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S, 과연 연착륙된 게 맞나

  • 입력 2021.09.19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3일 전북 정읍시 정우면 들녘에서 한 농민이 드론으로 농약을 살포하고 있다. 드론에서 살포된 농약은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인근의 논으로 쉽게 비산됐다. 한승호 기자
지난 13일 전북 정읍시 정우면 들녘에서 한 농민이 드론으로 농약을 살포하고 있다. 드론에서 살포된 농약은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인근의 논으로 쉽게 비산됐다. 한승호 기자

 

지난 13일 도열병과 깨씨무늬병, 세균성 벼알마름병 등이 발생한 전라북도 정읍시 정우면 일원의 1,200평 논 한 필지에 농약이 뿌려지는 데 걸린 시간은 6분 남짓이었다. 강한 바람을 일으키며 드론은 삽시간에 농약을 살포했지만, 육안으로 보기에도 방제를 목표로 한 필지 외에 주변과 인접 논에까지 미세한 입자의 농약은 흩뿌려졌다.

작물별로 등록된 농약만을 사용해야 하는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는 지난 2019년 1월 1일 전면시행됐다. 이후부턴 작물에 농약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돼 있지 않은 경우 안전성 조사 시 사실상 불검출 수준에 가까운 일률기준 0.01mg/kg(ppm)을 적용 중이다. 생산·유통단계 농산물 안전성 조사결과 농약 잔류허용기준을 초과한 경우 해당 농산물은 폐기 또는 출하연기·회수되고 생산자에겐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등이 부과된다.

정부에선 2011년부터 PLS 도입을 준비한 것으로 확인되지만 2016년 말 견과종실류와 열대과일류 대상의 1차 시행 이후 전면시행은 그로부터 2년 뒤인 2019년, 현장과 이렇다 할만한 논의도 없이 갑작스레 추진됐다. 관련한 일말의 소통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농민들을 비롯한 현장의 행정·농협 관계자들은 2018년 하반기 무렵 들이닥친 PLS 전면시행 소식에 △등록 농약 부족 △비산·오염 등 비의도적 혼입 문제 △장기 재배·저장 작물의 제도 적용 시기 논란 등을 이유로 제도 유예를 강하게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농진청),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 등 관계기관은 제도 유예를 전혀 염두하지 않은 채 ‘농약 직권등록 확대’와 ‘잠정 잔류허용·안전사용기준 설정’, ‘소면적 재배 작물용 그룹 잔류허용기준 확대’ 등의 세부 실행방안을 내걸고 제도 전면시행을 밀어붙였다.

사실상 시간을 벌기 위한 장치였던 잠정 잔류허용기준과 잠정 안전사용기준은 오는 12월 31일까지만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잠정기준 일몰을 100여일 앞둔 현재, 관계기관에선 농약 등록이나 안전사용기준 설정 등에 전혀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농진청과 농관원 등에서는 제도 전면시행 6개월 차에 접어든 무렵부터 잔류농약 검사 부적합 농산물이 오히려 PLS 이전보다 감소했기 때문에 제도가 연착륙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자평을 내놓기까지 했다.

전면시행 이후 시간이 흐르고 밖에서 보기엔 PLS 제도 자체가 현장에 스며든 것처럼 보이지만 농민들은 여전히 고충을 겪고 있다. 소면적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은 아직도 등록 농약 부족을 호소하고 있으며, 이상기후와 돌발·외래병해충 대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제도를 확대 시행하며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볼 수 있는 농민 대상의 홍보·계도는 농민들에게 제도 전면시행 사실을 알리고 농약 사용에 대한 불안감만 부추겼을 뿐 온전히 제 역할을 해냈다고 보기도 어렵다.

아울러 고령화 및 코로나19로 인한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농촌에선 광역방제기와 드론·무인헬기 등을 활용한 농약 방제가 일상화됐지만 비산으로 인한 오염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은 여전히 요원하다. ‘작물 병해충 방제용 무인항공살포기 안전사용 지침서’ 발간을 비롯해 이격거리 제한 교육, 농민간 비의도적 오염분쟁 해결을 위한 분쟁조정절차 제도화 등 실효성 떨어지는 해법만이 전부인 실정이다.

PLS, 정말 문제 없이 연착륙됐다고 봐도 무방할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