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검증 없이 팔리는 유전자가위 토마토, 원하나요?

농·축·수산물 대상 유전자가위 기술 적용 ‘무제한’으로 허용한 일본

  • 입력 2022.03.13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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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일본 파이오니어 에코사이언스 사의 온라인 플랫폼 ‘푸른하늘 토마토 학교’에서 판매되는 유전자가위 토마토 ‘시실리안 루즈 하이 가바’. 각각 300g, 2kg, 3kg 단위로 팔리고 있다. 파이오니어 에코사이언스 누리집 갈무리
일본 파이오니어 에코사이언스 사의 온라인 플랫폼 ‘푸른하늘 토마토 학교’에서 판매되는 유전자가위 토마토 ‘시실리안 루즈 하이 가바’. 각각 300g, 2kg, 3kg 단위로 팔리고 있다. 파이오니어 에코사이언스 누리집 갈무리

유전자가위 기술로 토마토에 특정 영양성분을 잔뜩 집어넣어 판매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최신기술이라는 미명하에 이렇다 할 건강성 평가도 없이 ‘유전자가위 먹거리’가 공급되는 상황이 옆 나라 일본에서 현실이 됐다.

지난 4일, 일본 히로시마현 히로시마시에서 열린 ‘GMO 프리존 전국 교류집회’에선 일본의 유전자조작생물체(GMO), 그중에서도 유전자가위 기술로 개발된 농·축·수산물 현황이 공유됐다.

참가자들을 놀라게 한 내용 중 하나는 ‘유전자가위 토마토’의 개발·보급 사례였다. ‘시실리안 루즈 하이 가바(Sicilian Rouge High GABA)’라는 이 토마토는 일본 쓰쿠바대학의 에즈라 히로시 교수와 유전자공학 벤처기업 ‘사나텍 시드’가 최신 유전자가위 기술인 크리스퍼 캐스나인(CRISPR-Cas9)을 활용해 공동으로 개발했다.

이 토마토는 파이오니어 에코사이언스(Pioneer Eco Science)라는 업체를 통해 지난해 9월 15일부터 시중에 판매됐는데, 이는 유전자가위 기술 기반 농작물이 상업적으로 판매된 세계 최초의 사례다. 파이오니어 에코사이언스는 자사 누리집에 ‘푸른하늘 토마토 학교’라는 플랫폼을 개설해, 이곳에서 유전자가위 토마토를 팔고 있다.

파이오니어 에코사이언스는 지난해 10월 11일부터 이 토마토의 모종 판매를 시작하며 모종을 초등학교와 복지시설에도 무상 배포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파이오니어 에코사이언스는 농가 3군데와 계약을 맺어 3,000㎡의 농지에서 유전자가위 토마토를 재배토록 하는 등, 유전자가위 토마토 보급에 앞장서는 상황이다.

시실리안 루즈 하이 가바는 일반 토마토에 비해 가바(GABA, 스트레스 경감 및 혈압 상승 억제에 기여하는 아미노산 물질인 감마-아미노부티르산)가 4~5배 많이 함유되게끔 개발된 품종이다. 유전자가위 기술을 통해 건강에 좋다고 여겨지는 성분이 토마토에 강제로 더 주입된 셈이다.

그러나 이 유전자가위 토마토가 실제로 건강에 좋다는 점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게 일본의 언론인이자 반GMO 운동가인 아마가사 게이스케 씨(‘유전자조작식품 필요 없어!’ 캠페인 대표)의 설명이다.

아마가사 씨는 “시실리안 루즈 하이 가바가 공식적으로 건강에 좋다는 보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초등학교와 복지시설에 (모종을) 무료로 배포하는 것도 건강성 관련 데이터 수집 목적일 가능성이 있다”며 “아직 일본 내엔 이 토마토에 함유된, 일반 토마토보다 4~5배 높은 수치의 가바를 섭취했을 때의 영향을 조사한 보고서도 없다. 따라서 이 토마토를 이용할 어린이, (복지시설의) 노인과 장애인 등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편 유전자가위의 가위질은 온갖 동물의 유전자를 대상으로도 이뤄진다. 정부기관은 이를 권장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일본 후생성(한국의 보건복지부에 해당)은 교토대학·긴키대학 등의 연구진이 모여 설립한 유전자공학 벤처기업 ‘리저널 피시’ 사가 유전자가위 기술로 개발한 참돔과 복어에 대한 판매 신고를 각각 9월과 10월에 승인했다. 참돔은 유전자가위 기술로 인해 재래종보다 덩치가 키워졌고, 복어는 재래종보다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

유전자가위 참돔과 복어는 지난해 12월부터 인터넷 판매가 시작됐다. 특히 교토부 미야즈 시에선 고향납세(원하는 지자체에 기부를 하면 답례로 해당 지자체의 특산물을 선물하고, 기부금만큼 다음 해 주민세에서 감면해주는 일본의 제도)의 답례품으로 이 참돔과 복어를 증정하기로 해 논란이 됐다.

심지어 사가현 가라쓰 시에선 큐슈대학 농학연구원 소속 아쿠아바이오리소스창출센터의 오가 히로시 교수가 ‘공격성이 억제돼 양식하기 쉬운’ 유전자가위 참고등어를 개발했다.

이상과 같은 유전자가위 기술 기반 농·축·수산물에 대해, 일본 정부는 그저 권장할 뿐 사실상 규제하지 않는다는 시민사회의 우려가 크다. 아마가사 씨는 “일본엔 유전자가위 산물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도, 식품 안전심사도, 표시제도 없다. 농민·소비자는 유전자가위 문제와 관련해 사실상 무권리 상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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