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시장격리’ 정부 세부계획 발표 임박 … 촉각 곤두선 농민들

18일 양곡수급회의, 쟁점은 ‘매입가격’

벼 민간거래가 6만원 초반까지 떨어져

최저가 입찰방식 ‘가격 안정’ 효과 없어

  • 입력 2022.01.20 19:43
  • 수정 2022.01.20 20:26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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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정부가 2021년산 쌀 27만톤을 시장격리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산지쌀값은 줄곧 내리막이다. 현장 농민들은 ‘골든타임’을 놓친 실책을 만회하려면 매입방식 및 매입가격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정부는 ‘최저가 입찰’(역공매) 방식을 검토 중이라 가격안정엔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는 지난 18일 서울 농협중앙회에서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개최하고 20만톤(7만톤은 추후) 시장격리 물량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전국쌀생산자협회 등 5개 생산자단체와 소비자단체, 농협 등이 참석했다.

시장격리와 관련 농식품부는 △매입시기는 1월 하순경 입찰 공고해 2월 중 입찰하며 △‘저가순 낙찰’ 이른바 역공매 방식을 택하되 농가를 우선 참여시킨다고 밝혔다. 또 △매입가격은 ‘시세’를 반영해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생산자단체는 △3년 평균 공공비축 매입가격(7만1,000원선)으로, 농협은 △수매가+제반비용을 감안한 하한가 설정(6만9,000원선)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액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시장격리 매입 시 ‘기준가격’이 제시돼야 한다는 게 공통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8일 농협중앙회에서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개최한 이후 회의결과를 농협에서 정리해 공유한 내용. 전북 지역농협 제공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8일 농협중앙회에서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개최한 이후 회의결과를 농협에서 정리해 공유한 내용. 전북 지역농협 제공

 

회의에 참석했던 김영동 전국쌀생산자협회 회장은 “시장격리 발표가 너무 늦었지만, 시장격리로 쌀값 안정이라는 효과를 거두기 위해 생산자들이 의견을 적극 전달했다”면서 “농식품부는 역공매 방식으로 입찰하며, 농민들도 별도의 코드를 제공해 참여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쟁점은 가격문제였다. 회의를 두 시간 넘게 했다”고 말했다.

김정주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지난 19일 “정부는 시가매입을 고려하고 있다. 과거에는 최저가 입찰로 시가를 발견하는 게 정확한 방식이었다”면서 20만톤의 매입가격 기준을 설명했고, “농가 보유 물량이 우선, RPC는 후순위”라고 부연했다. 입찰에 참여하는 물량 중에 더 낮은 가격이 먼저 낙찰되는 방식이지만 같은 가격이면 RPC보다 농가에 우선권이 있다는 뜻이다.

개정된 양곡관리법에 따라 소비량을 넘어선 과잉물량은 ‘자동’ 시장격리 되는 것으로 알고 있던 농민들은 지난해 수확기부터 속앓이를 하고 있다. 문제는 쌀값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경남 거제에서 50년 벼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정부가 시장격리를 한다고 발표했는데 계속 쌀값이 떨어져 불안하다”면서 “지역농협 수매가가 너무 형편없어 보유 물량이 꽤 된다. 인근 농가들도 같은 처지다. 시장격리에 농가가 참여할 수 있다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시가라는 게 도대체 어느 선인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민간 거래가격은 지역별 차이가 있지만 전남은 현재 6만1,000원(벼 40kg)까지 떨어졌다. 정부의 시장격리 발표에도 시중 거래가에 반등이 없는 이유에 대해 김용경 정남진농협통합알피씨 대표이사는 “농협에서는 수요량 대비 31만톤이 남는다고 보는데, 정부는 27만톤을 잉여물량으로 보는 차이도 간과할 수 없다. 그것도 20만톤 먼저, 7만톤 나중에 격리한다고 하니, 11만톤이 여전히 남아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농산물은 10%만 과잉돼도 가격이 30% 하락하지 않나. 시장격리가 큰 의미 없는 상황이 예견된다”고 산지상황을 전했다.

이무진 전농 정책위원장은 “시장격리의 최종 정책목표는 쌀값 안정이다. 결국 농가가 팔지 못한 채 보유한 양곡들이 원료곡 가격 하락을 유발한다. 따라서 농가 보유곡을 어떻게 우선 격리할 것인가 정부가 적극 모색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모호하다. 또 추후 격리할 7만톤도 3월 안에 처리해야 그나마 가격하락세를 다소 방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통계청 산지쌀값(20kg)은 정부의 시장격리 발표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25일 5만1,254원이던 산지쌀값은 지난 5일엔 50,889원, 15일엔 50,741원으로 조사됐다.

전북 지역의 한 농협조합장은 “이번 시장격리 매입방법은 정부 재원은 최하로 들이면서 농협과 농민 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현장에서 제일 우려했던 방식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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