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반대 목소리, 반드시 전 세계 소농에게 공유해야”

  • 입력 2022.04.24 18:00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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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한우준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지역재단 회의실에서 열린 ‘CPTPP 대응을 위한 농민들의 국제연대’ 토론회에서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왼쪽 세 번째)이 CPTPP 가입과 관련한 한국의 상황을 공유하고 있는 가운데 칠레, 캐나다, 일본의 농민단체 활동가들이 온라인 화상 회의 시스템인 줌(ZOOM)을 이용해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지역재단 회의실에서 열린 ‘CPTPP 대응을 위한 농민들의 국제연대’ 토론회에서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왼쪽 세 번째)이 CPTPP 가입과 관련한 한국의 상황을 공유하고 있는 가운데 칠레, 캐나다, 일본의 농민단체 활동가들이 온라인 화상 회의 시스템인 줌(ZOOM)을 이용해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례발표가 끝난 뒤 각국 농민대표들은 전망을 공유하는 한편, 각자의 투쟁 의사를 재확인하며 앞으로 비아캄페시나와 소속 농민단체들이 어떤 목적을 갖고 연대활동에 돌입해야 할지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 내용들 중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의 질문에 각국 대표들이 답한 생각들을 정리했다.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 각국 발표자들은 이미 가입했거나 가입 의사가 있는 나라에 살고 있는 농민들이다. 의장국인 일본의 농민들조차도 희생당하고 있고, 이것이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민중의 문제라는 것 또한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어떻게 국제연대를 더 높일 수 있을까? 자유무역협정의 무력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들을 할 수 있을까?

오카자키 슈시 일본가족농운동전국연합회 국제부장 대중 언론은 미-일 FTA에 대해 일본 농민, 미국 농민 모두에게 좋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나 실제론 그렇지 않다. TPP 협상 과정 속에서 미국에 있는 전미농민협회가 일본 농민들에게 연대 의사를 보여준 적이 있다. 이를 통해 저희는 큰 에너지와 힘을 받았고 TPP에 대응해 싸울 수 있는 힘을 얻었기 때문에 국제연대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금의 기후위기, 코로나19 위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자유무역은 여러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기에 농민들이 전 세계에서 연대하고 함께하는 목소리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

카밀라 몬테시노스 칠레전국농촌여성및원주민여성연합 활동가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중요한 것이 있다. 예를 들어, 칠레 농민의 농업은 캐나다의 수출 농업에 의해 피해를 보고 있다. 캐나다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의 소농들은 어느 곳에 있어도 승리자가 될 수 없다. 지금 승리자는 오로지 곳곳에 있는 기업들이고 이 구조 안에서 소농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연대 목소리를 내야 하고, 이런 목소리가 반드시 모든 소농들에게 공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테리 보엠 전 캐나다전국농민연합 회장 정확히 맞는 얘기다. 전쟁으로 인해 밀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연일 보도되고 있지만, 실제 생산 농민들은 가격 통제권이 없다.

카길, 사우디아라비아의 투자 은행, 대규모 곡물 수출 기업들은 캐나다의 밀 생산 시장을 죽이고 있으며 다른 지역에서의 생산을 더 키워나가고 있다. 캐나다 농민들도 다른 지역, 동료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 특히 캐나다 전국농민연합은 다른 나라 농민들과 연대하고 싶다.

FTA는 우리가 전혀 득을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캐나다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매우 큰 수출국이지만 농민 수는 급격히 줄고 있고 이러한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 낙농, 가금류 등의 공급 시스템은 국내 시장이 아닌 수출을 위한 내용으로 바뀌어 가고, 이 분야의 농민들은 이익을 보고 있지 못하다. 수출국에 살고 있지만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고 있으며 전 세계 농민의 상황과 유사하게 가고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다.

