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격의 새로운 변수, ‘전염병’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외식업 수요품목 시세 저조

가락시장 코로나 창궐까지

  • 입력 2021.10.02 10:2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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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산물 가격 형성엔 재배면적, 작황, 재해, 수입, 여론 등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지만, 이제는 코로나19라는 새로운 변수가 확실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에 따른 외식업·단체급식 제한운영은 농산물 소비를 전에 없이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지속돼온 최근 3개월 동안 농산물 가격은 특히 저조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배추·무·양배추 등 엽근채소 하락세는 이미 처참한 실정이며 풋고추·애호박·오이 등 과채류, 건고추·양파·대파 등 양념채소류까지 평년 가격을 한참 밑돌고 있다. 모두가 식당·급식업소 수요가 많은 품목들이다.

전술했듯 농산물 가격형성엔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하므로 코로나19의 영향을 특정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같은 1인분 기준이라도 식당 소비와 가정 소비의 규모 자체가 다르다는 건 상식이며, 평년대비 공급상황을 고려할 때 코로나19가 아니고선 각 품목의 시세를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게 유통현장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은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엽근채소관측팀장은 “지난해에도 그랬듯 수도권에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할 때마다 농산물 소비가 둔화되는 부분이 있다. 일부 품목은 재배면적이 줄어든 탓에 가격이 추가 하락하지 않는 게 차라리 다행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지 소비침체만이 문제가 아니다. 외국인 인력 감소로 인해 수확할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배추 등 일부 품목에서 출하 지연 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그 결과 작물이 더 커져 생산량이 늘어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하나의 요인이 소비감소와 공급증가를 동시에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가락시장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유통인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28일 가락시장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유통인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한승호 기자

유통현장의 감염 확산도 위협적인 문제다. 최근 국내 최대 농산물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에서 코로나19가 집단발생하면서 2개 도매법인에서 일부 유통이 중단된 바 있으며 추석 휴장 땐 방역 목적으로 휴장 일정을 늘리는 초유의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1994년 농안법 파동으로 지켜봤듯 가락시장은 며칠만 멈춰도 대란이 일어나는 농산물 유통의 심장 같은 곳이다. 이번 업무중단과 조기휴장 때도 일부 출하자들이 불편을 호소한 바 있다. 가락시장 관계자는 “몇몇 중도매인이 보름 정도 영업을 중단하게 되면 그 구매자를 다른 중도매인이 흡수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유통과 가격 형성에도 지장이 있었으리라 짐작했다.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진 않지만 코로나19는 농산물 가격을 다각적으로 끌어내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후에도 악성 전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계속해서 반복될 수 있는 문제지만, 눈에 보이는 여타 요인들과 달리 대응책은 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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