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해 8월 8일 발생한 수해에 대한 배상액 조정을 정부가 직권으로 결정하려 해 피해지역 주민들이 즉각 반발에 나섰다. 5개 댐 17개 시·군 주민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조정 결정 중지를 요구하며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중조위) 앞에서 밤샘 농성을 진행했다.
이날 ‘댐 과다방류 수해 관련 협의 없는 환경분쟁 조정 반대 주민 결의대회’를 연 피해지역 주민 약 100여명은 “오늘(29일) 중조위가 합천댐 수해 관련 조정 절차를 마치고 최종 결정서를 확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피해 당사자인 주민들은 결정문에 대한 사전 의견 청취를 할 기회마저 박탈당한 채 일방적 결정을 수용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면서 “이번 합천댐 수해 배상액에 대한 첫 조정결정문은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합천댐 이외의 다른 댐 하류지역에 대한 조정 절차가 진행되는 중임에도 일방적으로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조정 절차를 무시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주민들은 “현행법 상 중조위 조정 결정에 앞서 피청구기관을 대표하는 환경부가 수해 주민대표들과 ‘합의 권고’ 등 사전 조정 절차를 시행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절차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중조위 결정만을 앞세워 따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홍수 피해를 입은 합천군 등 17개 시·군 주민 8,419명은 환경부·국토교통부·한국수자원공사·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총 3,760억원의 배상액 지급을 요구하는 조정신청을 중조위에 접수했다. 4개의 수해전담 조정위원회를 구성한 중조위는 사건이 접수된 순서대로 조정회의 등의 심리를 진행 중이다. 가장 먼저 조정을 신청한 합천군의 1차 조정회의는 지난 9월 17일 개최됐으며, 2차 조정회의를 거쳐 지난달 29일 조정결정문 확정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피해지역 주민들은 “지난해 8월 17개 시·군에서 발생한 수해는 5개 댐 동시 과다방류가 일으킨 참사며 관재다. 명백한 원인이 있는 만큼 배상액 결정은 조정대상이 아니지만 수해 발생 후 1년이 지나는 시점에서 배상액 지급을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조정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라며 “조정결정문 확정 과정에서 피해주민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일단 조정이 결정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조정문 확정 전 협의하지 않으면 피해주민들은 조정결정문 수용 여부를 제외한 모든 선택권을 박탈당한 채 이의제기도 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피해지역 주민들은 △주민 동의 없는 환경분쟁 직권 조정 반대 △연내 17개 시·군 배상 완료 △조정 결정 전 주민대표 포함한 협의 개최 △손해사정사 피해 산정액 100% 준용 등을 요구했다.
한편 지난해 8월 수해에 대한 합천군 주민 배상은 ‘정부·한국수자원공사·지자체 등 국가가 피해액의 72%를 배상하라’는 것으로 확정됐다. 합천군에 기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피해액의 13%)을 포함하면 총 85%를 국가가 배상하게 되는 것이다. 피해지역 주민들은 이 결과가 “나머지 15%만을 자연재해로 보고 지난해 수해가 명백한 인재이자 관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결정”이라고 해석했다.
17개 시·군 중 피해 규모가 가장 큰 구례군에선 “2020년 수해 배상은 구례를 넘어서야 진짜 해결된다”며 피해액 100% 배상을 끝까지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섬진강 수해극복 구례군민대책본부에 따르면 구례군에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은 전체 피해액의 약 6.8%로, 100% 배상이 이뤄지려면 국가가 93.2%를 배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