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라의 농민도 신자유주의 아래선 웃지 못했다

  • 입력 2022.04.24 18:00
  • 수정 2022.04.24 19:56
  • 기자명 한우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19일 강원도 춘천시청 앞에서 열린 ‘CPTPP 가입 저지! 폭등하는 영농자재비 인상분 전액 지원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CPTPP 가입 반대’가 적힌 마스크를 쓴 한 농민이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한승호 기자
지난 19일 강원도 춘천시청 앞에서 열린 ‘CPTPP 가입 저지! 폭등하는 영농자재비 인상분 전액 지원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CPTPP 가입 반대’가 적힌 마스크를 쓴 한 농민이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한승호 기자

우리 농촌은 지금 정부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 탓에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의식에 휩싸여있다. 발효된 자유무역협정(FTA)이 늘어날수록 우리 농업의 피해 역시 커진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을 정도로 이미 확고해진 사실이다. 그리고 연이어 추진되는 CPTPP는 지금껏 우리가 체결한 어느 FTA보다 규모가 큰 ‘메가 FTA’다.

최근 각종 원자재·제반 비용의 폭등으로 이미 많은 기력을 소진한 농촌사회는 품목과 영농형태를 불문하고 모두가 한 데 모여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CPTPP를 이미 겪고 있는 나라의 현장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은 투쟁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있어 참고의 여지가 분명하다 할 수 있다.

미국의 TPP 이탈 이후 CPTPP 협상을 주도한 의장국 일본은 지금 농업계를 중심으로 정부가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가입국들 가운데 우리와 농업환경이 가장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 일본은 쌀·축산물 개방 등 예상되는 피해의 종류와 규모 또한 공통점이 많은데, 공교롭게도 가입 추진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내놓는 대응 논거 역시 판박이처럼 일본의 사례를 따라가고 있다. 납득가지 않는 수준으로 축소된 피해 예상 규모, 현장 소농에게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피해 예방 대책 등은 이미 일본에서 수년 전 등장했던 내용이었고, 실제로는 일본 정부의 생각처럼 일이 풀려가지 않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농업에 강한 나라들은 일반적으로 FTA를 추진할 때 가능한 많은 관세양허를 확보해 농산물 수출 시장을 넓히고자 노력한다. 상식적으로는 그 결과 늘어날 자국 농업의 생산액과 함께 그 농민들의 삶도 나아질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캐나다 전국농민연합의 테리 보엠 전 회장은 신자유주의 체계 속 농업에서 이익을 보는 건 캐나다 농민이 아니라 결국 초국적 기업들이었으며, 이는 현재 밀값 폭등 상황에서도 캐나다 농민이 수매 가격에 관여하지 못하는 현실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한다.

칠레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21세기 들어 본격적으로 확산이 시작된 신자유주의의 대표 실험대가 바로 칠레다. 우리나라가 가장 처음 맺은 자유무역협정도 지난 2004년 발효된 한-칠레 FTA였는데, 이를 비롯해 칠레는 현재까지 60개 국가를 상대로 통상장벽을 허물었다. 그간의 정책 기조를 따라 칠레 정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적극적으로 나서 TPP·CPTPP에도 가입했다. 그러나 개방이 초래한 오랜 폐해에 큰 염증을 느낀 칠레 민중이 크게 뭉쳐 정권을 교체하고, 더불어 협상의 국회 비준을 막아냈다는 사실은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2018년 당시 TPP 서명식을 성대하게 개최했던 칠레는 지금까지 회원국 대부분이 비준하는 가운데서도 아직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한국농정>은 국제농민연대체 비아캄페시나,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과 함께 토론회를 열어 CPTPP의 뚜껑을 이미 열어 본 외국 농민들을 초청하고, 그들이 겪고 있는 폐해들을 자세히 기록했다. 현재 정부에 맞서 가입 추진 중단을 위해 결집하고 있는 우리 농민들의 논리와 전략의 수립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 한우준 기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