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소비 인식 확산 속 못난이 농산물 정기배송 플랫폼 인기

유통 과정 없이 농가와 소비자 연결 … 주목받는 ‘식자재 새활용’ 대표 사례

이용자 만족도 높은 편 … 활성화 위해선 접근성 확보 및 홍보 확대 필요

  • 입력 2022.01.16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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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최근 못난이 농산물만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벤처 기업이 속속 등장 중인 가운데, 가치 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해당 서비스 이용자의 호응 또한 매우 뜨거운 것으로 확인됐다.

‘20% 비싸게 사서 20% 저렴하게 드립니다’라는 운영원칙을 내건 예스어스는 식음료 전문기업 ㈜올투딜리셔스(대표이사 정한석)가 지난해 11월 시작한 사내 벤처 플랫폼이다. 정한석 대표는 “회사가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개인의 더 나은 일상을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더 큰 담론을 이야기하고, 그것에 기여할 때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미국의 미스핏츠 마켓과 임퍼펙트푸드 등의 해외 사례를 접하게 됐고 못난이 농산물의 구제로 시작하는, ‘지구를 살리는 장보기’란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라며 “기업은 근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지만 사회적 의미를 더해 환경과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되는 생태계를 구축하면 어느 시점에 규모의 경제가 비용을 자연스레 낮춰주게 될 것이고 그때부턴 수익을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예스어스를 시작했다. 당장만 본다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초반 희생을 감내하면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성공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거라 내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예스어스는 산지유통 업체와 함께 1만8,000건의 친환경 농가 데이터를 활용해 못난이 농산물 생산 농가와 직접 계약하고 입고된 물량을 물류센터에서 선별·포장해 정기배송 신청 소비자에게 꾸러미 형태로 발송하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농가 인터뷰를 기반으로 계약은 가공용 단가보다 20% 높여 진행하고, 소비자에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공시하는 평균 시세보다 최소 20% 저렴하게 판매한다.

예스어스는 정기구독 서비스 개시 전 진행한 선착순 300명 제한 사전판매 당시의 준비 물량을 5분 만에 완판했다. 2차 판매 역시 10분만에 준비한 물량이 모두 팔리는 성과를 냈다. 판매량은 현재까지 우상향을 기록 중이며, 업체는 올해 100만~200만kg 이상의 못난이 농산물 구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예스어스는 기본적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취급하지만, 일반 농산물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과잉 생산된 농산물, 갑작스레 판로를 잃은 농산물 등 폐기될 위기에 처한 농산물 또한 플랫폼을 통해 판매 중이다. 일례로 최근 판매한 ‘혹부리 당근’은 친환경 농산물이 아니었는데, 외관상 결함으로 갈 곳을 잃어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에 단품 판매를 진행한 경우다.

이지혁 본부장은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날 하우스 바닥에 나뒹굴던, 그야말로 기괴한 모양새의 당근을 접하고 그 자리에서 독단적으로 판매를 결정해버렸다. 친환경만 고집하며 버려지는 농산물을 외면한다면 사업 존재 이유를 잃는 것과 같다는 판단에서다”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아울러 정한석 대표는 “못난이 농산물 정기배송은 농가소득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매우 고무적이지만, 유통 단계를 감축해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친환경 농산물 판로 확대로 무기질비료 사용량도 크게 경감시킬 수 있다. 최근 전 세계적 이슈인 탄소중립 그리고 환경 이슈와도 밀접하게 닿아 있는 만큼 생태계 조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힘쓸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만족도 ‘74.2점’ … 소비 활성화하려면

소비자들은 대체적으로 못난이 농산물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으나, 소비 촉진을 위한 홍보 확대, 유통 개선은 해결할 과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월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못난이 농산물’ 구매 실태 및 인식을 분석한 결과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60.5%인 1,210명이 못난이 농산물을 구매한 적 있다고 답했다. 만족도는 평균 3.71점(5점 만점)으로 나타났다. 맛·식감에 대한 만족도는 3.95점으로 가장 높았고 가격에 대한 만족도는 3.64점을 기록했다. 다만 접근성과 외관에 대한 만족도는 각각 3.25점과 3.14점으로 낮은 편에 속했다.

또 못난이 농산물을 구매했던 소비자의 95.5%인 1,155명은 재구매 의사가 있다고 밝혔으나, 구매 활성화를 위해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응답이 55.6%(673명)로 가장 많았고 ‘인지도 향상을 위해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17.3%(209명)를 차지했다. 구매 경험이 없는 소비자 중 못난이 농산물을 모른다고 답한 225명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한 결과 65.3%(147명)가 구매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못난이 농산물 소비 확산은 이미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푸드리퍼브(식자재 새활용)의 한 예다. 식자재 새활용은 ‘맛과 영양에는 문제가 없으나 외관상 상품 가치가 떨어지거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자재를 적극 구매하는 일 또는 이를 활용해 새로운 식품을 만드는 일’을 일컬으며, 대표적인 탄소 배출 저감 방안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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