김정열 모두가 알다시피 비아캄페시나는 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고 있고, 이것을 단순히 국가 간의 문제가 아닌 초국적 기업, 그들을 지지하고 옹호하는 정부·세계무역기구까지 합세한 신자유주의 체계의 문제로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오는 6월 13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아마 스위스 농민단체 유니테르와 함께 대면투쟁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비아캄페시나 내 자유무역 포럼 및 국가 간의 이해와 요구를 다루는 회의들이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카밀라 몬테시노스 우리는 계속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빨리 끝날 전쟁은 아니지만, 승리가 가능할 것이라 믿고 계속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바라는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계속 전진하자. 다른 방향은 없다.

오카자키 슈시 이 포럼은 굉장히 중요하다. 지금은 국제자유무역을 장려할 때가 아니라 농업의 위기를 고민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 방식을 고민할 때다. 가족농, 소농에 기반을 둔 그런 방식들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매우 의미 있었고 앞으로도 함께 싸워나갔으면 한다.

테리 보엠 기후위기와 지정학적 위기가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구가 갖고 있었던 융통성이 한계에 달했고, 공급 시스템이 깨지며,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 자본을 가져가 전 세계를 빼앗으려고 하는 다국적기업들의 흐름이 보인다. 이 흐름을 다시 한 번 비틀기 위해 저항의 목소리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바라건대 이런 자리가 또 마련되면 좋겠다. 우리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며 좋은 사람들과 싸워 나가 궁극적으로는 승리할 것이다. 비록 속도는 느릴지언정 꾸준히 싸워야 한다.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세계에 있는 신자유주의 반대 농민들과 함께해 너무 좋았다. 기후위기와 감염병 확산 속에서 신자유주의 체계로는 농업을 지속할 수 없고 먹거리를 생산할 수도 없다.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모두가 함께 해 나갔으면 좋겠다.

 


 

인사말 /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

“농민들, 국제연대로 함께 나아갈 길 찾자”

우리는 전 세계에서 서로 멀리 떨어져 활동하고 있지만 비아캄페시나라는 큰 조직 안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 여러분 덕분에 우리는 CPTPP를 비롯해 초국적기업과 친자본 정부들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자유무역이 얼마나 농민과 농촌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는지에 대해 역동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됐다.

어제, 4월 17일은 비아캄페시나 국제농민투쟁의 날이었다. 1996년 브라질에서 토지 투쟁을 벌이던 농민들이 학살당한 날을 잊지 않기 위해서, 또 이날을 추모하고 투쟁하기 위해서 기념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창립 30주년이라 더 뜻깊었다.

한국의 농민들은 비아캄페시나와 함께 신자유주의 반대 운동을 치열하게 벌여왔다. 그러나 전 세계 농민들에 대한 자본과 정부, 그리고 국제기구까지 가세한 수탈은 아직 멈추지 않고 있다. 우리는 오늘 이 토론회를 통해 이를 멈추기 위한 전 세계 농민들의 단결과 투쟁을 위한 메시지를 함께 만들어낼 것이다. CPTPP가 누구를 위한 자유무역인지를 우리는 밝혀낼 것이다.

 

 

 

좌장 송원규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각국 상황 공유 통해 국제연대 강화 힘 실릴 것”

오늘 토론회를 통해 수출국 입장의 캐나다와 수입국 나라들의 상황에 대해 파악해볼 수 있었다. 캐나다는 대표적 수출국이지만 농민들은 종자 등 지적재산권 침해, 지역먹거리 우선순위 상실, 다국적기업에 의한 농민 피해 등을 이유로 분명히 자유무역의 흐름에 반대하고 있다.

또 한국정부는 일본의 CPTPP 협상 농식품 관세 철폐율이 76%로 낮아 일본의 협상 전략을 따라 하면 우리에게도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토론은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안겼다.

칠레에서는 자국 내 국회에서의 비준 과정 중단 상황을 전달해줬는데, 우리나라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파악된다. 또 CPTPP만 반대하는 게 아니라 모든 형태의 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는 게 우리의 입장이란 걸 분명히 해줬기에 도움이 됐다.

오늘의 토론은 국제 농민들의 연대를 강화하는 주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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