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 없는 최신 과학기술, 시민안전 위협한다

인터뷰 l 문재형 GMO반대전국행동 집행위원장

  • 입력 2022.03.13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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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문재형 GMO반대전국행동 집행위원장은 GMO 관련 현안이 있을 때마다 발 벗고 앞장서는 청년활동가다. 한살림연합 식생활센터 활동가로서 시민 먹거리 기본권 문제에 천착해 온 문 집행위원장 입장에서, GMO 규제완화는 건강한 먹거리를 이용할 시민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다. 문 집행위원장을 만나 GMO반대전국행동이 GMO법 개정안에 맞서 싸우는 이유 및 향후 활동계획과 고민을 들어봤다.

지난해 5월 산업통상자원부의「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GMO법)」개정안은 시민사회 입장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나?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를 시민과의 제대로 된 협의 없이 소수의 과학계 전문가들만 초빙해 논의한 점, 그 결과물로 ‘유전자가위 기술 관련 규제 완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마련한 점이 문제였다. 2019년 산자부는 ‘유전자가위 등 바이오신기술 규제 TF’를 구성해 GMO법 개정 논의를 진행했다. 당시 3회에 걸쳐 생명공학분야 연구·개발자들을 초청해 의견을 모았는데, 이 과정에서 사실상 개정안의 주요 얼개가 짜였다.

TF팀을 사전에 구성했음에도 시민사회엔 참여요청도 없었고, 구체적 논의 내용도 공개되지 않았다. 산자부는 지난해 6월 29일 열린 GMO법 개정안 관련 공청회를 앞두고서야 우리에게 참석해서 의견을 달라 했다. 기차가 출발했는데 탑승객에게 “목적지가 마음에 안 들면 얘기해”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그래서 GMO반대전국행동은 공청회가 열렸던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공청회장으로 들어가 청중들에게 ‘GMO 규제완화 법안, 공청회 모두 무효’라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어떤 최신 과학기술이라도 기술을 활용할 주체인 시민과의 ‘사회적 합의’가 기본이다. 통제 불능의 기술은 시민에게 도움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시민안전을 위협할 가능성도 높다.

그밖에도 당시 산자부의 개정안 발의에 어떻게 대응했나?

산자부가 GMO 규제완화를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시민사회 곳곳에 알렸다. 100여명의 시민이 산자부에 항의 전자우편을 보냈다. 지난해 공청회 생중계 유튜브로도 200여명이 참가해 채팅으로 발언하는 등 시민들의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GMO반대전국행동은 시민 622명의 명의로 신문에 광고를 내고, 지난해 9월 토론회를 열어 산자부의 논리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등 공론화 활동을 다양하게 벌였다.

GMO법 개정으로 유전자가위 기술 규제 완화 시 소비자·농민이 입을 피해는?

유전자가위 기술로 개발된 먹거리가 소비자 밥상에 오를 것이다. GMO 표시대상이라도 된다면 확인은 가능하나, 유전자가위 먹거리가 ‘표시면제 대상’으로 지정돼 시민의 GMO에 대한 알 권리가 침해당할 가능성도 배제 못 한다. 설령 시장에서 외면당해도 사회적 약자들에게 GMO 먹거리가 흘러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남들이 기피하는 유전자가위 식품이나마 먹어야 할 상황, 또는 먹거리정보를 구하거나 교육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것이 GMO인지 모른 채 먹을 사례 등이 발생한다. 건강한 먹거리는 처한 상황이나 환경에 상관없이 국민 기본권으로서 누구에게나 보장돼야 한다. GMO가 무엇인지 알 권리도, 알고서 먹지 않을 권리도 보장돼야 한다.

농민의 경우 유전자가위 작물의 야생방출에 따른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특히 친환경농민들에겐 바람에 날려 노지에 들어간 유전자가위 작물의 꽃가루나 씨앗이 땅을 오염시킬 가능성, GMO의 비의도적 혼입으로 인한 친환경인증 취소와 판로 상실 가능성 등의 위험요소가 존재한다.

올해 GMO반대전국행동은 어떤 활동계획을 갖고 있나? 또 활동과 관련해 중장기적으로 갖고 있는 고민은?

GMO 규제완화가 시민들에게 일으킬 문제에 대한 공론화 활동을 계속 하고자 한다. 나아가 GMO법 상에서 GMO에 대한 규제강화를 촉구하면서, 5월 몬산토반대시민행진을 잘 준비해 새 대통령에게 GMO 완전표시제 실시, GMO 없는 공공급식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고자 한다.

또한 매년 1,200만톤 이상 수입되는 GMO로 인한 탄소배출, GMO 재배 목적으로 사용되는 옛 몬산토의 ‘라운드업’ 등 독성 제초제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 등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GMO 반대 시민사회 차원의 대응책도 고민해야 할 때라 생각한다.

한편으로 GMO 문제의 논의에 있어 시민참여형 통합기구가 산자부 바이오안전성위원회에 구성돼야 한다고 본다. 더 이상 시민들이 GMO 문제 논의 과정에서 객체로 전락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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