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쌀값에도 구곡 방출 … 물가 잡기 희생양 삼았나” 

농민의길, 정부 양곡 정책 맹비판 "가격하락·소비부진 무시"

  • 입력 2021.09.27 15:47
  • 수정 2021.09.30 17:05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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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쌀 수확기를 앞두고 최근 산지 쌀 재고 증가와 가격 하락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상임대표 박흥식, 농민의길)은 지난 7월부터 이미 시장에서 가격 하락 및 소비 부진의 징조가 감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 조정에 나선 결과라며 지금부터라도 농가 소득 보전을 위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력히 주문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10월 쌀 농업관측’에 따르면 2021년도 쌀 재배면적은 73만2,477ha로 2020년 대비 생산면적이 0.8% 증가했고, 생산량은 평년작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수확기를 앞둔 현재 소비 부진으로 쌀 재고는 대폭 증가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27일 성명서를 낸 농민의길은 “지난 2020년 58일간의 긴 장마로 인한 흉년 농사를 떠올려보면 이러한 관측전망은 계속되는 기후위기 속에서 매우 다행이 아닐 수 없다”라면서도 “이번 관측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현재 재고 동향과 가격 동향이다. 그리고 매일 확산 중인 남쪽 지역의 병해 확산에 따른 생산량 감소분이 이번에는 빠져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농민의길은 “정부는 올해 2020년산 생산량 감소로 인한 시장 재고 부족 등을 이유로 5차례에 걸쳐 37만톤(실제 31만톤 시장 공급)을 시장에 방출했지만, 관측 자료에 의하더라도 가장 최근에 방출한 8월분은 시장 상황과 동떨어진 정책이었다”라며 “결국 이 방출로 산지유통업체의 재고 부담이 늘어 수확기를 앞두고 산지 가격이 요동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농경연 관측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9월 5일 기준으로 쌀값은 7월 대비 약 2% 하락했고, 재고는 7월 전년 대비 7.6%, 8월 전년 대비로는 42.9%나 늘어났다.

농민의길은 “방역지침이 강화돼 특히 외식업 등에서 급격한 쌀 소비 둔화로 재고가 남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지난 8월 방출을 강행한 것은 물가를 잡기 위해 쌀값을 이용한 것이란 의심을 갖게 한다”라며 “특히 새로운 양곡 정책이 시행되는 올해 쌀값이 가지는 의미를 알고 있을 정부가 8월 방출을 통해 인위적으로 쌀값 하락을 추진했다면 이는 이 정부 양곡 정책을 함께 고민하고 협조했던 관련 단체 및 생산자 등에 비수를 꽂은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쌀은 민족의 생명이요 주권이기에 지난날 ‘쌀 목표가격 제도’와 ‘변동형 직불금’을 통해 쌀 농가의 경영안정을 도모했던 것”이라며 “이 둘을 폐지하고 ‘공익직불금’을 도입한 첫해, 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문재인정부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볼 것”이라 경고했다.

아울러 △법률에 근거 10월 15일 이전 소비량 대비 3% 이상 초과 물량에 대해 시장격리를 발표해 수확기 시장 혼란을 방지 △소비 부진에 따른 구곡 재고에 대해 특단의 대책 마련 △국제식량농업기구(FAO) 권장 재고량인 70~80만톤을 비축하기 위해 올해 공공비축미 21~30만톤의 추가 격리를 별도로 진행 △급속히 확산하는 벼 병해 발생 지역 정밀 조사 및 대책 실시 등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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