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비 날뛰는 시대에 … 일부 농협들, 면세유 ‘이중마진’ 여전

  • 입력 2022.07.10 18:00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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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초고유가가 농민을 짓누르고 있는 시기, 농협주유소만큼은 면세유 판매 마진을 줄여야 하지 않느냔 목소리가 나온다. 면세유에 붙는 소매 단계 판매마진이 일반 과세유와 다르다는 사실은 종종 논란거리가 돼 왔는데, 특히 농민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지역농협의 주유소조차 면세유 취급을 달리하는 점은 국회에서도 이미 수차례 지적한 바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석유제품가격정보제공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전국의 과세 경유 평균가격은 2,150.78원, 면세 경유 평균가격은 1,674.25원이었다. 차액은 476.53원이다. 면세유의 정의를 생각했을 때, 면세유와 과세유 간의 판매가격 차액은 곧 정부가 지정한 유류세율에 따른 실질 세액과 같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주유소가 세액을 제한 것보다 좀 더 높은 가격으로 면세유를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떤 주유소의 과세유 가격에서 세금을 뺀 값과 실제 면세유 판매가격 사이에 간극이 있다면, 이 주유소는 면세유를 대상으로 판매마진에 차이를 뒀다는 뜻이 된다.

도시지역에 면세유 판매점이 거의 없는 것을 고려해 면세유 소비가 많은 지역에서 평균가격만을 두고 따져보면, 전남의 경우 같은 날 과세 경유 평균가격은 2,150.78원으로 부가세를 제외한 금액은 1,955.25원이다. 여기에 세율에 따른 경유 유류세 335.58원을 제한 면세유 평균가격은 1,619.67원이다. 그러나 실제 면세 경유 평균가격은 1,650.72원으로 30원 이상 높았다. 과세유보다 면세유의 판매마진을 높게 설정한 주유소들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얘기다.

주유소마다 면세유 가격이 천차만별인 원인 역시 이 ‘이중마진’이 제각각이어서다. 주유 사업자들은 면세유 특성상 ‘배달 판매’의 비중이 높고, 유류세를 나중에 환급받는 판매 구조 등을 이유로 면세유에 더 높은 판매마진을 책정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해왔다.

이 지점에서 면세유를 사용하는 농민들이 아쉬움을 토로하는 부분이 있다. 농협주유소만큼은 요즘 같은 초고유가·고물가 시대에 농가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소속 농협에서 감사·대의원 등을 맡아 경제사업 실적을 들여다볼 수 있는 농민들은 지역농협이 농가의 어려움을 좀 더 덜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전남 해남군의 한 지역농협 감사는 “우리 농협은 과세유(3%) 대비 면세유 마진(7%)이 두 배 이상 높다”라고 토로하며 “특히 유류 저장고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농협주유소는 매일 같이 일어나는 가격변동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손해 보지 않는 데만 집중한 나머지 면세유를 비싸게 판매해 만회하려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해남군의 면세 경유 평균가는 1,639원이다. 지역농협들 가운데 단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든 농협에서 지역 평균보다 높은 가격으로 면세 경유를 팔고 있으며, 심지어 그중 한 곳은 군내 최고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더군다나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경쟁력 자체가 일반 정유사 주유소보다 한참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예컨대 충북 진천군 내 농협주유소들 가운데 면세 경유가 가장 싼 덕산농협 주유소는 지역 최저가를 기록하고 있는 일반 정유사 주유소보다 60원이 비쌌다. 지역농협이 단 한 곳인 경남 산청군에선 농협주유소와 최저가 주유소의 가격 차이가 90원에 달했다.

지난 5일 ‘오피넷’을 확인한 결과 농협주유소는 많은 시·군에서 ‘최저가 고지’를 점령하고 있긴 했지만, ‘이중마진’을 줄여 1500원대 중반까지 가격을 낮춘 주유소는 자주 찾아보기 어려웠다. 농협주유소의 과세 경유 평균판매가격 2,130.47원을 기준으로 유류세를 제한 가격인 1,601원 미만에 면세유를 취급하는 농협주유소는 전국 660개소 가운데 191개소(32%)에 그쳤는데, 그나마 전체 113곳 가운데 43곳이 해당한 경북(38%)에서 가장 비중이 높았다.

개중에는 지역농협의 의지에 따라 농민을 위해 추가 마진 자체를 포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도 존재한다. 전라남도 고흥군의 경우 같은 날 기준으로 모든 농협주유소가 1,560원대 가격으로 면세 경유를 팔고 있는데, 판매마진에 있어 과세유와 면세유 사이에 거의 차이가 없다. 특히 이 가운데 거금도농협주유소의 경우 이례적으로, 이곳 과세유 가격에서 세금을 제한 가격보다도 무려 60원 가까이 낮은 1,537원에 면세 경유를 팔고 있다.

거금도농협 관계자는 “농민들이 피부로 느끼기엔 지금 이 가격도 너무 높은 것이 사실인 것 같다”라며 “조합에서 농민들의 어려움을 배려하고자 했다. 기름값 속 배달료는 5~10원 정도로 명목상 책정된, 거의 없는 수준이라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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