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하향식 구조, 협동조합 정신이 실종됐다

농협조합장 정명회·〈한국농정〉 공동기획 연속포럼 ④

  • 입력 2021.12.19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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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012년, 농협중앙회는 기존에 병행하고 있던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분리하면서 그 수단으로 농협경제지주·농협금융지주라는 양대 지주회사 체제를 택했다. 그러나 지주회사 체제는 가장 큰 목적이었던 경제사업 활성화에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오히려 농협중앙회의 협동조합적 정체성을 흐리는 부작용을 양산했다.

개혁적 성향의 조합장 모임 ‘농협조합장 정명회’와 <한국농정>은 농협중앙회가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지난 9월부터 매달 ①사업구조 ②지배구조 ③조합역량을 주제로 공동기획 연속포럼을 진행했다. 당초 이달 둘째주에 세 차례의 포럼을 종합한 국회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정명회 내부 사정으로 인해 한 주 늦은 지난 15일 전남 곡성 옥과농협에서 조합장들의 4차 종합포럼으로 기획포럼을 마무리하게 됐다.

 

지난 15일 전남 곡성 옥과농협에서 정명회·〈한국농정〉 공동기획 4차 포럼이 열렸다. 앞선 세 차례의 포럼을 종합하는 성격의 자리로, 정명회 회원조합장 50여명 중 19명이 참석, 농협중앙회 개혁에 대한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정명회와 〈한국농정〉은 앞서 지난 9월 14일 1차, 10월 13일 2차, 11월 9일 3차 기획포럼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 15일 전남 곡성 옥과농협에서 정명회·〈한국농정〉 공동기획 4차 포럼이 열렸다. 앞선 세 차례의 포럼을 종합하는 성격의 자리로, 정명회 회원조합장 50여명 중 19명이 참석, 농협중앙회 개혁에 대한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정명회와 〈한국농정〉은 앞서 지난 9월 14일 1차, 10월 13일 2차, 11월 9일 3차 기획포럼을 진행한 바 있다.

9월부터 11월까지 월 1회씩 진행한 주제별 연속포럼에서 농협조합장 정명회(정명회) 소속 전국 조합장들은 매우 열띤 자세로 연구·토론에 임했다. 농협중앙회의 지주회사 체제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협동조합 정신만 훼손하고 있다는 건 범농업계가 공감하고 있는 바며, 이번에 정명회 조합장들의 입을 통해 구체적인 문제와 사례들을 다시 한번 정리해볼 수 있었다.

특히 포럼에선 이같은 농협중앙회의 문제에 대안을 만들어 제시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다양하게 수렴된 대안을 ①사업구조 ②지배구조 ③조합역량 각각의 주제에 대해 큰 줄기로 정리하자면, ①중앙회와 회원조합의 경제·신용사업을 협동조합적으로 재편하기 위한 상향식 사업구조 구축 ②중앙회 조직 내에서의 중앙회장 권한 강화와 이를 통제하기 위한 중앙회 지배구조의 실질적 민주화 ③협동조합 정신과 현장 관점의 실효성을 담보한 교육·지원사업 설계 정도로 정리된다(본지 963·966·970호 상세보도).

지난 15일 열린 종합포럼에선 지금까지의 각론적 논의를 큰 틀에서 정리하는 토론이 이뤄졌다. 문제의 핵심은 마땅히 상향식이어야 할 협동조합 중앙회의 구조가 하향식이라는 것이며, 이에 지주회사 체제를 연합회 체제로 돌리자는 담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A조합장이 “지주회사 체제가 10년이 됐는데 상향식 의사결정이 안되고 있다. 연합회 식의 체제로 다시 변경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운을 뗐고, B조합장은 “농협법 개정(지주회사 출범)은 안하느니만 못한 희한한 개정이 됐다. 회원조합 입장에선 이전과 비교해도 득될 것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조합장은 “(지주회사 체제로) 경제사업이 잘될 거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지역조합이 힘들게 사업을 해도 수수료·역환 등으로 중앙회가 가져가는 게 더 많고 지역농협 직원들이 또 여기에 길들여져 있다”며 “지금의 구조로는 농민과 회원조합이 착취의 대상이 되고 있다. 거대 기업이 돼서 자본 위주로만 굴러가는 중앙회를 연합회 체제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힘을 실었다.

