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농산물, 농가소득 향상 역할까지

품목 편차 있지만 많을 땐 생산량의 80% 차지

품질엔 문제없으나 판로 없어 폐기하는 실정

인식 제고·판로 확보 시 ‘소득 보전’ 기대 높아

  • 입력 2022.01.16 18:00
  • 수정 2022.01.16 21:55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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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0일 경기도 여주시 금사면의 한 저장고에서 민지호씨가 크기가 아주 크거나 작은 고구마를 선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0일 경기도 여주시 금사면의 한 저장고에서 민지호씨가 크기가 아주 크거나 작은 고구마를 선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평균적으로 전체 수확량의 10~20% 정도 돼요. 크기가 아주 크거나 작은 고구마요. 모양이 이상하게 생긴 것도 많은데 이런 거 저런 거 전부 다 못난이죠. 맛이랑 영양은 똑같은데, 판매가 안 돼요. 팔릴 때까지 일단 저장고에 넣어두긴 하는데 결국엔 대부분 폐기하죠.”

지난 10일 경기도 여주시 금사면에서 만난 농민 민지호(32)씨의 입에서 답답함이 흘러나왔다. 무농약으로 고구마를 재배 중인 민씨는 지금도 저장고에 한가득 못난이 농산물을 보관하고 있었다.

민씨에 따르면 1만평 기준 약 60~80톤가량의 고구마를 수확하는데, 그중 약 10톤 이상은 한입 크기의 작은 고구마거나 튀김 등 가공용으로밖에 쓸 수 없는 큰 고구마다.

민씨는 “최근엔 한입 고구마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이전보다 늘었지만 여전히 생산량 대비 출하량이 많지 않고, 가공용 고구마 역시 생각 외로 찾는 곳이 적어 그간 고충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현재는 이러한 못난이 등외 규격 고구마를 업체에 가공용 시세보다 20% 높은 금액에 판매 중이다.

이와 관련해 민씨는 “직거래와 시장 출하도 하고 있는데, 일단 시장 출하의 경우 운임비와 하역수수료, 선별 인건비 등이 크게 들어간다. 그런데 못난이 농산물은 직거래 형태로 거래하기 때문에 부수적인 비용이 상대적으로 덜 든다”라며 “지금처럼 업체에서 가공 시세 대비 20% 정도만 가격을 더 붙여 줘도 농가 입장에선 소득에 큰 도움이 된다. 일반 농산물도 아닌 못난이 농산물 판로를 일일이 구하는 건 농가 입장에서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아직 친환경 재배가 보편적이지 않은 사과의 경우 농가 고충이 더욱 큰 것으로 확인됐다. 병해충이 많이 발생하는 품목 특성상 방제 시 사용한 유기농업자재가 과실 표면에 남아 거뭇거뭇하거나 병해충 흔적으로 외관상 품위가 떨어져서다.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에서 무농약으로 사과를 재배하는 농민 홍성우(36)씨는 “많지 않지만 주변에 무농약으로 사과 농사짓는 9개 농가만 놓고 보면 지난해 못난이 농산물은 전체 생산량의 70% 수준이었다. 못난이 발생률이 80% 이상이거나 20% 안쪽일 때도 있지만 온도나 강우의 영향을 많이 받고, 어떻게 방제하느냐에 따라서도 편차가 큰 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홍씨는 “친환경 농산물의 경우 학교급식이 가장 큰 판로인데, 가격은 좋지만 공급 일정이 불안정하고 수매 품목도 제한적인 단점이 있다. 반품을 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라며 “사과의 경우 학교급식 납품 규격이 6개 구간으로 나뉘는데, 크기가 제일 작은 6구간의 물량이 가장 많은데도 불구하고 시스템상 학교에서 영양사 선생님이 해당 구간의 물량을 발주하지 않으면 농가 입장에선 절대 납품할 수 없는 구조다”라고 토로했다.

홍안나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정책실장은 “친환경 농산물의 절반 이상이 품위 때문에 학교급식에서 반품된다. 갑자기 어디서 판로를 구할 수도 없다 보니 특히 엽채류 등은 반품 물량 대부분을 폐기하는 실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홍씨는 “가장 낮은 품위의 6구간에도 해당되지 않는 150~160g 정도의 작은 사과는 개별적으로 판로를 찾아야 하지만, 표면도 거칠고 얼룩져 가공용 말고는 판매가 쉽지 않다. 경기도에서 못난이 농산물 판매 플랫폼을 조성하긴 했으나, 거기서도 최소 180g 이상을 요구해 현재로선 그보다 작은 크기의 사과는 팔 길이 없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한편 홍씨에 따르면 가공용 사과는 시세의 약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6구간 사과의 학교급식 납품 단가가 약 7,050원/kg인데 반해 즙으로 가공하는 사과는 kg당 1,000원에서 1,500원 선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에 농가들은 생산비의 턱 끝에도 못 미치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판매할 수밖에 없는 가공용과 비교해 못난이 농산물 정기배송 시장이 확립될 경우 농업소득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거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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