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시장격리제도 문제 있다

  • 입력 2022.02.13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1년 시장격리곡 입찰이 지난 8일 끝났다. 예상했던 대로 농민들에게는 혼란과 불신만 심어주게 됐다. 입찰 결과를 보면 평균 낙찰가는 조곡 40kg 한 가마에 6만3,763원으로 산지 가격보다 한참 낮은 가격이었다. 그리고 정부가 계획했던 20만톤을 채우지 못한 14만5,280톤으로 72.6%밖에 낙찰되지 않았다. 결국 27% 이상 대규모 유찰된 것이다.

역공매 방식이라는, 농민들에게는 생소한 방법으로 시장격리를 해 시작부터 농민들의 우려와 반대가 있었다. 낙찰되려면 정부가 정해 놓은 입찰예정가격 이하로 낙찰가를 써내야 하고, 그중에서도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농가부터 낙찰된다. 농민들끼리 누가 더 싸게 팔 것인가를 경쟁하게 만든 것이다.

아울러 입찰예정가격이 공개되지 않아 입찰예정가격 이상으로 써낸 농가는 유찰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농민들과 농민단체에서는 입찰예정가격 공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입찰이 끝난 지금까지 정부는 입찰예정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또한 최소 입찰 물량을 100톤으로 한정해 소농들의 참여를 봉쇄해 버렸다.

쌀 시장격리제도는 지난 2020년 변동직불제가 폐지되면서 도입됐다. 정부는 지금까지 30여년간 추곡수매가 또는 쌀 목표가격을 설정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쳤다. 다시 말해 정부가 쌀값을 일정한 수준에서 책임져 왔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주식이며 농가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쌀의 중요성과 논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유지 보전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2020년 직불제가 개편되면서 변동직불제가 폐지됐다. 정부가 쌀값을 지지하는 정책이 사라진 것이다. 대신 쌀값 안정을 위해 시장격리제도를 도입했다.

이번에 작동된 시장격리는 쌀값 안정이라는 본연의 목적과는 반대일 뿐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쌀값 인하를 유도하는 꼴이 됐다. 산지 쌀값이 7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번 시장격리에 적용된 입찰예정가격은 6만4,000원대로 이는 산지 쌀값보다 8.5%나 낮은 가격이다. 결국 시장격리로 인해 산지 쌀값은 하락을 우려하는 상황이 됐다. 이번 시장격리 낙찰 결과를 보면 65%가 농협 물량이다. 단경기 쌀값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서 농협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보유물량을 털어내고 있다는 방증이다. 결국 정부가 책임져야 할 쌀값 하락의 부담을 농민과 농협이 떠안았다.

이는 시장격리가 강제 규정이 아니고 시기와 물량 그리고 방법을 모두 정부에 위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곡관리법의 개정이 시급하다. 당시의 입법 취지인 쌀값 안정과 농가소득 안정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선 시장격리요건이 되면 의무적으로 시장격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시장격리가격은 최소한 수확기 산지 평균가격을 보장해야 한다. 가격하락 또는 가격하락이 예상돼 실시하는 시장격리이니만큼 시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재인정부 농정의 최대 성과라고 하는 2017년 쌀값 회복은 선제적 시장격리를 했기에 가능했다. 수확기가 끝나기 전에 시장격리하도록 해야 한다.

문제가 명확히 드러난 만큼 정부와 국회는 신속히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