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당진시농민회(회장 김희봉)의 벼 수매가 투쟁이 기호지세다. 7일 오후 석문농협(조합장 류재신)의 벼 수매가 인상을 이끌어내면서 ‘당진지역 전 농협 수매가 인상’ 목표의 9부능선을 넘었다.
당진시농민회는 농협의 인색한 벼 수매가 결정에 반발해 지난해 12월 13일부터 읍·면 단위로 각 지역농협 앞 천막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2021년산 벼 수매가로 대개 kg당 1,650원을 결정했던 농협들은 농민들의 성화에 하나 둘 수매가를 1,70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연말까지 관내 12개 농협 중 8개 농협과의 협상을 타결한 상태였다.
석문농협은 남아있는 4개 농협 가운데 가장 큰 고비로 꼽혔던 곳이다. 농민회 면지회의 조직력이 약한 지역이기도 하고, 보름 이상의 천막농성에도 농협이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은 채 해를 넘긴 상태였다. 시농민회 차원의 집중투쟁이 결정된 이유다.
7일 석문농협 앞 규탄대회엔 약 50명의 인원이 집결했다. 석문면을 비롯한 당진시 전역의 농민회원들은 물론, 인근지역 이장단, 당진시 노동·시민단체, 정당 지역대표와 조상연 당진시의원, 이선영 충남도의원까지 합세했다. 일개 면단위 투쟁을 넘어선 구성이었다.
한 발 앞서 자기 지역 투쟁을 성공시킨 타 읍·면 농민회원과 이장들은 석문면 농민들을 응원하며 수매가 인상의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설파했다. 민주노총 당진시위원회, 당진시녹색어머니회 대표들도 농민들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뜻을 분명히했다.
김희봉 당진시농민회장은 “석문면 농민들은 다른 8개면(수매가 인상 타결 지역) 농민들보다 농사를 잘못 지었나, 미질이 떨어지나. 조합장·직원 월급은 8개 농협이 같으면서 쌀값은 차별하고 있다. 유독 석문농협만 1,700원으로 수매해 판매할 자신이 없다면, 조합장은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선영 도의원은 “생산에 있어 원가 이상을 받는 건 모든 이들의 당연한 기준이다. 코로나 상황에서 모든 원가가 이전보다 올라갔는데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쌀값이 이렇게 책정됐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 대한 근거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아마도 조합장은 다음 선거에 뜻이 없는 듯하다”고 비꼬았다.
집회를 마친 농민들은 협상을 위해 조합장실로 들어갔다. 류재신 조합장이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월요일(10일)에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상의하겠다”고 답했지만, 농민들은 “이사들이 100명씩 되는 것도 아니고 서울·부산에 있는 것도 아니다. 천막농성이 보름을 넘기도록 이사회를 열지 않은 것도 분개할 일인데 또 미루려 하느냐”며 당일 소집을 종용했다.
결국 석문농협은 당일 오후에 긴급 이사회를 소집, 농민들의 요구사항을 최종 수용했다. 협의서엔 △벼 수매가를 1,700원(삼광벼 기준)으로 인상한다 △쌀 가공원가 및 판매원가 세부내역을 공개한다 △벼 수매가 결정시기를 통합RPC 참여 조합들과 협의해 9월 중으로 앞당긴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읍·면조직이 주체적으로 자기 지역 농협 문제를 바로잡고, 어려운 지역을 시조직이 지원하는 당진시농민회의 투쟁은 전국에서도 선도적인 모델이다. 당진에서 아직 벼 수매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농협은 고대·대호지·정미농협 세 곳뿐이며, 이 또한 당진시농민회의 순차적 투쟁이 예고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