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조치, 면세유와 일반유류 가격 간극만 좁힐 뿐

세금 추가 인하에도 꼼짝 않는 유류 판매가격

정부 대책 밖에 놓인 면세유값은 오를 수밖에

  • 입력 2022.07.10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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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고공행진 중인 기름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정작 농민들이 사용하는 면세유값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일 한 농촌지역에 위치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트랙터에 경유를 넣고 있다. 한승호 기자
고공행진 중인 기름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정작 농민들이 사용하는 면세유값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일 한 농촌지역에 위치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트랙터에 경유를 넣고 있다. 한승호 기자

 

면세유값이 나날이 고공행진 중인 가운데, 정부의 유일한 ‘기름값 안정 대책’인 유류세 추가 인하는 농민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유류세 인하 확대 조치는 일반 유류와 면세유 가격의 간극만 좁힐 뿐 기름값 그 자체를 안정시키는 데 어떠한 역할도 하고 있지 않아서다. 정리하자면 면세유값이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려면 정부의 세금 인하 대책과 무관하게 유류 가격 그 자체가 하락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4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기반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유류세 20% 인하 조치로 인한 소비자 혜택은 세금 인하분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당시 휘발유 유류세를 리터당 164원(부가세 포함) 내렸지만 3월까지 평균 판매가격은 68원만 하락했고, 경유의 경우 리터당 유류세를 116원 낮췄지만 평균 소비자 가격은 55원 떨어졌을 뿐이다.

유류세 인하분을 제한다면 판매가격은 오히려 오른 셈인데, 결국 그 영향은 유류세 인하 조치와 무관한 면세유값에 반영되는 실정이다.

일반 유류 판매가격은 정유사 및 대리점으로부터 구매한 유류가격에 주유소 사업자의 판매마진을 더하고 유류세와 부가가치세 10%를 덧붙이는 방법으로 산정된다. 면세유값은 정유사 사입가에 주유소 마진이 더해진 것으로, 면세유 취급 주유소에서는 농민 등에게 유류를 면세유값으로 판매한 뒤 이후 정부로부터 원천징수된 세금을 환급받고 있다.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국제유가 사정에도 계속 상승세만을 기록 중인 면세유값을 두고 업계 내에선 불합리한 ‘사후정산’ 거래 관행과 이익 추구만을 위한 정유사의 ‘횡포’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농촌지역에서 주유소를 운영 중인 A씨는 “주유소에서는 정유사로부터 고지받은 단가로 당일 유류를 매입하지만, 실제로는 한 달 매입 분량에 대한 정산을 그 다음달 초 무렵에 하고 있다. 흔히 사후정산이라고 하는데, 사입가보다 정유사 정산가격이 높을 때가 많고 최근엔 유류세 인하 조치 발표 이후 실제 적용 전까지 정유사 정산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라면서 “국내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의 국제가격이 하락해도 사입가와 다음달 정산가격이 오르는 것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지난 3월 9일 두바이유 국제유가가 127.86달러였을 때의 경유 사입가는 리터당 약 1,950원이었으나 두바이유 국제유가가 118.83달러인 6월 9일의 경유 사입가는 2,060원이었다. 두바이유 국제유가가 106.51달러로 떨어진 6월 24일의 경유 사입가는 오히려 2,075원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A씨는 덧붙여 “환율 영향도 분명히 있겠지만, 국제유가가 적지 않은 폭으로 하락한 데 반해 정유사 수취가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정유사 수취가격이 상승 중이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 조치와 상관없는 면세유값에서 표가 확실히 나는 거다”라며 “밖에서 볼 땐 주유소에서 마진을 크게 잡아 면세유값이 내려가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정유사가 주유소 취급 물량에 따라 사입·정산가격에 차등을 주는 데다 그 가격이 공개되지도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유소는 대부분 경쟁적으로 판매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안 그래도 최근 문 닫는 주유소가 속속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소비자 판매가격은 전부 오픈된 데 반해 주유소에서는 바로 옆 경쟁 주유소가 정유사로부터 얼마에 기름을 사들이는지 모르는 채로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그런 거다”고 토로했다.

한편 현장 농민들은 “정부 대책 밖에 있는 농민들은 면세유값 상승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뉴스에서 정유사 영업이익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단 소식이 잇따르는 만큼 세금을 들여 유류세 인하 조치만 확대할 게 아니라 정유사의 유류가격 결정에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점검하고 근본적인 기름값 안정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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