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농민회 대농협 쌀 투쟁 ‘기호지세’

관내 8개 농협 수매가 합의 후

7일 오후 석문농협 합의 타결

고대농협서 고강도 투쟁 지속

  • 입력 2022.01.16 18:00
  • 기자명 권순창·김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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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김희봉 기자]
 

지난 7일 당진 석문농협 앞에서 농민들과 지역사회 관계자들이 모여 벼 수매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석문농협은 긴급 이사회를 열어 농민들의 요구를 전격 수용했다.권순창 기자
지난 7일 당진 석문농협 앞에서 농민들과 지역사회 관계자들이 모여 벼 수매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석문농협은 긴급 이사회를 열어 농민들의 요구를 전격 수용했다.권순창 기자

충남 당진시농민회의 2021년산 벼 수매가 투쟁이 기호지세다. 지난해 12월부터 관내 12개 농협 중 8개 농협의 벼 수매가 인상을 이끌어낸 데 이어 지난 7일 석문농협(조합장 류재신)과도 협상을 타결, 지금은 고대농협(조합장 최수재)과의 협상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당진시농민회는 농협의 인색한 벼 수매가 결정에 반발해 지난해 12월 13일부터 읍·면 단위로 각 지역농협 앞 천막투쟁을 전개해왔다. 2021년산 벼 수매가로 대개 kg당 1,650원을 결정했던 농협들은 농민들의 위세에 밀려 하나 둘 수매가를 1,700원으로 상향조정하고 있다.

지난 7일 타결한 석문농협 협상은 관내 아홉 번째 타결이자 올해 첫 타결이었다. 면단위 투쟁의 성과가 늦어지자 시농민회가 투쟁 단위를 확대했고, 당진시 전역의 농민회원들과 당진시 노동·시민단체, 정당 지역대표와 도의원·시의원까지 이날 석문농협 앞에 집결했다.

특히 타 읍·면에서 거둔 ‘kg당 1,700원’ 수매가가 석문농협에 강력한 압박 요소로 작용했다. 타 읍·면 농민들과 의원들이 차례로 연단에 올라 수매가 인상의 당위성을 설파하며 석문면 농민들에게 힘을 실었다.

류재신 조합장은 농민들과의 면담에서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월요일(10일)에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상의하겠다”고 답했지만 농민들은 “이사들이 100명씩 되는 것도 아니고 서울·부산에 있는 것도 아니다. 천막농성이 보름을 넘기도록 이사회를 열지 않은 것도 분개할 일인데 또 미루려 하느냐”고 분노했다. 결국 석문농협은 당일 이사회를 소집해 ‘벼 수매가 1,700원’, ‘쌀 가공·판매원가 공개’ 등 농민들의 요구안을 최종 수용했다.

고대농협 앞에 설치된 농민들의 농성 천막. 벼 수매가를 kg당 1,700원으로 결정한 당진지역 타 농협들과 달리 고대면 농민들은 고대농협에 정부 수매가인 1,857원을 요구하고 있다. 김희봉 기자
고대농협 앞에 설치된 농민들의 농성 천막. 벼 수매가를 kg당 1,700원으로 결정한 당진지역 타 농협들과 달리 고대면 농민들은 고대농협에 정부 수매가인 1,857원을 요구하고 있다. 김희봉 기자

지난 10일부터는 고대농협 앞 투쟁이 진행 중이다. 고대농협은 지난해 12월 17일 면단위 투쟁 당시 “수매가 1,700원에 대해 이사회에서 결정하겠다”며 원칙적 합의를 해놓고 2020년산 쌀 초과이익 환급금(50원)을 구실삼아 여태 1,650원을 고수해왔다. 대규모 집회가 치러진 10일 오전에야 이사회를 소집해 1,700원을 결정했지만, 이미 농민들의 불신이 커질 대로 커진 뒤였다. 고대면 농민들은 고대농협의 1,700원 제안을 거부하고 ‘정부 수매가 수준인 1,857원’과 ‘미수매분 벼 전량 수매’라는, 타 읍·면보다 훨씬 큰 요구를 제시했다. 당진시농민회 역시 지역민들의 의사를 존중해 이를 투쟁 구호에 담았다.

고대농협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수재 조합장은 “언제 1,700원을 달라고 해봤나? 오늘 아침 이사회에서 1,700원을 결정했는데, 농민회가 요구하는 1,857원은 억지 생떼다”라며 농민회 측에 대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농민회는 “정부수매가 1,857원이 아닌 그 어떤 협상안도 없다. 앞으로 트랙터와 볏짚 공룡알 등을 추가 적재하고 농민들에게 고대농협과 조합장의 부당함을 선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집회 역시 대규모로 이뤄졌는데, 특히 전국농민회총연맹 임원선거에 출마한 하원오(의장 후보)·고창건(사무총장 후보)·이근혁(정책위원장 후보) 후보조가 참석해 당진 벼 수매가 투쟁에 대한 중앙 단위의 주목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농민회에 대한 지역 농민들의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최종진 고대면 슬항리 이장은 “당진시농민회에 감사한다. 농협이 농민을 위한 벼 수매가를 정하지 않고, 조합장은 직원들을 위한 조합장일 뿐이다. 앞으로 농민회와 함께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고대농협 외에 아직 벼 수매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당진 지역농협은 대호지·정미농협 뿐이다. 대호지·정미면은 당진시농민회의 면지회가 갖춰지지 않은 지역이지만, 고대농협 협상 타결 이후 시농민회 차원에서 마찬가지로 순차적 방문 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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