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농민기본법

  • 입력 2022.10.02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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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달 27일 전북 고창군 공음면 구암리 무장기포지에서 열린 ‘쌀값 폭락과 농민생존권 사수를 위한 논 갈아엎기 결의대회’에서 트랙터로 갈아엎은 논에 농민들이 ‘농민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매달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27일 전북 고창군 공음면 구암리 무장기포지에서 열린 ‘쌀값 폭락과 농민생존권 사수를 위한 논 갈아엎기 결의대회’에서 트랙터로 갈아엎은 논에 농민들이 ‘농민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매달고 있다. 한승호 기자

2022년 오늘, 한국의 농민들은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45년 만의 최대 폭 하락을 기록한 쌀값 및 폭등하는 생산비로 인한 농가소득 위기, 기후위기 심화로 인한 농업 지속가능성 위기, 농촌 고령화 및 농사환경 악화로 인한 농촌소멸 위기까지, 농민들은 이 모든 위기를 온몸으로 맞닥뜨리고 있다.

그러나 국가는 농업·농촌·농민의 위기에 대해 어떤 근본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어떤 분야보다도 국가 책임성이 요구되는 농업 분야에마저 ‘시장논리’를 들이밀었다. 농업·농촌, 그리고 ‘농업인’에 대한 성격을 규정하는「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농업식품산업기본법)」제6조 1항은 국가와 지자체에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정책을 세우고 시행할 때는 시장경제 원리를 바탕으로 한 효율성을 추구하되, 농업과 농촌의 공익기능을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 속 ‘시장경제 원리를 바탕으로 한 효율성 추구’라는 규정을 충실히 따르고자, 정부는 벼·마늘 등 각종 농산물 가격이 조금만 오른다 싶어도 ‘소비자 물가안정’ 명목하에 농산물 수입을 단행했으며, 농산물 가격폭락 방지를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농산물 수급조절, 계약생산체계 마련, 공공급식 등 다양한 판로 확보 등)엔 소홀했다.

국가는 농민권리 마련에도 소홀했다. 2018년 국제연합(유엔)에서 ‘농민권리선언’ 채택 여부를 놓고 각국이 투표했을 때 한국 정부는 기권을 선택했다. 국내 법 체계상 농민권리선언의 내용과 안 맞는 내용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그래서 농민들이 대안적 법 제정을 통한 농업식품산업법의 ‘전부개정’에 나섰다. 이름하여「농민·농업·농촌정책 기본법(농민기본법)」이다. 농민기본법은 식량주권·기후정의·종자권·농지보전·성평등 등 기존 농업식품기본법에선 소홀히 취급되거나 아예 언급도 안 됐던 내용을 포괄한다. 농민기본법안의 뇌수라 할 수 있는 제1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략) 식량주권을 실현하고 식량자급을 달성하며,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방식을 통해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며, 농촌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농업·농촌에서 평등을 증진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농민기본법은 한편으로 농업식품기본법에서 빼야 할 내용은 뺐다. 지난 세월 ‘규모화 중심 농정’으로 인한 농민 양극화 심화 및 농업환경 악화에 대한 문제의식 아래, 농민기본법에선 ‘규모화’라는 단어를 제거했다. 또한 농업식품기본법 제58조 ‘농업부문 해외투자 지원’ 내용 또한 ‘식량주권 확보’라는 농민기본법의 대명제와 배치되는 내용이기에 삭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진보당과 함께 농민기본법안 마련에 함께한 국민입법센터(대표 이정희)는 “농민기본법안은 농민들이 그동안 요구해 온 농정개혁 과제, 농민이 주체가 돼 개척하는 농업 미래상을 종합적으로 담으려는 입법적·정치적 시도의 일환”이라며 “농업·먹거리의 생태적·사회적·경제적 위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국제적 공감 위에서 2018년 12월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농민권리선언의 취지를 적극 반영했다”고 법안 입법취지를 밝혔다.

총 6장, 124개의 조문으로 구성된 농민기본법안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본지에선 농민기본법안의 핵심 내용들을 처음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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