형 달성과 식량주권 강화를 위한 핵심수단 2022년 가루쌀(바로미2) 수확’ 행사에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직접 콤바인을 운전해 가루쌀을 수확해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국정감사 최대 화두는 단연 ‘쌀값’이었다. 1977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쌀값을 두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앞서 정부는 45만톤의 쌀을 수확기에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함으로써 폭락한 쌀값을 회복시키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공공비축 물량 45만톤을 포함하면 총 90만톤을 수확기에 시장에서 격리하는 셈으로, 정부는 현재 80kg 기준 16만원대 초반까지 폭락한 쌀값이 13~18% 정도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정부의 쌀값 안정 대책을 두고 ‘단기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양곡관리법은 수확기에 쌀 초과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수확기 가격이 5% 이상 떨어지면 정부가 쌀을 시장에서 격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임의조항으로 더불어민주당은 개정안을 통해 이를 의무조항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쌀값 안정장치였던 변동직불제가 폐지되면서 쌀 농가들의 우려가 커지자 2020년 당시 문재인정부가 보완책으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쌀을 시장에서 격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다 보니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정부가 시장격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쌀값 하락을 방치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을 밀어붙이는 이유이면서 ‘전 정부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기도 하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쌀 공급과잉을 심화시키고, 재정 부담을 가중하며, 미래 농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등 부작용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4일 열린 국회 농해수위의 농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시장격리 의무화에 대해 “부작용이 너무 클 게 확실하고 농업인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소신이 있다”고 밝혔다. 대신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하면 직불금을 지급하는 전략작물직불제를 통해 식량자급률을 올리고 그 과정에 쌀 수급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시장격리 의무화 조치는 일시적인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개정안에는 생산단계부터 재배 면적을 조정해 만성적인 쌀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고 반박했다.

시장격리 방식에 대한 정부·여야 간 입장에는 간극이 크지만, 생산 조정 필요성을 두고는 이견이 적어 보인다. 정부도 정황근 장관을 앞세워 ‘가루쌀 산업 활성화’ 정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 국감에서 국회 농해수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해 생산 면적 조정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할 때도, 정황근 장관은 정부 또한 논에 벼 대신 가루쌀 등 전략작물을 심으면 직불금을 지급하는 전략작물직불제를 통해 생산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맞섰다.

가루쌀은 기존 쌀과 달리 물에 불리지 않고도 밀처럼 바로 빻아 가루로 만들 수 있는 쌀 품종인데, 벼 재배 농민들이 이 가루쌀을 재배하도록 해 수입 밀의 일정 부분을 대체하고 쌀 과잉생산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쌀값 폭락으로 촉발돼 이제 막 첫발을 딛는 가루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이 쌀값을 안정시키고 수입 밀을 대체해 정황근 장관의 표현대로 ‘신의 선물’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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