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붉게 물든 논 … 제천 ‘깨씨무늬병’ 확산 “손 쓸 방도 없다”

개화기 잦은 강우 탓 봉양읍 내 95% 논에서 발병

심한 경우 평균 수확량의 10%도 채 못 건질 실정

농민들 “지난해 침수 논에서 시작, 예방 대책 절실”

  • 입력 2021.10.02 00: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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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깨씨무늬병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진 충북 제천시 봉양읍 공전3리 인근 들녘이 지난달 15일 검거나 불그스름하게 물들어가고 있다. 한승호 기자
깨씨무늬병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진 충북 제천시 봉양읍 공전3리 인근 들녘이 지난달 15일 검거나 불그스름하게 물들어가고 있다. 한승호 기자

 

수확을 2~3주 가량 앞둔 지난달 28일 충청북도 제천시 봉양읍 공전리 일원의 논은 온통 불그스름하게 물든 상태였다. 지난달 초 발생 이후 여전히 확산 중인 깨씨무늬병 때문이다.

봉양읍 공전3리 일원의 논을 둘러보던 김준철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정책위원장은 “현재 깨씨무늬병과 목도열병 등이 동시에 나타난 걸로 보이는데, 공전3리만 놓고 봐도 피해율 50% 이상인 논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 데다 지난해 극심한 폭우 및 침수 피해 영향으로 특별재난지역으로까지 지정됐던 뜰은 전체의 98%가 전염된 상태다”라며 “10월 15일에서 20일부터 대부분 수확을 하기 때문에 지금은 PLS(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에 걸릴까봐 방제를 할 수도 없다. 논 주인 대다수가 수확을 포기한 실정이다. 지금 봐선 수확을 하는 것 자체가 사실 의미 없는 일이지만, 수확하더라도 평균 생산량의 70~80%도 못 건질 것 같은데 그마저도 건조하고 도정하고 나면 10%나 채 될까 싶다”고 토로했다.

9월 초 무렵 이상 증상이 전반적으로 나타나자 농민들은 제천시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원인 규명을 요청했으며, 9월 중순경 농촌진흥청 담당자가 현장을 방문해 현장기술 지원과 함께 시료를 채취했다.

그 결과 벼 이삭이 흑갈색으로 갈변하고 잎과 줄기가 마르는 이상 증상이 발생한 이유는 깨씨무늬병과 잎도열병, 목도열병이 혼재했기 때문으로 판단됐다. 농촌진흥청이 농업기술센터와 농민에게 제공한 현장기술 지원 결과서에는 “잎과 잎집에 깨씨무늬병이 만연됐고 잎도열병과 목도열병이 전반적으로 발생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농진청에 따르면 도열병은 여름철 잦은 강우, 높은 습도, 질소비료 과다, 이병성 품종 재배시 많이 발생한다. 깨씨무늬병균은 이병 종자 및 이병 잔재물에서 월동하고 영양 불균형 상태, 질소비료 과다 및 과소, 수분 스트레스, 일조 부족, 높은 습도와 비가 많을 경우, 조기 조식재배, 재식본수가 많은 경우 많이 발생하며, 노후화답과 사질토답, 경토가 얕은 토양에서 많이 발생한다.

황해문 제천시농민회장은 “농사 지은 지 30년가량 됐는데, 이 정도로 병이 심하게 온 건 처음이다. 지난해 폭우로 인한 침수 영향과 올해 이삭팰 시기에 비가 많이 온 영향인 것 같다”라며 “일부 뜰에 친환경 필지가 포함돼 있어 방제가 어렵기도 했는데, 무엇보다 지금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병원균이 땅속에서 월동해 내년에도 또 전체적으로 깨씨무늬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거다. 그 때문에 수확을 안 하고 갈아엎을 수도 없고, 수확한 뒤 볏짚을 소각하거나 토양을 소독하는 등 행정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준철 정책위원장 또한 “이상 증상을 일찍 발견했음에도 항공 긴급방제 등이 제때 빠르게 이뤄지질 않았다. 드론 방제용으로 등록된 깨씨무늬병 농약 자체가 없기 때문에 도열병 방제용 약을 뿌릴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던 거다”라며 “지금은 시기적으로 농약 잔류 위험 때문에 확산을 막거나 피해를 줄일만한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농가 개별적으로 심토 경운이나 객토 등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내년 피해 예방 대책을 행정적으로 지원해주면 좋겠는데, 어떻게 될지 확정된 바가 전혀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수확기가 가까워지는 동안 감염은 계속 확산되는 상황이다. 농민들에 따르면 추석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논의 벼들도 시간이 흐르며 인접한 논에서 날아온 병원균에 전염돼 이삭이 검게 변하는 등의 이상증상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 농촌진흥청에서는 현재 충북 제천 깨씨무늬병 발생 현황을 비롯해 전라북도 부안군·김제시·익산시 등의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확산 중인 깨씨무늬병·도열병·세균성 벼알마름병 등의 상황 또한 파악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깨씨무늬병에 감염된 벼. 가장 오른쪽처럼 병징이 심하지 않더라도 수일 내 병이 확산돼 왼쪽 벼처럼 쭉정이만 남게 된다.
깨씨무늬병에 감염된 벼. 가장 오른쪽처럼 병징이 심하지 않더라도 수일 내 병이 확산돼 왼쪽 벼처럼 쭉정이만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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