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들섬 야생생물보호구역 지정 … 농성 81일만에

농민들 “끝까지 투쟁해 철탑으로부터 소들섬 지켜낼 것”

  • 입력 2022.02.13 18:00
  • 기자명 김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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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희봉 기자]
 

지난 4일 충남 당진시 우강면 일대의 주민들이 소들섬 야생생물보호구역 지정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난 4일 충남 당진시 우강면 일대의 주민들이 소들섬 야생생물보호구역 지정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고압송전탑 설치가 예정된 충남 당진 삽교호 소들섬 주변 지역이 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송전탑 설치 계획이 무효화된 건 아니지만 주민들의 반대 투쟁이 새로이 강력한 명분을 얻게 된 것이다. 소들섬을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공동대표 김영란·유이계, 소사모)과 우강면고압철탑지중화대책위(대표 이봉기, 우강대책위) 등 지역 주민들의 헌신적 활동이 일군 성과다. 당진시청 앞 무기한 천막농성 81일째의 일이다.

주민들은 지난 4일 소들섬 야생생물보호구역 지정 환영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한전이 강행하고 있는 고압철탑 공사를 막아야 한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 자리엔 소들섬 인근의 우강면 신촌리·부장리 주민 50여명이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참여해 의지를 밝혔다.

장기 천막농성으로 김영란 소사모 대표의 건강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됐지만 주민들의 뜻은 여전히 단단하다. 이봉기 우강대책위 대표는 “김영란 대표의 의지와 지혜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앞으로도 김 대표를 중심으로 철탑 지중화 싸움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좋은 경치와 환경을 좇아 평택에서 당진 우강면으로 이주해온 농민 조영식씨는 “당진시가 선정한 8경 중 소들섬과 삽교호가 1·2경이다. 생태환경은 이 시대에 중요한 가치로, 결단코 소들섬 주변 철탑 설치를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촌리와 부장리는 한때 송전탑을 둘러싼 주민 간 갈등이 있었던 지역이다. 이덕기 신촌리 이장은 “지금도 주민들을 분열시키려는 사람이 있지만 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되는 것을 지켜보며 주민들이 (반대투쟁) 집행부를 신뢰하게 됐다. 앞으로 우강면 전체 주민들과 당진시농민회,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나선다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막농성을 이어온 소사모와 우강대책위는 4일 이후 주간에만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농성장엔 여전히 많은 응원자들이 찾아오고 있으며 전국에서 지원 물품을 보내오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한국전력 측은 송전탑 공사를 중단하고 있는데, 2월 말까지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차원, 3월 말까지는 철새보호 차원에서 공사를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소들섬 야생생물보호구역 지정을 위해 당진시와 주민들이 운영해온 TF팀은 계속 유지하며 소들섬 문제 관련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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