D조합장은 “회원조합 입장에선 신경분리(지주회사 출범)는 원치 않았던 것이다. 중앙회에 ‘자리’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그걸 유지하기 위한 비용도 엄청나다. 종전의 통합된 중앙회만 해도 회원조합에 효율적인 수익환원이 가능하다”고 말하며 한편으론 “만약 체제 전환이 힘들다면 조합장들이 경제지주 대표를 직접 뽑고 중앙회·경제지주 이사에 과반 이상 참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D조합장의 제안은 지난 2차 포럼에서 무게있게 다뤄졌던 내용이다. 체제 전환이 지난한 과정을 요하는 만큼, 현 지주회사 체제에서 경제사업의 변화를 꾀할 방법도 찾아보자는 의도다. B조합장 역시 “체제를 바꾸다 또다시 애먼 데로 갈 가능성도 있다. 일단 농업경제대표부터 우리가 선출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축산경제대표는 조합장들이 뽑으니 지역 의사 수렴이 잘 되지 않나”라고 긍정했다.

포럼을 마친 조합장들이 단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네 차례의 논의 내용은 종합 정리해 대선 후보들에게 농협개혁 의제로 전달할 계획이다.
포럼을 마친 조합장들이 단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네 차례의 논의 내용은 종합 정리해 대선 후보들에게 농협개혁 의제로 전달할 계획이다.

매 회차 줄기차게 제기됐던 도시농협 문제도 재차 등장했다. E조합장은 “도시조합은 수익을 어떻게 쓸지 고민이라, 조합원 생일·결혼기념일 등 온갖 걸 다 챙긴다. 반면 우리 농촌조합은 배당은 둘째치고 당장 결산총회를 걱정해야 한다”며, F조합장은 “중앙회의 상호금융 특별회계 배당도 농촌조합은 의미가 없고 도시조합은 몇십억원씩 가져간다”며 중앙회의 중재·배분 역할 미흡을 지적했다.

D조합장은 “도시조합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법제화해야 한다. 특히 도시조합이 소비 측면에서 분배기능을 제대로 해줄 때 생산과 유통이 원활해진다. 농촌조합들이 아무리 생산을 열심히 해도 도시조합이 역할을 못 해주면 공판장에서 헐값으로 거래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토론은 예정한 시간을 훌쩍 넘어서까지 진행됐다. 정명회는 다음달 중순 이내에 네 차례 포럼에서 나온 농협중앙회 개혁 과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예정이다. E조합장은 “조합장들 간 다소 이해가 상충되더라도 대승적 관점으로 대선을 바라보고, 정부나 대선 후보들에게 시급히 요구해야 할 부분을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명회 간부인 G조합장은 “지금까지의 포럼으로 논의가 완결된 건 아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완성된 모델(농협중앙회 개혁)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으며 여기서 고민을 멈추면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꾸준한 고민·협력을 당부했다.

한편 쌀 시장격리 문제로 뒤숭숭한 시기에 전국 조합장들이 모이다 보니 쌀 문제가 번외안건으로 등장했다. C조합장은 “정부가 쌀값을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건 문제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40년 동안 농민들이 쌀값 보장을 외쳐야 하는 현실”이라고 개탄했으며 D조합장은 “양곡관리법에 시장격리 조항이 있어도 정부가 이행하지 않는다. 법 개정으로 농협중앙회가 양곡을 통합관리하고 시장격리도 스스로 결정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협 조직에 대한 안타까운 시각도 있었다. H조합장은 “쌀 시장격리 요구 국민청원을 조합장 단톡방마다 독려했는데 엊그제 7,000명을 겨우 넘었다. 전국의 농협 조직과 직원을 보면 이미 청원인원 20만명이 넘었어야 한다. 이렇게 무관심할 수 있나”라며 조합장들의 각성을 촉구했고, I조합장은 “이번 집회(13일 전국 조합장 쌀값 보장 청와대 집회)에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뭐가 그리 바빠서 나오지 않았나”라며 전국 농협 수장으로서 중앙회장의 처신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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