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김희봉 기자]
당진 삽교호 소들섬의 생태보호구역 지정과 고압송전탑 공사 중지를 요구하는 당진시청 앞 농민·시민들의 천막농성이 14일째를 맞고 있다. 당진시(시장 김홍장)가 농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한국전력 측을 압박하고 있지만, 민의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천막농성 7일째였던 지난 15일, 당진시는 대책위(당진시우강면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소들섬을사랑하는모임)와 1차 TF회의를 갖고 소들섬의 생태적 가치를 인정, 고압송전탑 공사를 중지해야 한다는 대책위의 요구를 수용했다. 당진시는 곧 환경부와 한전 측에 공사 중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그런데 당진시의 공문이 TF회의 합의 내용보다 대폭 축소돼 대책위 측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당초 회의에선 △현재 생태보호구역 지정 신청 중인 삽교호(소들섬) 일원의 송전탑 공사를 △생태보호구역 지정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중단해야 한다고 협의했으나, 당진시의 공문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일부 구간에 한해 △철새 도래기인 11~3월 동안 중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본환 당진시 자치행정과장은 “농민들의 요청을 수용해 환경부와 한전 측에 공문을 발송해 앞으로 철새 도래기간엔 공사를 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이봉기 대책위원장은 “협의된 내용이 아닌 당진시의 일방적인 행정문서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들섬이 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삽교호 소들섬은 1급 보호종을 비롯, 큰고니 등 철새들의 도래지인데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고압송전탑이 건설되고 있어 생태학자들과 농민·시민·학생들이 생태보호구역 지정을 요청한 지역이다. 대책위의 천막농성을 비롯해 우강면 주민들과 당진 시민사회의 비판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양승조 충남도지사와 김홍장 당진시장, 김명선 충남도의회 의장은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16일 농성장을 방문해 대책위의 의견을 청취하고 적극 협조하기로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